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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신사의 품격 장동건보다 김수로가 눈에 들어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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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시크릿가든>의 김은숙, 신우철의 재림.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당대 최고 미남 장동건과 로코물의 여왕 김하늘의 만남. 그리고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중후하면서도 깨알같은 매력이 촘촘히 박힌 장동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이 한국 남자판 <섹스 앤더 시티>를 찍는 것만으로도 <신사의 품격>은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랜시간 뜸을 들여 정말 맛있는 밥이 되어있겠지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뚜껑을 열어본 <신사의 품격>은 예상보다 덜 된 밥에 다시 뚜껑을 닫고 뜸을 더 들여야하고 고민하게 합니다. 분명 영양가 높고, 맛이 있을 만한 풍성한 재료들이 한 데 섞어있어 다른 반찬 필요없이 밥만 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찰지지 않는 밥. 





그래요. <신사의 품격>도 꽤나 맛있는 밥에 속하는데, 워낙 전작 <시크릿 가든>이 수많은 이들의 기대치를 높여놔서 상대적으로 덜 맛없어 보일 수도 있을거에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시크릿 가든> 하면 마음 한켠이 아련해지는 그런 어메이징한 작품은 다시 한번 나오기 힘든 대단한 드라마였죠. 하지만 김은숙 마니아들에게, 김은숙 작가는 그 분의 최고 대표작 <시크릿 가든>도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베리베리 어메이징한 오아시스였잖아요. 


사실 김은숙 작가님이 중년 남성들 로맨스에 도전한다고 하셨을 때, 약간 걱정이 되긴 했어요. 요즘 꽃중년이니 뭐니해서 몇 년 전만해도 '아저씨' 소리 들으며 찬밥 취급(?) 받았던 중년들이 각광을 받는다고 하나, 뭐 아침 드라마, 일일 연속극들은 이미 꽃중년밭이 되었다고하나, 트렌디 드라마에 40대가 한창 파릇파릇한 미소년들을 제치고 메인에 전격 등장한 것은 <신사의 품격>이 거의 처음이거든요. 





하지만 김은숙 작가님이니까 막장극에서 보던 것처럼 상투적이지 않고, 발랄하게 40대 남성들의 일과 사랑을 균형있게 다뤄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는 있었지만, 예상대로 아저씨들 이야기 하면서,  묵직하지 않고 발랄하게 터치하는 김은숙만의 화법은 역시나 착착 안기는 감칠이 느껴집니다. 또한 <시크릿 가든>에 이어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영상미와 연출을 추구하는 신우철PD가 자신있게 내놓은 그림도 칙칙하기보다 뽀쏭뽀송한 40대 로코물 <신사의 품격>의 기대치를 높이는데 충분합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착착 달라붙는 대사와 세련된 화면만으로는 멋진 남성에게 달콤한 프러포즈를 원하는 여심을 유혹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전면 40대 남성 로맨스를 표방한 <신사의 품격>이 선보인 메인 신사는 한 때 다비드로 불렀던 장동건입니다. 이제는 한 여자의 남편과 한 아이의 아빠가 된지 오래인 그분이시지만, 한 때 그 분의 이름만 들어도 그저 가만히 서있기만해도 단숨에 여성들을 철없는 소녀팬으로 만들어버리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이셨죠. 


역시나 그분은 결혼을 한 이후에도 길거리만 지나가도 여심의 마음을 홀리는 남신이었습니다. 아니 장동건은 50이 되고, 어느덧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이 되어도 중후하고도 멋진 신사로 남아있어야할 것 같아요. 생김새부터가 반듯하고 나름 자신의 타고난 외모를 망가트리기 위해서 고심한 흔적은 느껴지나 망가져도 '멋있기만 한' 그분이시잖아요. 


하긴 여성 판타지 로코물에 남자 주인공이 멋있지 않으면 어떤 여자가 황금같은 주말 밤에 달콤한 유혹들을 뿌리치고 TV 앞에서 죽치고 앉아있겠습니까. 당연히 주인공 장동건은 망가지고 새파란 고교생에게 망신을 당하고, 삼진에 병살타를 치더라도 무조건 '멋있어야하는게' 당연해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장동건'만 멋있는게 아니라 장동건의 외형을 빌린 김도진이 멋있어야해요. 물론 김도진에 의해 빌린 인기는 다 장동건 차지가 되긴 하지만, 김도진이 보여야 배우 장동건도 보이는 것이고 김도진이 여심을 울려야 장동건도 함께 빛을 보는거 아니겠어요. 


허나 아직 첫 회라 그런지 김도진의 옷을 입은 장동건은, 김도진이 아니라 여전히 장동건일뿐이에요. 물론 TV 속 장동건은 어느덧 마흔이 넘고, 유부남이 된 이후에도 보기만 해도 '안구정화'가 될 만큼 '헉'하는 잘생긴 미남 배우이긴해요. 하지만 극중 서이수(김하늘 분)에게 첫눈에 반하여 나름 작업을 거는 장면을 보고 보는 이도 함께 설레줘야하는데 이상하게  '고소영 남편이 김하늘에게 작업을 거는구나.'하며 덤덤하고도 무의미한 반응만 앞선다는거죠. 





어찌보면 까칠하고 사랑따위 믿지 않은 김도진이 보이쉬하면서도 털털한 매력의 서이수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하는 설정은 이미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과 길라임에게서 지겹게 보아온 설정이기에 '또 시작되었구나.' 하고 식상함이 앞섰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시크릿가든>뿐만 아니라 돈은 좀 있는데 여자에게 관심없는 까도남이 자신이 그동안 쳐다보지도 않았던 털털한 여성에게 한 눈에 뽕 가는 것은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사골처럼 우려먹던 소재아닌가요. 이제는 식상할 법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자들은 이 말도 안되는 판타지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구요. 





장동건은 이미 만인의 연인에서 한 미녀의 남자로 공식 등록되어있어서 더 이상 다른 여성들에 눈에 들어오지않는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아요. 우리 똑똑한 시청자들은 이제 현실과 드라마를 구분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우리 시청자들이 <신사의 품격>을 통해 40대 로맨스에 도전하는 장동건에게 원하는 바는 현재 임태산(김수로 분)만 바라보는 서이수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김도진이지, 멋있는 척하는 장동건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 또한 보기만해도 숨 넘어간다는 장동건이 아니라 김수로에 홀딱 반해있어 김도진은 눈에도 안들어온다는 서이수 캐릭터를 이해하기 하기 위한 작가님의 무한 배려라서 그런가. 분명 <신사의 품격>의 메인인 장동건임에도 불구하고, 희안하게 장동건과 마찬가지로 오래전에 품절이 되어버린 김수로가 맡은 임태산이 더 설득력있고 가슴에 와닿는 캐릭터같아요.  만약에 제가 서이수 입장에 놓여있다해도 지금 당장은 조각같지만 밍숭맹숭한 도진이 아니라 털털하고 재치있는 태산을 아무 고민없이 선택할 정도로요. 그동안 코믹연기는 몰라도 비쥬얼과 로맨스로서 수많은 대중들에게 각인된 적이 없는 배우 김수로인데 말이죠.





물론 보이는 비주얼로만 놓고 보자면 당연히 장동건이 김수로보다 훨씬 더 앞선다고(?) 자신있게 손들 수 있겠지만 배우를 통해 드러나는 캐릭터의 매력은 아직까지 임태산>>김도진 이란 점은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다시 한번 로맨스의 황제로 우뚝서고자하는 장동건에게는 필히 고민해볼 과제가 아닌듯 싶어요. 이제 장동건은 더 이상 존재만으로, 여성들에게 손 한번 들어준다고 수많은 소녀팬들이 쓰러지는 왕자님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 이수가 태산에 가려 도진의 존재감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니까 시간이 갈 수록 정말 서이수 눈에 임태산이 아니라 김도진만 보일 때 쯤에는 시청자들도 오직 장동건만 눈에 보이는 어메이징한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야 장동건도 살고 <신사의 품격> 드라마 전체도 살아날테니까요. 


해당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고,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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