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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추적자 한류스타 뛰어넘는 손현주가 부각시키는 끔찍한 리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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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배우와 요란한 홍보 없이도 첫 회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추적자 THE CHASER>. 순수 내용으로만 따진다면 그렇게 참신하거나 새로운 소재는 아닙니다. <추적자>와 달리 다른 의도로 이용되었지만 교통사고 뺑소니 살해사건은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손님이었고, 힘없는 개인이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구도는 미국 드라마뿐만 아니라 올해 저예산 히트 기록을 세운 <부러진 화살>에서 호응을 얻은 이야기이니까요. 





하지만 <추적자>가 브라운관의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 드라마 중에서 부패 권력에 총알을 겨누는 정통 법정+수사물은 보기 드물었거든요. 과거 <대물>이나 <싸인>이 각각 정치와 법의학을 통해서 뉴스에서는 쉬쉬 하기만 했던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캐내보자 했으나, 석연치 않은 PD교체 등 여러가지 잡음으로 대부분 초기 의도했던 바를 구현하지 못한듯한 실패로 끝났던 점을 비추어보면 <추적자>는 참으로 용감한 드라마임이 틀림없어요. 


<추적자>는 2012년 대권과 맞물려 유력한 대권주자의 숨겨진 추악성을 그린다는 점에서, 올 한해 최고의 드라마로 각광받아야하지만 이상하게 과연 이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더 앞서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추적자>는 보통 이름 좀 있는 아이돌은 하나 껴놓는다는 요즘 드라마와 달리 아이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아요. 28일 TV로 보고 있던 수많은 부모들을 목놓아 울게했던 이혜인양도 꾸준히 어린이 드라마에서 얼굴을 비추던 정통 아역이니까요. (아 우스개소리로 서회장 박근형이 원조 아이돌이라는 소리도 있더군요 ㅡ0ㅡ )





그렇다고 보기만 해도 묵직하고 머리 아프게 다가와 애써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이 드라마 주인공들이 보기만 해도 안구정화 시키는 샤방샤방 꽃미남들인가. 그것도 아니에요. 정말 억울하게 꽃다운 나이에 숨진 딸을 위해 거대한 골리앗들에게 짱똘을 던지는 아빠와 대통령 되겠다고 부인 버리는 것은 물론 사람 하나 죽인 것은 일도 아닌 추악한 욕망의 결집체만 있을 뿐이죠. 


그러나 그 흔한 인기 아이돌, 꽃미남 한류 스타없이도 <추적자>는 첫 회만에 요즘 한류의 대세와 최고 정상 아이돌이 포진되어있는 드라마를 단숨에 제치고 내친 김에 2012년 시청률, 작품성, 화제성 모두 잡은 올 한해 최고 드라마까지 등극할 기세입니다. 시청률이 보증된다는 유명 스타가 아닌 손현주, 김상중을 주인공으로 자신있게 내세우면서 성공을 예감했던 제작사와 방송사에서도 이정도 빠른 성장세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듯도 합니다. 그만큼  첫 회에서부터 강동윤(김상중 분)에게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백홍식(손현주 분)과는 드라마 안과는 달리 아직까지 <추적자> 자체는 향후 그럴 일은 결코 없겠지만 드라마 외적으로 강동윤같은 방해물(?)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펄펄 날아다닐 긍정적인 징조입니다.





<추적자>가 첫 회만에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비결에는 단연 손현주의 명품 오열연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손현주야말로 연기력만큼은 확실히 검증된 배우잖아요. 문영남 표 드라마, 충무로 어디를 가도 사람냄새를 물씬 풍기는 배우가 다름아닌 손현주니까요. 그러나 워낙 문영남 작가의 특이한 이름으로 강하게 어필되어서 그런가, 그가 주로 연기한 소시민을 넘어 딸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여 직접 총을 드는 비장한 아버지 이미지는 쉽게 연상되지 않았어요. 


그러나 손현주의 놀라운 연기변신(?)은 보는 이들의 탄식을 자아냅니다. 손현주의 외형을 빌린 백홍식이야말로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아버지의 전형적인 얼굴이었거든요. <추적자> 첫 회 오프닝에서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총귀를 겨누고 딸을 죽인 범인들을 찾기 위해 맨발로 뛰고 딸을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분노를 토하는 백홍식에게서 우리가 알고 있던 손현주는 없었습니다. 딸이 죽기전까지만 해도 형사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눈에 보이는 소소한 행복에 충실했던 선량한 시민이 국가 권력에 맞서게된다는, 단순히 극 속에서만 머물지 않는 누군가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과정이 한탄스러울 뿐이었습니다. 





그래요. <추적자>가 고개를 돌리고 싶은 장면과 잘생긴 스타배우 없이도 단숨에 수많은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명품 드라마로 인정받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으나, 혹시나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끔찍한 리얼리티를 여과없이 보여주기 때문이죠. 백홍식처럼 그동안 국가 권력에 별 저항없이 순종적으로 살아가던 소시민조차 우연한 사고로 부당한 권력에 무자비하게 난도질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추적자>는 꼭 봐야하는 드라마가 아닌가 싶어요.





거기에다가 요즘 뉴스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강동윤, 서회장을 통해서 도드라지면서 보통 국민들의 분노 지수를 높이면 높일 수록 오히려 드라마 <추적자>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쾌거를 얻을 것입니다. 


다만 <추적자>가 향후 어떻게 진행되느나에 따라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도도 달라진다는 것이 관건입니다. 일단 오래만에 볼 만한 드라마가 생겨서 반가운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추적자> 만이라도 이대로만 쭉~쭉 잘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제 아무리 백홍식 혼자서는 무너뜨리기 어려운 골리앗이라도 여러 사람이 함께 짱돌을 던지면 충분히 가능한 역사니까요. 그리고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뿐입니다. 설마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겠지만. 가상의 꾸며진 세계 속 리얼리티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웃긴 코미디가 어디있겠습니까. 


해당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고,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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