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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신사의 품격 솔직하고 쿨해서 찌질한 남자 김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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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께서는 40을 불혹.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신사의 품격> 꽃중년 4인방에게는 한창 비켜간 호랑이 풀 뜯던 시절의 고문처럼 들리네요.


70년대에 태어나서 가장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80년대에 성장했고, 9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오렌지족 x세대로 통용되던 이 남자들. 그리고 사회진출 시점에 IMF라는 직격탄을 맞아 경제적 고통을 온 몸으로 막아내면서 더욱 굳건한 성장을 이룬 꽃중년들. 전 세대에 비해서 한층 자유분방한 환경에서 자란 이들이 40줄에 들었다고 갑자기 없던 진중함이 생기고 철이 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솔직히 그들보다 10살은 어린 세대들이 봤을 때, 과연 요즘 40대들이 진짜 저럴까하는 당혹감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경제 불황에 모든 소비가 직격탄을 맞고 대부분이 힘들어하는 와중에 땅값 비싼 강남 한복판에서 30대 초반이 울고갈 정도의 화사한 외모와 비싼 외제 자동차를 끌면서 보란듯이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40대 꽃중년들. 하긴 평범한 서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이 가뭄에 콩 나듯이 난다는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가정에 대한 책임감에 어느덧 얼굴에 주름이 한 줄씩 늘어가는 또래와 다른 축복받은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 비현실적이라고 태클걸고 싶지는 않아요. 애초부터 <신사의 품격>은 남자판 <섹스 앤더 시티>를 표방한 드라마잖아요. 그래서 지독하게 쿨할 수 밖에 없고, 40줄이 넘어도 변함없는 싱싱한 외모와 탄탄한 부를 앞세워 클럽에서 만난 조카뻘 아리따운 여인들과 하룻밤 동침은 <신사의 품격> 꽃중년들에게는 별거 아닌 일상이지요. 





어쩌면 <신사의 품격>만큼 돈많은 30~40대 엘리트 남성 라이프 스타일을 리얼하게 반영하는 드라마도 없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해서 자식까지 있어도 환상적인 뒤태를 가진 미모의 여인을 만나면 자연스레 '혹'하는게 남자의 생리니까요. 


만약에 <신사의 품격>이 케이블에서 방영하고 강남에 거주하는 40대 부유하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건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리얼 다큐였다면 뭐 그럴러리 할 수 있을거에요.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딴 세계에 사는 골드 미스터들의 자유분방한 삶이 썩 와닿진 않겠지만, 한편으로는 마음만 먹으면 이 여자 저 여자 건들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이 한편으로는 부러웠는지도 모르죠. 


허나 <신사의 품격>은 잘나가는 40대 남성들의 삶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다큐가 아닙니다. 나이가 먹어도 여전히 멋진 장동건 오빠를 통해서 어느덧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선 김하늘같은 골드 미스들은 물론, 나아가 임메아리같은 20대 여성들도 반하게 하는 설레임과 백마탄 왕자님 퐌타지를 충족시켜야하는 로맨틱 코메디 드라마이지요. 


일단 외적 조건만 놓고 보자면 좀 나이가 많아 흠이긴 하지만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30대에 비해서 한층 안정된 기반을 마련하고 나이를 커버할 정도로 압도적인 외모를 가진 김도진이야말로 이 세대 여성들이 원하는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닐까 싶어요. 비록 장동건은 고소영과 결혼하여 아들 하나까지 낳은 유부남이지만, 실제 장동건을 보고 그를 단박에 거부할 수 있는 대단한 강심장들은 많지 않거든요. 


김도진같이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 한 여자에게만 매달리는 것도 지극히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사랑하진 않지만 클럽에서 원나잇하는게 더 자연스러워보이는 삶일 수도 있어요. 만약 김도진이 원나잇이 일상인 바람둥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면 그럴러리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도진은 서이수(김하늘 분)에게 한눈에 반하고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여자와 동침을 하는 지독하게 쿨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아마 어제 4회 예고편에서도 나오겠지만, 말로는 자신을 짝사랑한다면서, 한편으로는 집에 미모의 여인을 불러들여 같이 잔 것이 들통났으면서도, 태연히 "그럼 님과 함께 잘까요?"하는 이 남자. 서이수뿐만 아니라 보통 여자들로서는 도저히 이해불가입니다.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잘난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눈도 안돌아가고 나만 바라볼거다는 갈망은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꽤 오래전에 비우긴 했지만 적어도 현실의 바람둥이들조차도 마음에 드는 이성을 대할 때만큼은 <신사의 품격> 김도진처럼 솔직한 면모를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뒤에서는 호박씨깐다해도 앞에서는 "너만 바라본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믿게할만큼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줄 망정. 


하지만 지나치게 솔직하고 너무나도 쿨한 김도진씨는 자신이 짝사랑한다는 서이수 앞에서도 여과없이 수컷의 본능을 마음껏 발산하며 그녀를 경악시켜버립니다. 물론 김도진씨의 삐뚤한 성격상 자신이 아닌 친구 임태산(김수로 분)만 바라보다가 엉뚱하게 자신에게 고백한 서이수의 질투감을 유발케하기 위해 일부로 보란듯이 다른 여자와 자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여주인공 서이수뿐만이 아니라, 드라마 속 연인을 넘어 TV 바깥의 여성들마저 김도진이란 캐릭터의 호감도를 뚝뚝 떨어트린다는 것이 문제겠죠. 





까칠하면서도 싸가지 제로 김도진 성격. 하지만 그건 <시크릿 가든> 김주원, <해를 품은 달> 훤, <더킹 투 하츠> 이재하 등 요즘 로코물 주인공들의 보편적 성향일뿐입니다. 허나 그들은 전에는 어떻게 살았는지는 정확하게 몰라도, 적어도 자신의 운명적 연인을 만나고 난 이후에는 그 어떤 유혹에도 불구하고 한 연인에게만 충성하는 지고지순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위에 여자들이 저절로 둘러싸이는 아쉬울 것이 없는 잘난 남자들이 말이죠. 때문에 시청자들도 멋진 남성 주인공의 헌신적 사랑에 함께 울고 웃으면서 어느새 드라마 속 가상 인물에게 흠뻑 빠지는 '앓이'가 나올 수 있었구요. 


물론 김도진도 시간이 지나고 서이수를 본격적으로 사랑할 때쯤은 그동안 이 여자 저 여자 함께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오직 서이수에게만 돌진하는 로맨틱한 면모를 선보일 가능성이 농후해보입니다.  40줄이 들어도 철없고 자기밖에 몰랐던 까칠한 남자가 사랑이란 힘을 통해 180도로 변화하는 모습. 그게 로코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보여주고 싶은 주제니까요. 


그러나 이미 4회까지 매력적이긴 커녕, 오히려 서이수를 좋아한다는데 잠은 다른 여자와 잘 수 있고, 나이가 41라는데 요즘 20~30대들도 안한다는 유치한 장난과 틱틱거림으로 여자들 눈에는 재수없는 찌질이(?)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어버린 김도진이 과연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어떻게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게하는 왕자님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첫 회에서부터 남자 주인공이 한 여자만 지고지순하게 바라본다는 로코물의 전형적 패턴에서 과감한 시도를 벌인 <신사의 품격>이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갈지 사뭇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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