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오연서 열애설 논란으로 본 리얼리티 <우결>의 정체성

반응형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 분)은 미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리얼리티 TV쇼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 그대로가 방송에 나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의 가족들은 모두 제작진들의 설정에 의해 배치된 연기자였고, 트루먼의 일생은 제작진의 의도대로 자연스럽게 흘러나가고 있었다. 트루먼의 대학시절 엑스트라로 잠시 출연했다가 우리에 갇힌 동물들처럼 살아가는 트루먼에게 동정심을 느낀 한 여자가 등장하기 전까진 말이다. 


자신이 촬영 중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트루먼과 달리, 현재 전 세계에서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는 리얼리티를 빙자한 쇼들은 출연자 포함, 스태프, 시청자 모두 임의적으로 꾸며진 세계라는 것을 인식한다. 다만 그 어떤 쇼, 드라마보다 현실성을 반영하는 것뿐이다. 리얼리티 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본인의 실명으로 등장하고, 비교적 진실성 있게 그 상황에 접근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리얼리티 쇼에 등장한 세계 또한 어느 정도 각본이 존재하고 제작진과 출연진의 의도대로 흘려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실제상황 같은 뉘앙스를 받게 된다. 


현재 출연자 오연서의 열애설 논란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MBC <우리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결>)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보여줄 수 있는 리얼리티의 극대화를 보여주며, 입지를 굳힌 프로그램이다. <우결> 이전에도 리얼리티 상황을 앞세운 MBC <무한도전>, KBS <해피선데이-1박2일> 프로그램이 존재했지만, 제작진이 정해준 범위 안에서 출연진들의 관계를 형성하고 미션을 수행하던 프로그램과 달리 <우결>은 ‘결혼’을 앞세워 출연자가 보여줄 영역을 사생활까지 확장시킨다. 





가상 결혼으로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우결>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은 ‘부부생활’이라기보다 ‘공식연애’에 가깝다. 매주 토요일마다 대중들에게 그들의 ‘가상연애’가 노출되기 때문에 <우결>에 출연한 가상 커플들은 실제 연인관계가 아닐지라도 진짜 연예인 공식커플 못지않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다. 그리고 <우결> 속 가상 커플들이 상대에게 보여주는 스킨십과 마음 씀씀이는 정말 그들이 ‘가상 결혼’을 넘어 실제 만나는 사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실감 넘친다. 아예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로맨틱 코미디와 연애 시트콤은 채워주지 못하는 실제 상황에서 안겨주는 ‘설렘’을 <우결>이 대신 해낸 것이다. 


<우결>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실제상황’에 벌어지는 이런저런 해프닝과 로맨틱 모드 탓에, <우결> 제작진들은 끊임없이, ‘<우결>을 통해 커플들이 보여 지는 장면들은 모두 진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설령 <우결>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진짜 연인을 만났다 할지라고, <우결>을 만나 상대 연예인과 가상 커플을 이뤘을 때 그 마음만은 진짜였다는 것이 제작진의 변론이다. 





하지만 우리 시청자들은 <우결>에서 하차한 이후, <우결> 속 커플이 아닌 다른 사람과 가정을 이룬 신애, 정형돈, 이휘재 등과 같은 케이스를 숱하게 보았고, 혹시나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 놀아나는 것 아닐까 싶은 회의감도 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 이후 <우결> 제작진들은 아예 공식적으로 연애를 마음껏 하지 못한다는 아이돌 위주의 가상 결혼 놀이에 돌입한다. 과거에 비해 리얼리티는 극도로 떨어지지만, <우결>이 그토록 울부짖은 진정성을 강조하는 데는 이만한 최상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4에서 이준과 가상 부부로 활동하고 있는 오연서가 이준 아닌 이장우라는 배우와 사귈 수도 있다는 열애설이 나돈 이후, <우결>은 방영 이래 최악의 딜레마에 빠져 버린다. 논란의 오연서를 하차시키자니, 그녀와 함께 <우결>을 떠날 이준이 아깝다. 실제로 이준, 황광희 등 예능감 좋은 아이돌 위주로 가상부부 진용을 새롭게 꾸민 <우결> 시즌4는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의 반응도 좋았고, 예능적 재미도 충분했다. 이준, 황광희.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실제 연인 못지않은 과감한 스킨십을 보여주는 줄리엔강과 윤세아 덕분에 분위기 좋아질 찰나. 뜬금없는 오연서의 열애설이 찬물을 끼얹었으니 그야말로 다된 밥에 재 뿌린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우결>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끌어가는 예능 천재 이준을 포기할 수 없었던 <우결>은 “오연서 열애는 사실무근”이라면서, 계속 이준, 오연서 커플을 출연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우결> 속 이준, 오연서 커플을 보는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전만큼 따스하지도 자애롭지도 않다. 심지어, 오연서와 이장우의 열애설을 단독으로 보도했던 한 매체는 <우결>의 공식입장을 전면으로 반박하는 기사를 발표했다. 





애초 <우결>이 여타 연애 시트콤과 비슷한 수준의 가상결혼놀이로 받아들였다면 별 문제없이 지나갈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보통 해당 연예인에게 큰 타격이 오는 스캔들이 이번만큼은 당사자 오연서보다도 <우결>. 그리고 이준에게 더 큰 불똥이 튄 것처럼 보인다. 애초 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짜고 치는 고스톱인 줄 알면서도 재미있게 봤지만, 열애설 논란 때문에 마치 제대로 뒤통수 맞은 배신감까지 느껴진다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번 오연서 논란은 <우결> 제작진의 뜻대로 “오연서의 열애는 사실무근.”이라면서 계속 오연서가 이준이랑 가상결혼을 이어가는 것으로 묻힐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연애 시트콤보다 가상 부부로 출연하는 연예인들 간의 애틋한 마음을 강조하는 <우결>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리고 연애하는 징후만 포착되면 바로 셔터부터 누르는 연예매체가 존재하는 이상 제2의 오연서 논란은 방영 내내 불거질 것이다. 





그렇다고 <우결>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에게, <우결>에 출연하는 동안 가상 부부 상대방이 아닌 다른 이와 연애 금지를 계약 조항으로 내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영화 <트루먼쇼>에서 자신이 리얼리티 쇼에 이용당하는 것조차 모르고 있던 트루먼은 진실을 알고 ‘멘붕’이 왔지만, 애초부터 가상세계라고 못 박은 <우결>과 그 <우결>을 즐겨보는 시청자들은 가상 현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현실 세계의 개입으로 ‘멘붕’이 찾아왔다. 


과연 애초부터 제작진의 의도대로 커플을 이루고 가상 부부 생활을 이어가는 설정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있을까. 언제나 출연진의 진정성을 울부짖었지만, 그 신주단지 모시듯 공들인 리얼리티의 모순이 드러난 지금, 이 난관을 헤쳐 갈 <우결>의 선택이 사뭇 주목된다. 


*비슷한 기사가 전날 오마이스타에 실렸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시면 손가락을 꾸욱 눌러주세요^^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드시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