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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에게만 야박한 연제협. 순혈주의 모순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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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무한도전-박명수의 어떤가요>가 끝나마자자 대중들에게 첫 공개된 박명수 작곡 음원에 대한 반응은 실로 놀라웠다 . 음원이 발매되자마자 정형돈이 부른 타이틀곡 ‘강북멋쟁이’를 포함, 함께 발표된 곡들이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을 기록하더니 음원이 공개된 지 일주일이 넘은 지금도 '강북멋쟁이'는 음원 차트 정상에 랭킹 중이다. 


이제 막 작곡계에 입문한 박명수가 유명 작곡가, 아이돌을 제치고 음원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 <무한도전>이라는 인기 프로그램의 명성과,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시청자들의 팬덤을 빌린 힘도 없지는 않다. 일부 음악인의 지적대로 신인 작곡가에 불과한 박명수가 기존 뮤지션을 압도하는 정교한 음악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엄연히 말해, 박명수가 <무한도전>을 통해 발표한 노래들은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 작곡가들에 비해 테크닉적 요소가 결여되어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박명수의 음악에는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상쇄할 대중적 코드가 있었다. 그리고 대중들은 소녀시대의 'I got a boy'를 제치고, 정형돈의 '강북멋쟁이'를 음원차트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지난 15일 음반, 공연 제작진들이 주축으로 이뤄진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는 최근 <무한도전>의 음원열풍과 관련하여 회의를 개최하고, 방송사가 사업영역을 존중하지 않고, 한류의 다양성을 죽인다고 입장을 밝힌바 있다. 


연제협은 최근 성명을 통해 <무한도전> 음원 열풍을 두고 “방송사의 프로그램 인지도를 앞세워 음원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국내 음원시장의 독과점을 발생시켜 제작자들의 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내수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장르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한류의 잠재적 성장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동안 <무한도전>은 가요제 특집을 통해 숱한 창작곡을 발표하였고, 그 때마다 음원 차트를 휩쓰는 등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그 당시에도 가요계 일각에서 <무한도전> 음원 차트 독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무한도전>은 음원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을 기부하는 등의 형식으로 가요제 프로젝트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이번 ‘강북멋쟁이’ 열풍에 대한 가요 관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심지어 ‘강북멋쟁이’의 선전을 두고  K팝의 미래가 흔들릴 수 있다는 가요계 일부의 지적까지 제기된다. 


분명 연제협의 지적대로, 음악성에 상관없이 인지도를 앞세운 독과점은 보다 다양한 음악 발전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음원시장의 독과점과 장르의 획일화가 비단 <무한도전-박명수의 어떤가요>만이 보여주었던 문제일까. 그렇다고 정형돈의 ‘강북멋쟁이’와 유재석의 ‘메뚜기 월드’ 등 박명수표 음악과 음원차트 경쟁을 벌이는 대다수 아이돌 음원이 박명수의 손을 통해 나온 ‘강북멋쟁이’보다 다 우수한 음악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서 음악을 전문적으로 접하지 않은 대다수 대중에게 박명수가 발표한 노래는, 한동안 실력파 뮤지션을 제치고 음원 차트를 휩쓸었던 아이돌 노래하고 하등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대중들에게 있어 박명수의 자작곡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주요 음원 차트와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을 장식했던 천편일률적 기계음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오히려 박명수의 노래에는 부족한 음악성과 단순한 일렉트로닉 코드 반복을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재치 있는 가사로 보완하는 수완을 발휘할 줄 아는 장점이 엿보이기까지 한다. 


연제협이 지적한 <무한도전> 음원 독과점 문제도 그간 인기 아이돌이 음악성과 상관없이 보여줬던 ‘음원 싹쓸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다가오는 것도 연제협 주장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오죽하면 '아이돌 팬덤'이나 '무한도전 팬덤'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일까. 


하지만 그간 대형 기획사 아이돌 음악 위주로 돌아가는 통에 대중들이 다양한 음악을 들을 권리가 사라지는 가요계에는 침묵했던 음반 관계자들은 유독 <무한도전>과 박명수의 음원 열풍에 엄격한 잣대로 전례 없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중들이 소녀시대, 백지영, 인피니트 등 기존의 인기 가수를 제치고 정형돈의 ‘강북멋쟁이’를 선택한 이유는 소녀시대 팬덤 보다 견고하다는 <무한도전> 힘도, 공중파 방송국 프로그램의 권력남용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간 아이돌 음원에 장식되오던 한국 가요계가 제작년 MBC <일밤-나는가수다> 열풍이 불기 전까지, 방송국 음악프로그램이나 예능을 통해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주어져 왔던가. 그저 ‘강북멋쟁이’가 현재 발매되고 있는 아이돌 노래보다 좋아서 즐겨듣는 대중들의 취향마저 K팝 발전에 저해된다면서 힘주어 강조하는 연제협의 새삼스런 공정성 운운이 아쉬울 뿐이다. 


 거기에다가 유치한 사족을 달자면, 전문적인 가수와 작곡가가 아닌, 그러니까 가요계 순혈혈통이 아닌 개그맨들이 방송사를 통해 발매한 <무한도전-어떤가요>가 음원차트를 휩쓰는 것과 인기 아이돌이란 이유로 부족한 연기에도 불구 정통 연기자들 제치고 주연 자리 꿰차는 것과, 아이돌도 나름 가수임에도 불구 정통 희극인들의 자리를 넘보는 것과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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