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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야왕. 절대 악녀 수애와 비교되는 김성령의 비극적 모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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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남편에게 버림받은 조강지처의 통쾌한 복수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드라마 역사를 다시 쓴 김수현 작가의 <청춘의 덫>과 달리, 박인권 화백 <야왕전>은 그 당시 특이하게도 여자 주인공을 악녀로 내세운 작품입니다. 현재 S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야왕> 이전에 먼저 드라마화된 <대물>도 그랬지만, 박인권 화백 작품이 특징이 있다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절대 권력을 손에 쥔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거지요.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래도 꽤나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보여주던 <대물>의 서혜림(고현정 분)과 달리, <야왕>의 주다해(수애 분)은 자신의 끊임없는 욕망을 이루기 위해 물불 안가리는 전형적인 악녀입니다. 드라마 <야왕> 주다해 또한 기존 드라마 역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악녀들과 색다른 캐릭터를 보여줬다고하나, 원작 다해에 비해선 다소 순해보이는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끝에 가서야 겨우 일말의 동정이 들었던 원작 다해와 달리, 그래도 드라마 다해에게선 강자들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닥까지 치는 여인의 눈물이 잠시나마 보였거든요. 


하지만 '여자의 눈물에 속아서는 안된다.'는 말을 입증이나하듯이, 연약한 외모에 가려진 주다해의 맨몸은 그야말로 추악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성공을 위해 남편을 버리고, 딸을 죽음으로 내몬 것에 모자라, 이제는 재벌 후계자 백도훈(정윤호 분)과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자신의 결혼을 반대하는 백도경(김성령 분)의 약점을 잡아 자신의 결혼을 독촉하는 주다해는 소름끼칠정도로 무서웠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주다해가 자신의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토록 들어가고 싶은 백학 그룹 또한, 설령 주다해에게 잡혀먹는다해도 할 말 없는 그리 도덕적인 기업은 아닙니다.  백도경의 아버지이자 실제로 백도훈에게 외할아버지되는 백창학 회장(이덕화 분)은 자신과 백학그룹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딸이 사랑했던 남자를 내침은 기본, 심지어 자신의 동생 백지미(차화연 분)의 남편까지 죽음에 이르게한, 사실상 따지고보면 주다해와 같은 DNA가 흐르는 악인 본색이 다분합니다. 본인 스스로가 서민, 중소기업 하청업체 등골 빨아먹는 빨대라고 칭할 정도로, 백창학이 이끄는 백학은 더할나위 없이 부도덕한 재벌의 선명한 표본이지요. 이런 경우라면 거대한 악으로 똘똘 뭉친 백학에 도전장을 내미는 주다해는 비록 악녀에, 철저히 자신의 신분상승을 위해서만 움직인다 할지라도, 다수의 서민 우습게 알고, 본인들끼리만 똘똘 뭉치는 계급사회에 강력한 X침을 놓은 것만으로도 날이 갈 수록 신분상승이 어려운 요즘 세상에 일종의 카타리시스를 안겨줄 법도 합니다. 


하지만, 백학에는 주다해와 동생 백지미의 협공이 가해져도 할 말 없는 백창학 외에도 단지 백창학의 딸일뿐인 백도경과 자신과 다른 출신성분에도 불구, 오직 주다해의 외모, 능력을 보고 푹 빠져버린 순수한 왕자 백도훈이 존재합니다. 여기서 백도경을 말할 것 같으면 그녀는 백도훈의 누나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은 백도훈의 친엄마되시겠습니다. 20대 시절 백도훈 친아빠 강지혁을 온몸으로 사랑했던 그녀는 아버지 반대에 강지혁과 사랑을 접어야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뱃속에는 이미 백도훈이 있었고, 당시 국가대표 승마선수로 활약하고 있던 백도경은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아무도 모르게 백도훈을 낳기 위해 일본행 비행기로 몸을 싣습니다.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 여식에, 기품있는 미모까지. 거기에다가 자신이 낳은 아들을 아무도 모르게 동생으로 만들어버렸으니, 수많은 명문가 남성들의 구애가 끊이지 않았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백도경은 이 모든 혼사를 거절하고, 고고한 싱글로 반평생을 살았습니다. 내색하지 않지만, 여전히 백도경은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요양원에 강제 입원한 도훈의 친아빠를 잊지 못했고, 엄마임에도 불구 아들로 부르지 못하는 백도훈을 자신의 몸보다 더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여성임에도 불구, 그 완벽함을 가지기 위해 자신이 정말로 사랑했던 남자와 원치않은 생이별을 해야했던 백도경은, 현대판 줄리엣을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재벌그룹 후계자에, 세상 모든 여자들이 우러러보는 여왕적 면모를 지니고 있지만, 알고보면 상처투성이인 백도경은 훗날 주다해가 몰고올 비극의 파장의 농도를 더욱 짙게 합니다. 




 희대의 악녀 주다해에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질 백도훈도 매한가지지만, 자신의 가장 아픈 손가락을 두고 협박하는 주다해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고 파멸의 길로 가고 있는 백도경이 더 안쓰럽게 보여지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자신의 성공을 위해 딸자식까지 버릴 수 있는 주다해와, 끔찍한 모성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극의 씨앗을 끌어 안고 가야하는 백도경의 상반된 모습. 매번 볼 때마다 짜증나는 주다해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내는 수애의 물오른 연기도 일품이지만, 주다해를 퇴치하기 위한 거짓 연인 놀이임에도 불구, 순간순간 하류(권상우 분)에게 설레이는 백도경의 도도한 매력 속에 숨겨진 순정적인 면모는 원작과 차별화하는 동시에 시청률을 견인하는 최고의 신의 한수인듯합니다. 꼼짝없이 주다해에게 철저히 이용 당하는 백도경과 하류가 안타까워서라도, 어서 빨리 하류와 백도경이 제대로 손잡고 희대의 악녀 주다해를 추락시켰으면 하는 바람만 간절했던 <야왕> 11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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