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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야왕 권상우. 수애를 향한 속시원한 복수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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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학교2013> 종영의 최대 수혜자는 SBS <야왕>이었다. 


권상우, 수애 주연에 대한민국 드라마 최초 청와대 내 총격사건(?)을 그렸다는 화제성에도 불구, <야왕> 초반 시청률은 미지근이었다. 경쟁작인 MBC <마의>와 KBS <학교2013>이 강한 탓도 있지만, 남자판 <청춘의 덫>, 30대 버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라 불릴 정도로 별반 새로울 것 없어보이는 기시감과 진부함은 극에 대한 매력지수를 반감시키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학교2013>이 끝나고, <야왕> 또한 만날 주다해(수애 분)에게 당하기만 했던 하류(권상우 분)이 본격적으로 복수를 결심하면서 시청률은 고공행진하기에 이른다. 게다가 19일 12회를 통해 <야왕>은 그동안 동시간대 1위를 놓지 않았던 <마의>를  제치는 기염까지 토했다. 드라마 인기가 좋다보니, 극중에서 주인공임에도 강렬한 악역 연기를 선사한 수애는 자동 국민쌍년(?)으로 등극하였고, 반면 극중 주다해에게 철저히 당하는 역할을 맡은 권상우와 김성령의 동정표는 나날이 올라가는 추세다. 오죽하면 매번 허무하게 주다해에게 당하는 하류와 백도경(김성령 분)이 안타까운 나머지, 언제쯤 하류의 제대로 된 복수가 펼쳐지나고 인터넷 댓글을 통해 성토를 보내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엄연히 말해 <야왕>의 극 이음새는 그리 좋지 못하다. 주다해를 향한 하류의 복수극을 표방하고 있지만, 어설퍼도 너무 어설픈 하류의 복수과정은 되레 보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한다. 


이 드라마에선 주다해 빼곤 어디가 2% 부족해보일 정도로 허당들만 모여있는듯하다. 애초 하류는 사람에게 악감정을 한번도 품어보지 않을 정도로 순수했고, 20대 시절 아버지 때문에 온몸으로 사랑했던 남자와 헤어진 것 제외하곤 온실 속의 화초였던 백도경이기에, 야망을 넘어 범죄자의 DNA가 철철철 넘쳐 흐르는 주다해에게 옴짝달싹 당하는 것은 그렇다 치다. 




뛰는 하류, 백도경 위에 나는 주다해 있는지라 피도 눈물도 없는 철저한 악녀 본색으로 하류, 백도경에게 맞서는 주다해의 계략은 소름끼칠 정도로 꼼꼼하고 철두철미하다. 지난 11회에서 백도경 최고의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건들며, 끝내 사실상 시어머니 백도경에서 결혼 승낙을 받아내고, 도로 위에 종이를 뿌리며 승리를 자축하는 주다해의 음흉한 미소를 보아하니, 당장이라도 화면에 들어가 그녀의 먹살을 잡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또 하나 드는 생각이 있었으니....도로 위에 종이 뿌리는 거 도로 교통법 위반아닌가?????


드라마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당하는게 답답할 뿐인 주다해 계략에 제대로 말려드는 하류와 백도경의 순진무구함은 과정은 허술해도 재미있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우리나라 드라마 특성상(?) 너그럽게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야왕>은 2013년 드라마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극의 개연성 확보가 떨어진다. 하류와 주다해 사이에서 낳은 딸 은별 죽음 당시, 이제 겨우 예닐곱에 불과한 아역배우 박민하의 사진을 영정사진 처리한 것을 장기간 보여준 것은 기본, 지난 11회에서 보호자 확인도 안하고, 자기 마음대로 백도훈(정윤호 분) 친아버지 유품을 가져가는 것은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개인정보'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의아함까지 자아낸다. 


우리가 흔히말하는 쌍팔년도 드라마라면 다 아무 생각없이 넘어갈 수 있는 씬이다. 그러나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또한 미국산을 즐겨보는 시청자가 늘어나고, 그동안 대중영상문화 시장에 뛰어든 연출자, 작가들의 극 리얼리티, 개연성 구성력 또한 현격히 좋아졌다.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은 작년 <추적자>라는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를 다시 쓴 명품 드라마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뭔가 답답해도 한참 답답한 하류의 복수과정 외에도 도저히 현실적으로 그냥 넘어가기 힘든 전개 과정에 '제아무리 원작이 만화'라고 해도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야왕>은 허술한 극 전개에도 불구, 상당히 재미있다. 여전히 희대의 악녀 주다해에게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는 하류는 안쓰러움과 동시에 답답함을 선사하지만, 그래도 지난 19일에 방영한 <야왕> 12회에서 끝내 하류, 백도경뿐만 아니라 시청자들 또한 그토록 막고 싶었던 주다해와 백도훈의 결혼을 막은 하류의 기지는 잠시나마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하지만 강넘어 바다있다고 백도훈과의 결혼식은 물거품 되었다고 해도 결국 주다해는 그토록 염원하던 백학 그룹 며느리로 등극하고, 어찌된 일인지 백도훈 아닌 다른 남자와의 결합을 통한 대통령 영부인 등극까지 내정된 상태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더 화딱지 날 일들만 연이어 남은 셈이다. 


어찌되었던 복수극을 표방하는 <야왕>은 주다해가 원작 못지 않은 싸이코패스 기질 다분한 악녀로 진화할 수록, 반면 하류와 백도경이 주다해에게 밟힐 수록 극에 대한 몰입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주인공임에도 불구,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여주인공을 욕하면서 보는 또 하나의 인기 드라마가 탄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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