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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K팝스타2. 독이 되버린 방예담 천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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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문화의 한 현상을 두고 전문가와 일반 대중들의 평이 갈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평론가와 대중들의 반응이 극렬히 달랐던 대표적 사례로 2007년 개봉한 영화 <디워>를 꼽을 수 있다. 당시 7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흥행 성적과 달리, <디워>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싸늘 그 자체였다. 


<디워>만큼 공중파 토크쇼 토론 주제로까지 논쟁이 커지진 않았지만,  전문가와 대중들의 반응이 정반대로 나뉘었던 또 하나의 현상으로는 올 1월 초 발매하여 주요 음원 차트를 휩쓴 <무한도전-어떤가요>를 들 수 있다. <디워>와 <무한도전-어떤가요> 등 전문가 집단과 대중들의 생각이 대립하던 사례는 대개 전문가들이 대중들이 열광하는 어느 하나의 신드롬을 두고 비판적인 의견을 견지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재 SBS <K팝스타 시즌2>(이하 <K팝스타2>)에서 오디션 출연자 방예담을 두고 양현석, 박진영, 보아로 구성된 심사위원과 일부 시청자들이 갈등을 벌이는 형국은, <디워>, <무한도전-어떤가요>와 정반대로 돌아간다. 대한민국 아이돌 빅3 기획사로 꼽히는 SM, YG, JYP 수장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평에 따르면, 방예담은 20세기 최고의 팝스타 중 하나인 마이클 잭슨의 어린시절을 연상시키는(?) 천재다. 실제 방예담 군이 <K팝스타2>에서 선보였던 춤과 노래는 12살 어린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급이다. 


가수를 꿈꾸며, 연습에 매진하는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향후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방예담은 아이돌 3대 기획사들이 탐낼 만한 유망주다. 게다가 <K팝스타2>에서 리듬감 있는 팝을 춤과 함께 선보이는 방예담은  댄스 장르 위주로 가수를 육성하는 SM, YG, JYP 코드에 최적으로 부합한다. 


<K팝스타2>는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다소 독특한 아이돌 3대 기획사 취향이 크게 고려되는 오디션이라는 점에 있어서 여타 참가자들 중에서 유독 방예담을 선호하는 3개 기획사 수장들 취향은 충분한 설득력을 안겨준다. 하지만 <K팝스타2>는 미래의 K팝스타 유망주를 발굴한다는 목적이 가장 크지만, 현재 보여지는 실력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방예담은 12살이라는 어린 나이를 감안할 때, 출중한 실력을 가졌으며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할 K팝스타로 성장할 자질이 엿보이는 재능있는 참가자이다. 그러나 현재 보여지는 실력이 우선 고려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향후 가능성을 이유로, 방예담이 지난 10일 방송에서 탈락한 신지훈을 비롯 , 이전에 탈락한 참가자들을 대신하여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만한 실력을 보여줬는지는 다소 큰 물음표를 남긴다. 만약 <K팝스타2> 심사위원들이 방예담을 높이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인 '장래가능성'만 놓고 보자면 신지훈 양도 크게 해당되는 부분이다. 



분명 대중 음악에 오랫동안 종사한 심사위원들과 일반 대중들이 보고 듣는 관점은 크게 다를 수 있다. TV 스피커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었던 방예담 무대에 대한 감흥이 현장에서는 벅차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자칫 방예담을 유독 편애하는 것 같은 <K팝스타2>의 심사위원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은 것은 '과연 방예담이 여타 참가자들을 제치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실력이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지난주까지 방예담의 무대를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심사위원들이 있다면, 방예담의 무대에 실망을 느낀 대중들도 있는 법이다. 이 세상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생각,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무엇이든지 아는 것 만큼 보고 듣는다고, 지난주 방예담의 공연 이후 심사위원들이 건낸 '심사평'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처럼 심사위원들과 달리,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시청자들이기 때문에 심사위원들만 아는 방예담의 뛰어난 무언가를 알 지 못해 방예담을 혹평한다고도 볼 수도 있겠다.


"12살 짜리 꼬마한테 왜 3명의 심사위원들이 그렇게 놀란 척하며 극찬할까 라는 부분에 대해 시청자들이 이해를 못할 수도 있다" (지난 3일 <K팝스타2> 양현석 심사평 중)


"왜 심사위원들은 이렇게 흥분하고 시청자들은 잘 모르겠다 하는 부분이 있는데 노래는 가창력보다 박자가 더 중요하다. (지난 3일 <K팝스타2> 박진영 심사평 중)


그러나 지난 주 <K팝스타2>에서 방예담을 극찬하면서 건낸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에는 마치 시청자들을 가르치고, 설득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빚을 만한 뉘앙스가 역력했다. 그렇다고 심사위원들이 실제 시청자들을 가르쳐들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생각지는 않는다. 실제로 <K팝스타2> 관계자는 한 연예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방예담의 무대를 두고,  어린 나이지만 무대 연출에 대한 부분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보컬실력뿐만 아닌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무언가를 높이 평가한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주 방예담을 두둔하면서, 시청자들을 가르치고, 설득하려고 하는 것처럼 들리는 심사평으로 일부 여론의 몰매를 맞은 탓인지, 지난 10일 방영한 <K팝스타2>에서는 예전 무대와 달리, 방예담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보아와 박진영은 방예담의 'I DO' 무대를 두고 처음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면서, 난생 처음 방예담의 무대에 혹평을 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방예담은 YG와 JYP의 선택을 받으며 당당히 다음 라운드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한다. 


매번 무대에서 호평만 듣다가 처음으로 혹평을 들었다고 하나,  YG, JYP 선택을 받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방예담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시선은 그닥 곱지 않아 보인다. 단순히 인터넷 여론만을 가지고 모든 대중들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글쓴이의 지극히 개인적 소견에 따르면, 난생 처음 <K팝스타2>에서 가요를 부르며, 이전과 달리 미진한 모습을 보여준 방예담이 10일 탈락한 신지훈보다 더 나은 실력과 가능성을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YG와 JYP 심사위원들은 신지훈이 아닌 방예담을 선택했고, 다시 방예담은 이번주 부진을 딛고, 다음주 심사위원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K팝스타2>의 지나친 방예담 천재 만들기는, 방예담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우수한 재능을 떠나 상당한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는 독이 되어버린 것 같다. 행여나 다음주 무대에서 방예담이 이번주 부진을 압도할 만한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 않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면 악동뮤지션과 함께 <K팝스타2>가 배출한 천재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방예담 실력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제기될 법도 하다. 


방예담은 분명 발전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 어린 친구이다. 어린 나이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동시에 미래 K팝스타로 우뚝 설 자질이 충분해 보인다. 그래서 <K팝스타2>의 다소 낯 뜨거운 '천재 만들기'로 방예담 군이 가진 가능성까지 빛이 발해져 보이는 상황이 아쉽다. 


만약 <K팝스타2> 심사위원들이 방예담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향후 가능성'이라면, '천재'라는 세뇌 대신 차라리 "우리 3대 기획사는 방예담처럼 무대 연출에 능하고 춤 잘추고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라고 솔직하게 커밍아웃 하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역시 지나침은 아니한 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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