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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아빠 어디가. 어른들을 변화시키는 아이들의 놀라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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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전등같아요." 


MBC <일밤-아빠 어디가> 아이들을 보면, 예닐곱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견하고도 기특한 구석이 많다. 





올해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성준. 하지만 준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글과 말로 풀어서 표현하는 깊이는 종종 어른들을 감탄시킨다. 아직 세상에 덜 묻은 순수한 상태로 자신의 눈 앞의 세계를 마주하는 성준은, 이미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부하는 어른들이 종종 놓칠 법도 한 부분까지 되짚고 넘어가게 한다. 


"우리 아빠는 돌처럼 힘이 세고 단단하다. 아빠는 나무처럼 자세가 좋다. 아빠는 전등이다. 아빠는 가족을 위해 밤에도 일하기 위해 깨어있다. 그래서 아빠는 우리집 지키미다." 





드라마, 영화 촬영으로 집에 늦게 들어오는 아빠 성동일을 보고, 준이는 '전등'이라 표현했다. 밤이 되면 늘 켜지는 전등. 8살 아이의 준이에게는, 남들이 잘 때도,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니라고 잠 안자고 깨어있는 전등과 가족을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아빠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는가 보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깨어있는 아빠를 향한 고마움과 존경심이 물씬 담긴 준이의 글을 묵묵히 읽고 있던 성동일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준이를 꼭 안아준다. <아빠 어디가> 초반. 서로에게 다가가기 어려웠던 서먹함은 어디가고,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아빠와 아들로 거듭난 성동일과 성준의 성장 동화는 흐뭇함을 안겨주는 동시에, 가족이라는 울타리 하에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의 중요성을 각인시킨다. 


<아빠 어디가>가 방영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다섯 아이들 공로가 가장 크겠다. 하지만, 저출산 시대. 출산과 육아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됨에도 불구, 정작 경제적 이유로 부모와 자식 간의 정서적 교감을 형성하기가 예년보다 힘들어진 현실. 아빠와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며, 서로를 향한 친밀감을 맺는다는 컨셉은 시청자들 사이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서로에 대해서 막연한 그리움은 있었으나, 잘 알지 못했던 아빠와 아이들. 유명한 웹툰 윤태호의 '미생' 143 수(화)에 이런 말이 있었다. 잠깐이나마 함께 있을 땐 과장이다 싶에 호들갑스런 친근함을 나눴는데 막상 말을 나눠보니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고. 





잠깐의 호들갑스런 친근함이 아닌, 1박2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와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 아빠들은, 자신만 몰랐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과 동시에 당황스러움까지 느끼게 된다. 


아들 윤후가 사랑스러워서 친 장난이 정작 후에게는 다소 부담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에 아빠 윤민수는 살짝 서운함까지 느낀다. 이제 겨우 10살임에도 불구, 공부에 시달려야하는 민국이의 고충과, 승부를 가리는 가위바위보와 게임에서 눈물을 흘리는 성준과 지아의 눈물까지. 그동안 아빠들이 몰랐던 아이들의 세계는, 그들이 자라났던 시절보다 더 힘들고 고달퍼 보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빠 어디가> 아빠들은 서로를 위해 사는 것처럼,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아빠 어디가> 여행하는 잠깐만이라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고자 한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원하는 것은 그리 크지 않았다. 누군가를 이겨야한다는 부담이나 걱정 없이 그저 아빠와 함께 마음껏 뛰어 노는 것. 





앞으로 더욱 살기 어렵다는 명분 하에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국제중' 등 특수목적고 입학을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입시 경쟁을 부추기는 어른들에게 여러모로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아이들의 솔직한 고백. 이제 <아빠 어디가> 바깥세상의 어른들이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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