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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해피 로즈데이 소희. 아이돌 넘어 배우로서 가능성 보여준 오열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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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방영한 KBS 드라마 스페셜에는 <HAPPY 로즈데이>(이하 <해피 로즈데이>) 라는 제목으로 결혼생활 중 위기에 빠진 부부의 이야기를 새로운 각도로 그려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정웅인, 소유진, 뮤지컬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김도현 등 쟁쟁한 라인업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원더걸스 소희였다. 





2008년 개봉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이미숙, 김민희와 함께 열연한 적은 있지만, 그 이외 별다른 연기 활동을 하지 않았던 소희였기에 단막극이지만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소희의 연기력이 궁금했다. 


<해피 로즈데이>의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4년 만에 옛 남자친구 도훈(김도현 분)을 상사로 만나게 된 가영(소유진 분). 자신과의 결혼을 피하는 도훈이 싫어서 찬우(정웅인 분)과 결혼한 가영은 예전처럼 다시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도훈에게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배우자 몰래 위험한 사랑에 빠진 이는 가영뿐만이 아니었다. 가영이 도훈을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찬우 또한 우연히 인연을 맺은 꽃집 아가씨 아름(안소희 분)에게 반하게 된다. 





배우를 지망하지만, 암 투병 중인 엄마 대신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아름의 당당하고도 밝은 매력에 이끌린 찬우. 그에게는 가영도 있고, 아들도 있지만 아름을 향한 마음을 쉽게 접을 수 없다. 아름 또한 찬우가 싫지 않다. 가장 힘들 때,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찬우가 아빠였으면, 혹은 남편이길 꿈꾸는 아름. 하지만 찬우 지갑 속 가족 사진을 보고 애써 그를 향한 감정을 숨긴다. 


가영. 그리고 찬우의 두 갈래 이야기로 구성한 <해피 로즈데이>의 테마는 불륜이다. 배우자에게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한 채,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던 가영과 찬우 각각에게 다가온 이는 다시금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하지만 가영과 찬우의 일탈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다시 일상을 선택한 가영과 찬우는 힘들지만 조금씩 서로에게 맞춰 걸어가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이 부부가 다시 원 궤도로 돌아가기까지는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4년 전 가영의 곁을 쿨하게 떠난 도훈은 다시 만난 가영을 놓아주지 않는다. 오히려 떠나는 법을 알고 있는 이는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아름이었다. 찬우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그를 정말로 좋아하기에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찬우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아름은 정말로 아름다웠고 예뻤다. 





여타 드라마와 달리, 일탈에 빠진 부부의 각 사정을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 ‘불륜’이라는 소재 탓에 다소 불편하게 다가오는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껄끄러운 위험한 사랑을 귀여운 순정만화로 완화시킨 공은 정웅인과 소희에게 있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악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정웅인은 <해피 로즈데이>에서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 자신의 딸벌 20대 아가씨를 짝사랑하게 되어 일생일대 고민에 빠진 평범한 40대 남자 그 자체가 되어 민준국과 정반대인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사한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소희가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분명 정웅인이라는 내공 있는 명배우의 뒷받침도 한몫했다. 





그러나 소희 자체가 가진 재능도 뛰어났다. 연기의 기본 중의 기본인 발성, 대사처리, 표정 모두 아이돌 특유의 경직되고 과장됨 없이, 캐릭터의 성격을 고스란히 표현할 줄 아는 소희는 준비된 연기자였다. 특히나 찬우와 아름이 단 둘이 술을 마실 때 소희가 보여준 만취 연기와 극 초반과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아름의 감정을 표현하는 소희의 오열씬은 원더걸스 소희가 아닌, 배우 안소희의 미래를 기대케 한다. 


악역 아닌 순정남으로서의 정웅인의 또 다른 매력, 소유진의 농익은 감정 전달, 김도현이라는 새로운 훈남 발견 외, 인기 아이돌을 넘어 연기자로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안소희의 가능성까지.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된 이야기 구조 외에 배우들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던 <해피 로즈데이>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드라마였다. 





재능 있는 신인 연출가, 작가. 그리고 배우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곳. 그렇게 드라마 스페셜 <해피 로즈데이>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목매는 방송 환경 속에서도 계속 단막극이 지속되어야하는 이유를 넌지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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