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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미생 7회. 답답하면서도 채널을 돌리지 못하는 우리들의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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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방영한 JTBC <썰전>에서 허지웅은 tvN <미생>을 두고 답답하면서도 차마 채널을 돌리지 못하는 드라마라고 평가한다. 그의 말을 빌려 지난 7일 방영한 <미생> 7회는 그 답답함과 먹먹함이 더 절정으로 치닫은 한 회였다. 





이란 원유 수입 건을 영업 3팀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제출했던 오상식(이성민 분) 과장은 예상치 못했던 국제 정서 악화에 결국 영업팀 김부장이 추진하던 중국 아이템으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중국 또한 사정이 좋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오 과장은 어느 누구도 생각지도 못했던 북한 히토류 수입으로 그의 아이디어가 영업팀의 전략 사업으로 입지를 굳히나 싶었더니만, 사내정치, 그리고 전무(이경영 분)의 말 한 마디에 그간 들였던 시간과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장그래(임시완 분)의 말처럼 어느 하나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회사는 장그래, 안영이(강소라 분), 장백기(강하늘 분) 같은 신입사원은 물론이거니와 오 과장처럼 뼛속까지 상사맨에게도 한없이 어렵다.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업무 능력도 뛰어나야하지만, 그와 별개로 회사 사람들, 특히 상사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야한다. 





그나마 장그래는 그의 업무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상사들을 만났지만, 현실의 신입사원들이 만나는 상사들은 안영이가 속한 자원팀, 장백기가 속한 철강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장차 임원감이라고 점찍어 놓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안영이를 여자라는 이유로 멸시하고, 배척하는 자원팀 상사들이 한없이 얄밉고 짜증이 나도, 그럼에도 그들을 쉽게 나무랄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보아온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안영이를 견제하는 자원팀 사람들이 다소 찌질해 보일지라도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 또한 그들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대부분의 상사들은 자기보다 일 잘하고 능력있는 부하 직원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승진과 월급이 직장인의 전부라는 전제를 차치하더라도, 언제 그만두라는 통보가 떨어질지 모르는 회사에서 새파란 부하직원에게 밀린다는 것은 곧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민감한 사항이다. 





그래서 자원팀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 인터내셔널에 살아남는데 있어 걸림돌이 될 안영이를 잠재우기 위해 갖은 핍박과 모욕을 아끼지 않는다. 안영이를 밟지 못해 안달이 난 자원팀 사람들이 안영이에게 가장 듣고 싶은 대답은, 장백기가 안영이가 했던 충고처럼 그냥 져 주는 것이다. 


하지만 안영이는 마냥 무기력하게 자신을 견제하는 자원팀 남자들에게 져주지 않는다. 특유의 패기와 전략으로 어느 누구에게도 녹록지 않다는 재무부장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안영이는 기어이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는 자원팀 정과장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제안서를 완성해낸다. 





그러나 실력으로 자신을 옭매는 숱한 제한들을 뚫는다는 것은, 장그래, 안영이처럼 신입사원 때나 가능한 순수한 기적일 지도 모른다. 오 과장 정도의 연배와 경력이 되면, 단순히 업무 능력과 기발한 아이템만으로는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때로는 눈에 훤히 드러나는 객관적인 지표와 실적을 뛰어넘는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이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대한민국 곳곳에 드러나는 현실이다. 


그 뛰어난 사업 아이템을 기획,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내 힘과 균형의 논리에 밀려 제대로 물 먹은 오 과장의 좌절이 그 어떤 드라마, 영화의 캐릭터가 겪는 시련보다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것은 그 아픔 또한 우리들 대다수가 살아남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어야했고, 앞으로도 수도없이 겪어야할 고통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해나간들 한들, 그럼에도 여전히 불합리한 현실에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오 과장도 그 날도 술로서 울적한 마음을 달랜다. 







매일 술로 달랠 수밖에 없는 남편의 새까맣게 타들어간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 술이나면서 오과장을 타박하는 아내에게, 오 과장은 술이 정말 맛있다고 마음에도 없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버틸 수 없기에 술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그렇게 <미생>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술을 들이킬 수밖에 없는 이 사회의 미생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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