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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응답하라 1988 6회. 다크호스 박보검 등장. 본격적인 혜리 남편 찾기 서막이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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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88> 6회에는 러브라인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성덕선(혜리 분)의 열렬한 짝사랑을 받으며, 미래의 덕선(이미연 분) 남편 유력 후보로 주목받았던 선우(고경표 분)가 덕선이 아닌 그녀의 언니 성보라(류혜영 분)에게 연정을 표하며, 일찌감치 남편 후보에서 제외된 것. 그리고 미래의 덕선 남편(김주혁 분)의 입에서 과거 덕선이 선우에게 고백 했다가 제대로 차였던 흑역사가 튀어 나오는 순간, 선우는 덕선의 남편이 아닌 것으로 완전히 판명되었다. 





이쯤 되면 그동안 덕선을 남몰래 흠모해온 김정환(류준열 분)의 싱거운 승리로 끝날 법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가 선우의 빈자리를 메우며 새로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그의 이름은 천재 바둑기사 최택(박보검 분). 그동안 바둑만 열심히 두었지, 그 외에는 이렇다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최택이 덕선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 


그렇다. 지난해 대한민국 최고 관객수를 기록한 <명량>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뒤로 KBS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너를 기억해>, 영화 <차이나타운> 등에서 줄줄이 멋있는 캐릭터를 꿰차고, 라이징 스타라면 누구나 거쳐간다는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 MC까지 맡은 박보검은 그저 쌍문동 골목길 다섯 친구 중 하나가 아니었다. 남편 찾기에 유독 공을 들이는 <응답하라 1988>이 꽁꽁 숨겨두었던 복병 중의 복병이었다. 





원래 <응답하라 1988>이 생각한 주요 러브라인은 정환-덕선-택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였다. 하지만 여주인공 남편이 누구인지 알려줄듯 말듯 하면서 시청자 약올리는게 취미이자 특기인 <응답하라 1988>은 새로운 시리즈 시작과 함께 지난 <응답하라 1994>보다 한층 더 진화된 낚시 기법을 펼친다. 


애시당초 덕선의 남편과 거리가 영 멀었던 선우를 덕선의 첫사랑으로 분하게하여 바람잡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케 한 것이다. 게다가 선우는 다정다감한 성격에서부터 반듯한 외모까지,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를 떠올리게 하는 많은 공통점을 가졌기에 덕선의 남편 후보로 손색없었다. 일찌감치 선우가 덕선이 아닌 보라를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덕선과 남편으로 이어질 수는 없어도 꽤 오랜 세월 덕선의 속을 애타게 하는 인물로 남을 줄 알았다. 





그런데 1988년 첫 눈 오는 날, 보라에게 용기내어 고백한 장면을 끝으로, 선우는 덕선의 남편에서 영구 탈락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러브라인의 혼선 속에 언니와 동생이 한 남자를 두고 싸우는 막장극은 일찌감치 선을 그은 셈. 이쯤 되면 시청자들을 제대로 낚은 데 성공한 제작진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을 듯 하지만, 웬걸. <응답하라 1988>을 애청하는 대부분 시청자들에게 선우는 덕선의 첫사랑의 상대일 뿐, 그를 미래의 덕선 남편으로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덕선과 선우에게는 5회 오프닝에 등장한 라면집씬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스킨십과 관계 진전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때 선우가 덕선의 어깨에 손을 올린 것 또한, 선우에게는 오랜 동네 친구에게 무심코 취한 일상적인 행동 이었을뿐이다. 다른 친구들에게 비해 덕선에게 유독 다정하게 군 것도,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본인 성격 탓이 가장 크겠지만, 혹시나 자신이 오랫동안 연모해온 보라와의 사랑을 이루는 데 있어서 그녀의 동생인 덕선이 다리를 놓아줄까봐, 그래서 더욱 덕선에게 친절하게 대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덕선과 심쿵한 장면은 모두 덕선을 짝사랑하는 정환의 몫이었다. 좁디 좁은 벽과 벽사이에서의 숨막히는 밀착씬,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곤욕을 치루는 덕선을 위해 흑기사를 자처한 정환의 팔에 진하게 튀어나온 힘줄 등등. 하지만 애시당초 정환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덕선은 정환에게 별반 관심이 없다. 네가 그러던지 말던지, 난 선우만 본다 이런 식이다. 


그런데 그 장면을 숨 죽이며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덕선이 정환이 아닌 선우를 선택한다고 한들, 수많은 시청자들 마음 속의 덕선 남편은 한 여자(덕선)만을 바라보는 츤데레 순애보 정환으로 확연히 기울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건들 거리는 몸짓에 2015년 덕선의 속을 살살 긁는 남편의 상태(그리고 정환의 아버지인 김성균처럼 내복차림으로 집안 활보)를 보아하니, 1988년, 세상만사 불평 불만으로 가득찬 시크 까칠 김정환씨와 제법 싱크로율이 맞아보인다. 그러니 덕선이 선우를 향한 처절한 짝사랑을 외치던 말던 간에 시청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덕선 남편으로 정환 당첨을 외칠 수밖에. 





하지만 덕선의 첫사랑으로 첫사랑 특유의 애틋한 감정만 일으켰을 뿐, 일찌감치 덕선 남편과는 영 거리가 멀었던 선우와 달리, 소리없이 러브라인의 중심에 훅 들어선 택이의 등장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그리고 뒤늦게 생각해보니, 유명 스타라는 점에서 택이는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와 비슷한 점을 공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칠봉이처럼 순애보라는 것도 꼭 닮아 있었다. 아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사람 가슴 훅 파고드는 것도 똑같다. 


그러나 뒤늦게 덕선에게 자신의 연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택의 변화에도 불구, 의외로 그는 덕선의 남편과 영 거리가 멀다는 제법 설득력있는 주장이 제기된다. 잘 알다시피 최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둑 천재 이창호 9단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이다. 택이와 달리 양친 부모가 모두 살아있다는 점을 제외하고, 아버지가 금은방을 운영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커 페이스라는 것도, 살아있는 돌부처 이창호 9단의 실제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창호 9단의 아내가 11살 연하라는 것이다. 설마 아내의 나이 차이까지 이창호 9단을 따라하겠나 싶기도 하지만, 의외로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 이창호 아내처럼 11살 차이는 아니지만, 띠동갑 차이가 나는 선우 동생 진주가 버젓이 한 동네에서 살아있기 때문이다. 디테일에 강한 <응답하라 1988> 제작진인 만큼,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결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이런 뻔한 추리를 뒤집는 반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할 듯하다. 





어찌되었던 연적 선우가 사라져(?) 쾌재를 부르던(흐흐흐흐흐흐가 자동 연상될 정도) 정환의 기쁨도 잠시. 정환은 선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최택과 진짜 힘들고도 어려운 싸움을 이어나가야한다. 비록 최택이 바둑 외엔, 모든 것에 서툴고 어리숙하긴 하지만, 목표하는 바가 생기면 특유의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것으로 성취한다는 것. 그래서 뒤늦게 덕선과 정환 사이에 끼어든 최택이 무서운 이유다. 혹시 아나,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가 남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에 버금가는 명대사가 최택의 입에서 나올지도. 


아무튼 선우 가고, 최택이 그 자리를 꿰찬 <응답하라 1988>의 주요 러브라인은 이로소 확실히 정리되었다. 이제 정환과 택이를 두고 <응답하라> 시리즈 특유의 낚시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일만 남았다. 아, 아직 동룡(이동휘 분)이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동룡이까지 가세해서 덕선이 남편은 누굴까요 알아 맞춰 봅시다 식의 낚시가 계속 이어 갈 것이다. 이렇게 정환으로 다소 싱겁게 마무리될 것 같은 혜리 남편 찾기는 최택이라는 다크호스가 등장함에 따라, 다시금 새로운 활력소를 찾게 되었다. 그럼에도 1988년 첫 눈 오던 날, 덕선의 흑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는 2015년 덕선 남편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그가 누구인지는 이미 정해진 것 같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보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일찌감치 덕선 남편에서 탈락한 선우가 그렇다고 보라 남편이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정환이 형 정봉이(안재홍 분) 또한 보라를 향한 남다른 감정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만큼, 한 술 더 떠 보라 남편 찾기까지 시작될 지도 모른다. 


고로, 쌍문동 골목길 아이들 중, 어느 누구도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닌 <응답하라 1988> 남편찾기에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이미 제작진의 고도의 노림수에 제대로 낚여 버린 우리 시청자들은 그저 이 상황을 즐길 뿐. 어찌되었던 자신들의 변함없는 뚝심(남편찾기)을 시청자들에게 기어코 설득시키는 데 성공한 <응답하라 1988> 제작진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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