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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응답하라 1988 12회. 여심 사로잡는 류준열 vs 박보검 매력 대결. 남편 찾기는 그저 거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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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동네 친구 택(박보검 분)이 덕선(혜리 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정환(류준열 분)은 섣불리 덕선에게 다가갈 수 없다. 오히려 덕선을 피하는 눈치다. 그럼에도 덕선을 볼 때마다 배시시 웃음이 나오는 감정까지 숨길 수 없다. 





정환은 모른다. 덕선이 택이가 아닌 자신을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을. 한편 정환이가 덕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는 택이는 덕선에게 더욱더 앵긴다. 덕선에게만 의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덕선이 위기에 처할 때, 그녀의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제법 남자다운 모습도 보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 덕선의 마음 속에는 정환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서도 그랬듯이,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여주인공을 둘러싼 러브라인은 언제나 그랬듯이 '삼각관계'다. 그것도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 형제, 같은 하숙집에서 기거하는 룸메이트, 오랜 동네 친구 등등 출연료 문제 때문인지 <응답하라> 시리즈가 구현하는 러브라인 범위는 지극히 좁다. 뭐 자주 보는 사이일 수록 정이 들어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는 하다만. 





특히나 어릴 때부터 바둑만 둔다고 학교에 가지 않았던 택이가 잘 아는 여자는 오직 덕선이 뿐이다. 기원에도 여자 바둑 기사가 몇 명 있다고 하나, 택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선,후배, 동료들 뿐일듯. 자신의 속 마음까지 모두 털어놓을 정도로 편안한 상대는 덕선이 밖에 없다. 게다가 덕선이는 얼굴도 예쁘고, 세상 그 누구보다도 택이를 잘 챙겨주니 택이로서는 덕선이 고맙고, 그 마음이 연정으로 발전할 수밖에. 


하지만 덕선의 가슴 속에는 택이가 아닌 정환이 깊숙이 박혀있는 듯하다. 누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소문만 들어도, 쉽게 마음을 여는 '금사빠' 스타일이라고 하나, 이번에는 제법 진지한 것 같다. 그도 그럴듯이 정환이는 택이와 더불어 2015년 덕선 남편으로 유력한 인물이니까.  





지난 12일 방영한 <응답하라 1988> 12회에서 택이가 덕선에게 제법 많은 애정 표현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 눈치 없는 덕선이는 택이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까마득하게 모른다. 택이와 나는 그저 친구일 뿐이고, 보살핌이 필요한 친구니까 나에게 앵기는 것 뿐이다. 이렇게 단정 짓고 택이를 대한다. 그래서 택이가 아무리 덕선에게 호감을 표시한다고 할 뿐, TV 밖에서 택이를 응원하는 시청자들만 '심쿵'하지, 정작 당사자인 덕선이는 무덤덤하다. 


택이가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한다고 한들, 덕선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정환이가 쉽게 떠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택이는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시청자들로부터 나정 남편으로 쓰레기 못지 않은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시작부터 '나정이 남편은 쓰레기'라고 강하게 못박은 제작진들에 의해 마지막 순간에 탈락할 수밖에 없었던 그 칠봉이 말이다. 그러나 매사 자신이 던지는 투구만큼 반듯했던 칠봉이와 달리, 바둑을 두지 않는 택이의 평소 모습은 매사 누군가의 손길을 거쳐야했던 쓰레기를 연상케 한다. (쓰레기도 병원에서 만큼은 완벽했다).   


오히려 정환이는 시크한 성격을 제외하곤, 혼자서도 잘해요 쪽이다. 엄마 라미란 여사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인지, 아님 매일 엄마의 손길을 받아서 그런지, 그의 방은 항상 가지런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고, 바둑을 두다가 그대로 잠이 든 연적 택이를 위해 이불 자리를 펴서 택이를 눕히는 츤데레의 면모를 보여준다. (하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심장 어택하는 것은 쓰레기랑 똑같다. 이래서 택이를 좋아하면서도 정환이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vs 칠봉이 구도를 그대로 차용한 것 같으면서도, 각자의 캐릭터는 조금씩 섞어놓은 듯한 변주를 보여 준다. 그럼에도 <응답하라 1988>의 덕선 남편 찾기는 매회 미궁 속으로 빠졌던 <응답하라 1994>의 나정 남편 찾기와 달리, 어느 정도 답이 나와있는 것 같다. 이미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철저히 학습 당한 전례가 있긴 하지만,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대하는 덕선의 태도나, 그들 사이에 흐르는 배경 음악, 아니 <응답하라 1988>의 전체만 봐도 그런 기운이 절로 느껴진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8회 분량 동안 택이가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한들, '어남류'라는 단어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정환에게 철저히 승세가 기울어 있던 뻔한 승부라고 한들, 그럼에도 그 판에서 무모한 돌을 올리는 택이에게 자꾸 마음이 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고 택이가 정환이를 제치고 무조건 덕선 남편이 되어야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냥 택이를 보고 있으면, 누군가를 혼자 사랑하고 혼자 상처받았던 지난날이 오버랩 되어, 저 드라마 속 인물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예쁜 사랑을 하였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그러나 시간이 갈 수록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택이와 달리, 정환이는 자꾸만 움추러 들고 있다. 덕선을 향한 자신의 감정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는데, 친구 택이를 위해서 애써 그 감정을 숨기고, 차갑게 돌아서 버리는 척 하는 정환이가 이제 남몰래 가슴앓이를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덕선이도 정환이를 계속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 





하루 아침에 엇갈려 버린 세 남녀의 향방은 어떻게 흘려갈 것인가. 다른 드라마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 하였던 '단골' 메뉴임에도 불구, 이상하게도 <응답하라 1988>의 삼각관계에는 보는 사람을 끌어 당기는 마력의 흡인력이 있다. 그래서 덕선이 남편이 누구인가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덕선, 정환, 택이가 미묘하게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그 자체가 설레고 즐겁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대 <응답하라> 시리즈 남자 주인공들의 엑기스만 모아 놓은 정환과 택이가 있다. 남편 찾기는 그저 거들 뿐, 사실은 정환이 택이 때문에 자꾸만 보고 싶은 <응답하라 1988>은 다음주에도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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