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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을 뜨겁게 달군 잭 블랙. 영화 홍보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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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봐도 홍보 목적이 다분한 출연이었다. 지난 30일 MBC <무한도전-스쿨오브락>에 출연한 잭 블랙은 지난 28일 국내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팬더3>에서 주인공 포 더빙을 맡았고, 영화 홍보를 위해 지난주 20일 여인영 감독과 함께 한국을 찾기도 했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여정에도, 잭 블랙이 기어이 <무한도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쿵푸팬더3> 홍보 목적이 가장 크다. 그가 <무한도전> 오프닝에서 말했듯이, 한국은 인구가 많지는 않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성을 가진 나라다. <쿵푸팬더3>의 잭 블랙 뿐만 아니라, <어벤져스2>, <스타워즈:깨어난 포스> 또한 개봉 전 감독과 주요 출연진들이 개봉 전 한국을 찾아 프로모션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잭 블랙은 한 술 더 떠, 한국 예능프로그램에 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잭 블랙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스타가 한국을 찾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화 홍보가 되는 마당에 그의 <무한도전> 출연은 다소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게다가 <쿵푸팬더>는 <겨울왕국> 이전 한국에서 가장 많은 관객수를 기록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고정 팬들도 상당한 유명한 시리즈 이기 때문에, 굳이 잭 블랙이 한국 TV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흥행은 따 논 당상이었다. 





그럼에도 잭 블랙은 <무한도전>의 출연 제의를 받아 들었고, <무한도전> 또한 오랜만에 월드스타와 함께 하는 녹화인만큼, 잭 블랙의 어려운 발걸음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잭 블랙을 위한 맞춤 특집 운용을 도모한다. <무한도전>이 잭 블랙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는 다름아닌 <무한도전> 클래식이었다. 한국 예능을 처음으로 접하는 잭 블랙이 빠른 시간 내에 한국 예능에 적응할 수 있는 토막 게임 위주로 진행된 이날 방송은 할리우드 스타를 위해 호들갑 떨면서 특별히 준비한 것이 아니라, 11년 <무한도전> 역사가 그대로 담긴 그들의 정체성이었다. 


잭 블랙이 녹화장에 입장 했을 때, 격하게 그를 환영한 <무한도전> 멤버들은 “잭블랙의 집을 찾아가겠다.”는 말만 건넬 뿐, 잭 블랙이 얼마나 한국을 사랑하는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알고 있는지 묻지도 않고, 함께 말춤을 추는 시간도 갖지 않았다. 대신, ‘강남스타일’ 아닌 '백세인생', '심쿵해'와 같이 잭 블랙과 같은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였고, 처음 들어보는 노래임에도 비교적 정확히 음정을 맞춰 부르는 그의 모습은 놀라움과 동시에, 보는 이들의 배꼽을 잡게한다. 





4시간이라는 짧은 녹화 기간 동안 <무한도전>이 포착한 잭 블랙은 타고난 예능감과 상황 이해력을 바탕으로 적재적소 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천상 희극인 이었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말도 잘 통하지도 않고, 그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낯선 환경 이었지만, 잭 블랙은 금세 <무한도전> 미션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요구하는 것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몸개그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날 방송에서 잭 블랙이 돋보인 것은, 타고난 개그 유전자보다 매 상황마다 최선을 다하여 임하는 그의 모습이었다. 말로만 재미있다가 아니라, <무한도전> 촬영에 흠뻑 빠진듯한 잭 블랙은 자신의 온 몸을 던지며 게임에 임했고, <무한도전> 멤버들도 오랜만에 녹화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무한도전> 김태호PD가 잭 블랙과의 녹화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언급 하였듯이, 4시간만에 1시간 반 분량의 방송 분량을 챙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방송 직후, 네티즌들 사이에서 앙리 편에 이은 또 다른 레전드 편이 나왔다고 할 정도로 극찬이 쏟아지는 잭 블랙 과의 4시간은 이경규의 소신처럼 녹화 시간에 따라 방송의 질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확인시킨다. 


물론 4시간 촬영에도 <무한도전> 역사에 길이남을 레전드 편을 만들었다는 것은 잭 블랙과 같은 희극계의 거성만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카메라가 돌아갈 때 출연진들이 얼마만큼 집중하고, 노력하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온 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촬영에 몰입한 잭 블랙은 다음에도 <무한도전>에 나오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 말은 진심이었다. 녹화 내내, 멤버들의 짖궂은 질문도 다 받아주며, 어려운 미션도 흔쾌히 응한 잭 블랙은 영화 홍보를 위해 모습을 드러낸 특별 게스트가 아니라, 매주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고정 멤버같았다. 


잭 블랙이 혼신의 힘을 다해 목소리 연기를 했다는, <쿵푸팬더3>에 대한 별다른 언급도, 잭 블랙의 한국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김치를 먹거나 말춤을 추는 시간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잭 블랙이 나왔다는 <쿵푸팬더3>가 보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인만큼, 그가 목소리 주연을 맡은 <쿵푸팬더3> 또한 스크린을 통해 그가 가진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마음껏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잭 블랙이 나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송 이었지만, 자신이 가진 유쾌한 개그 DNA를 <무한도전>에 마구 뿜어놓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그 분. 진정한 월드 스타는 퇴장하는 뒷 모습도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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