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화 방영하는 MBC <왕은 사랑한다>는 고려 충렬왕, 충선왕 시기를 배경으로 한 '팩션' 드라마이다. 훗날 충선왕이 되는 왕원(임시완 분)은 고려 시대 '충'자 돌림 군주 중에서 그나마 평판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 즉위 초기 잠깐 개혁 정치를 펼치긴 했지만, 2번에 나눠진 재위 기간 통틀어 고작 1년만 고려에 머무를 정도로 뼛속까지 '친원'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역시 좋은 왕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당시 원의 부마국 '고려'에 다한 엄청난 내정간섭 때문에 그들의 사위였던 고려 왕들 모두 정치를 내팽개치고 폭군이 된 것을 보면, 똑똑하고 사리분별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충선왕 또한 시대만 잘 타고 났으면 좋은 왕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충선왕이 세자 시절,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왕은 사랑한다>는 자연스레 충선왕(왕원)의 긍정적인 면만 비춰진다. 선량하면서도 정의로운 세자 왕원은 은산(임윤아 분)을 사랑하는 희대의 로맨티스트다. 그런데, 왕원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은산, 은산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왕린(홍종현 분)은 허구의 인물이다. 왕원의 부모와 충렬왕의 총애를 받는 무비, 왕린의 동생이자 훗날 정비가 되는 왕단(박환희 분) 정도가 실존 인물이다. 


그래도 <왕은 사랑한다>는 팩션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책에 기록된 충렬왕(정보석 분)과 충선왕의 갈등, 그리고 원과 고려를 둘러싼 대립 등을 기반으로 실제 역사를 따라 사실적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로 평가 받는다. 이는 동명 원작 소설이 보여준 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의 인기는 기대 이하다. 임시완, 임윤아 등 인기 아이돌 출신(심지어 임시완은 여러 영화,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까지 인정받았다.)이 주연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6~7% 안팎을 오가는 수준이다. 


아이돌 출신 배우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임시완의 열연이 돋보이는 드라마이지만, 그럼에도 <왕은 사랑한다>의 시청률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오직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가 가진 태생적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고려 말 충렬왕, 충선왕 이야기는 한국 드라마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덜 다뤄진 희귀 아이템이다. 


지난 2014년 같은 방송국, MBC에서 방영한 <기황후>는 고려 '충'자 돌림 중에서도 가장 악명높았던 충혜왕을 시대를 잘못 타고난 훌륭한 군주로 다뤄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이 역시 원, 조선에 의해 왜곡된 기록일 수 있어 사실인지 명확한 확인은 불가하지만), 충선왕의 세자 시절을 중점으로 그려지는 <왕은 사랑한다>는 아예 세자의 삼각 로맨스에만 관심을 둔다. 오죽하면, <왕은 사랑한다>를 두고 고려판 <발리에서 생긴 일>이라고 할 정도로, 왕원-은산-왕린 간의 삼각 관계가 어마어마하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이들의 사랑 이야기에 쏠려 있는 터라, 딱히 할 말도 없어 보인다. 훗날 역사 기록에 따르면 충선왕의 여자 관계가 상당히 복잡하긴 했는데, 드라마에 등장하는 은산은 심지어 허구의 인물이니, 그냥 충선왕을 소재로 한 퓨전 '로맨스' 사극 드라마로 보면 될 것 같다. 


로맨스 드라마라면, 왕원과 은산, 그리고 왕린 간에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야 할 텐데, 아쉽게도 <왕은 사랑한다>는 그마저도 안되는 것 같다. 그나마 나오는 반응은 임시완이 아깝다는 이야기 뿐. 그래도 예정된 40부작 중 이제 절반을 넘어가는 지금, 왕원-은산-왕린의 삼각 로맨스가 점점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서 반등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앞으로 아버지 충렬왕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한 왕원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나, 결과적으로는 기승전-로맨스인 <왕은 사랑한다>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배우로서 비교적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던 임시완의 흑역사로 남질 않길 바랄 뿐이다. 임시완 같은 경우에는 본격적으로 주연으로 나선 이후 영화 흥행 성적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같은 경우에는 감독을 둘러싼 논란이 아쉽긴 했지만, 요즘 한국 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스타일리쉬한 느와르 감성을 선사하며, 강력한 팬덤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왕은 사랑한다>는 <불한당>처럼 아쉬운 시청률을 상쇄할 수 있는 마니아층도 딱히 보이지 않고, 부디 남은 회에서 반등시킬 수 있는 요소가 많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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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