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를 보여주기로 악명높은 MBC 주말 드라마였지만, 그래도 엄정화와 구혜선이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에 나름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MBC 막장드라마 역사를 새롭게 쓰는 졸작으로 남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10% 중후반을 기록했던 높은 시청률 정도? 하긴 김장겸의 MBC는 무슨 소리를 듣던간에 시청률만 높으면 그만일 것 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청률을 떠나, 드라마 초반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 하차를 하여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던 구혜선이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드라마 제목 그대로 너무한 드라마 였다. 제작진의 드라마 제목 작명 센스가 빛나는 순간이다. <당신은 너무합니다>. 진짜 "너무합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드라마라니. 그래도 시작은 좋았다. 엄정화가 오랜만에 드라마를 컴백하는 그 자체만으로 좋았다. 그래도 엄정화가 주연으로 참여하는 만큼, 막장은 아니기를 바랐다. 비록 극중 가수로 성공한 유지나(엄정화 분)가 무명 시절 버렸던 아들을 찾는 설정은 식상 했지만 그래도 엄정화니까 다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MBC 주말 드라마 막장 공식은 영원한 가요계의 여왕 엄정화조차 피할 수 없다. 엄정화의 열연이 무색하게 <당신이 너무합니다>는 개연성 제로, 작위성으로 가득찬 희대의 막장드라마를 선사했다. 엄정화를 사랑하는 오랜 팬으로서,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잘나가는 그녀가 왜 이런 드라마에 출연했는지 원망스러울 정도다.
제작진의 캐스팅에 응한 엄정화도 이런 드라마로 끝날 지는 꿈에도 생시도 몰랐을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위치의 톱가수인 유지나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을 것이고, 성공을 위해 자식도 버릴 정도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유지나의 팜므 파탈적 면모에 끌렸을 것이다. 실제 드라마 초반만 해도 유지나는 정해당(원래 구혜선 분, 장희진으로 교체)의 오랜 남자친구를 가로챌 정도로 악녀 기질이 다분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모창가수로 활동하는 정해당을 살뜰이 챙겨주는 살뜰한 면모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유지나는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 하는 짜증나는 캐릭터로 전락하게 된다. 그나마 유지나는 드라마 초반 주목이라도 받았지, 구혜선으로 장희진으로 교체된 정해당은 주인공임에도 불구, 존재감 없는 쩌리 캐릭터가 되었다. 여성을 투톱 주연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 정작 주인공들이 묻혀버리는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시종일관 주목을 받았던 이는 모든 사건의 악의 축 박성환(전광렬 분)이다. 박성환 역을 맡은 전광렬의 연기가 워낙 특출난 탓도 있겠지만, 개연성은 없고 자극적인 전개만 난무한 드라마에서는 원래 가장 나쁜 캐릭터가 주목받는다.
황당한 이야기 전개는 기본이요, 임성한 작가가 울고갈 정도의 등장인물의 갑작스러운 죽음까지 모두 있었던 드라마. 그런데 그동안 제작진 스스로도 너무했다고 생각했는지 지난 27일 방영하는 마지막회에서는 뜬금없이 등장인물 모두 '급' 해피엔딩을 맞는 결말을 보여준다. 이 또한 참으로 너무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속수무책 저질러 놓기만 해놓고서 마지막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하호호, 화해의 제스처만 보여주면 다 끝나는 것인가. 하긴 우리나라 대부분의 드라마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드라마 시작부터 마지막 직전까지 시청자들의 분통을 자아냈던 악당들도 마지막에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면 그만이었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좋으니, 앞으로도 이런 발암 드라마가 계속 양성되겠지. 그나저나 끝까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비호감' 주인공이 되어버린 엄정화는 어찌합니까. 연기면 연기, 퍼포먼스면 퍼포먼스 만능 엔터테이너인 엄정화의 가치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가 정말 너무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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