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전망대

황금물고기,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반응형

서로 미친듯이 사랑하던 남녀가 있었습니다. 남자에게는 양아머니이자, 여자쪽의 친어머니는 이 둘의 사이를 반대했지만, 아버지와 동생의 지지하에 이 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를 배신했고, 심지어 자신을 키워줬던 양부모님까지 몰락시킵니다. 뜻밖의 남자의 배신에 남자와 발레밖에 모르던 지고지순 청순한 여성은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한 채 이미 외손녀까지 가진 미중년의 남성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년의 남성은 하필이면 여자를 배신한 남자가 결혼한 미망인의 아버지... 줄거리만 보아도 막장드라마의 모든 구성 요소를 다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황금물고기는 다른 막장드라마와 달라보입니다. 그동안 어느 막장 드라마에서 보여지지 않았던 중년남성과 20대 아리따운 여성의 사랑이야기도 색다르긴 합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박상원의 무게감때문에, 이미 막장드라마의 대모 임성한 드라마에서 인기를 끈 이태곤 때문인가, 아니면 근엄한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정혜선과 철이 없지만 아들 생각하는 마음은 끔찍한 엄마로 나오는 김보연과 이 모든 파국의 원인을 제공한 윤여정과 잘나가는 의사에서 현재는 모든 걸 다 잃은 치매환자 김용건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제가 이 드라마를 눈여겨 보는 건 한 인간의 삐뚤어진 마음이 결국 모든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아픔을 주고, 그 아픔으로 인해 또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걸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죠.



양어머니의 구박이 있었지만, 그래도 태영을 버티게 해준 힘은 오로지 지민이 때문이였습니다. 그러나 지민어머니이자 자신의 양어머니인 윤희가 자신의 친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의 친어머니를 죽인 파렴치한 사실을 알고서도, 자신의 현재 아내의 편을 드는 한경산 원장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해 그토록 사랑하던 지민이까지 버리고 자신에게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할 수 있는 문현진을 선택합니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태영에게 버려진 지민은 태영이 자신의 집안을 몰락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 대한 복수를 다짐합니다. 그러나 역시 그녀의 복수를 도와줄 수 있는 문정호 이사장이 태영의 장인인터라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막판에 태영의 배반이 자신의 어머니의 돌이킬 수 없는 악행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지민 역시 그에 대한 분노감을 거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황금물고기 스토리 자체가 막장인터라 드라마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한지민의 어머니인 조윤희 여사는 한 때 자신의 남편의 연인이였던 태영의 어머니와 자신의 남편의 관계를 끊임없이 의심했고, 결국 그에 대한 복수로 태영의 어머니를 죽이고 맙니다. 그리고 자신의 남편이 거두었던 태영을 자신의 남편과 태영 어머니의 사이에서 난 자식으로 오해하고, 끊임없이 그를 괴롭힙니다. 하지만 억울하게 죽은 태영의 어머니의 원한이 서렸던건가요? 결국 그들 부부는 법적으로 처벌은 면했지만,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애지중지 키우던 딸은 하루아침에 자신의 전부인 남자와 발레마저 잃고 맙니다.

대부분의 막장 드라마가 다 복수라는 큰 틀에서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막장 드라마의 시초를 열였던 '인어아가씨'도 자신의 어머니를 불구로 만들었던 여자의 가정에 대한 아리영의 처절한 복수이고, 막장드라마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아내의 유혹'도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갔던 사람들에 대한 복수입니다. 그러나 황금물고기는 한 여자의 어긋난 질투심에서 비롯된 복수가 결국 한 청년의 배반으로 이어지고, 천사같은 자신의 딸도 악녀가 되는 비극적인 스토리입니다.

한 여성의 잘못된 복수로 인해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은 단연 연인에서 이제는 적이 되고 만 이태영과 그녀의 딸 한지민일겁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두 남녀의 복수를 위해 이용을 당한 문정호 부녀가 이 꼬리를 무는 복수극의 희생자가 아닐까 싶네요. 사실 50대 중년 남성과 20대 여성의 사랑은 제3가 봤을 때는 썩 좋아보이지 않으나, 어쩌면 이태영보다 진심을 다해 한지민을 사랑하는 문정호가 이 복수의 끝을 그나마 매듭지었으면 하네요. 한 인간의 오해에서 비롯된 죄악은 또다른 사람의 진심어린 사랑과 용서로 끝나는게 아닐까 싶네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