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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만화로 인현왕후전과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그려냈던 사씨남정기를 보고 조선 19대 왕 숙종에게 가진 생각은 오로지 '요녀 하나에게 홀려서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다가, 나중에 정신차린 왕' 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이후 여러 역사책(?)을 접하면서 확실한 역사적 근거는 없다만, 숙종은 단지 여자 하나에게 정신이 팔렸던 게 아니라, 여자들을 제대로 이용해서 자신의 왕위를 제대로 보존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숙종이 장옥정, 최동이를 사랑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사랑했기 때문에, 장옥정을 일시적이나마 중전자리에 올려놓은 거고, 천민출신은 무수리 동이를 후궁으로 승격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변화의 물결이 요동치고 있어도, 여전히 성리학 질서에 맞춰서 옥석가리기 바쁜 서인, 남인이 시퍼렇게 눈뜨고 있는 마당에, 과연 사랑하나만으로 엄격하게 지켜지고있던 신분제를 흔들 수 있는 중인 중전만들기, 천민 후궁만들기가 가능했을까?
아무튼 동이에게 조금이라도 기대를 해 본건, 그동안 장희빈의 주변인물로만 그려졌던 천민 동이의 인생역전과, 희대의 악녀가 아닌 새로운 시각의 장희빈 재조명, 그리고 장희빈 치맛 폭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찌질이로만 알려졌던 숙종의 영민한 군주의 모습이였다.
하지만, 예전부터 근엄한 왕이니, 궁중 암투에는 별 관심없어보였던 이병훈 PD는 한술더떠서, 숙종을 궁녀들에게 미소를 빵긋지으면서 손을 흔드는 최고의 바람둥이(?)로 만들었다. 물론 동이는 숙종과 신하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필자가 생각하고 있던 숙종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줬다만, 그당시 사회에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준건, 그만큼 숙종이 매력이 철철 넘쳐서 여자들이 가만안놔두는 최고의 인기스타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지 모르나, 전작 이산에서 그의 아들이나 숙종보다 더욱 진보적인 사상을 가졌던, 그의 증손자도 하지않았던 궁녀들에게 손흔들기는 시대를 거스르는 사극 역사상 최고의 무리수로 보여진다. 하물며 숙종보다 몇 백년 뒤에 태어난 고종도 자신의 인기관리에 신경쓰는 모습은 보인적이 없는데, 아마 마누라 무서워서 못한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튼 조선 19대 왕 숙종이 아니라 한류스타 지진희를 연상시키는 손흔들기를 보자니, 예전에 레닌을 체포하러갔던 적군의 병사들마저 레닌의 미소 하나에 총을 버리고 레닌 만세를 외치던 전설같은 이야기와 작년에 서거하시기 전 봉하마을에서 관광객들에게 손흔들기는 기본, 심지어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 파티를 자주 열곤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 미국인의 연인이였던 존.F.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과, 케네디 못지 않게 젊고 잘생긴 대통령인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까지 생각나게한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지금 동이 숙종에 잘 부합되는 인물은 다름아닌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다.
굳이 숙종과 빌 클린턴의 공통 분모를 찾자면, 여자를 참 좋아했다는 것 밖에는 없다. 아니 둘다 그 세계에서는 가장 밑바닥(?)의 여성과 사랑을 나눴다는거. 하지만 오랑캐라고 불리던 일본과 청나라에 각각 2번씩 털려놓고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조선 땅덩어리 내에서는 절대 권력을 유지했던 조선왕은 '궁궐 내의 여자들은 모두 다 내꺼'라는 특권이 보장되었다만, 조선보다 몇 백배의 힘은 가지고 있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우두머리는 '백악관의 여자들은 모두 다 내 여자'가 인정되지 않았을 뿐, 지금 시각으로 보면 널고 널린게 숙종의 여자들인데, 구태어 무수리까지 자신의 침실로 들인 숙종이나 풋풋한 인턴하고 뜨거운 관계를 맺은 빌클린턴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숙종은 다른 건 일일이 신하들의 간섭을 받아도, 여자문제에서만큼은 자유로웠기때문에 동이를 후궁으로 만들든, 중인 장옥정을 끼고 살았든간에 그게 왕위에 위협을 가할 정도는 아니였으나, (물론 나중에 인현왕후를 폐하고, 장희빈을 중전으로 만들 때 숙종의 최대 위기가 아니였겠나만은) 인턴과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난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탄핵까지 당할 뻔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클린턴이 집권하고 있을 당시에 미국 경제는 호황기였고, 클린턴역시 여자문제빼곤 딱히 문제 삼을 만한 것이 없는 유능한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그는 부적절한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었고, 여자문제때문에 여러모로 그의 업적에 대해서 제대로는 평가받지 못하고있다만, 워낙 후임 대통령이 너무 잘 해놓은 터라, 아직까지는 미국내의 인기가 크게 나쁘지는 않다.(물론 필자가 미국 내에서 살아본적도 없고, 미국인 친구도 없는터라 실상은 잘 모른다만, 아직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와이프 클린턴 현 국무장관보다 더 이슈가 되는걸 보면)
다시 돌아와서, 과연 숙종이 정말 여자에 혹해서 장희빈을 중전으로 만들고, 동이를 후궁으로 격상시켰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하지만 숙종은 워낙 왕비들이 유명하고, 뒤의 영조, 정조의 업적이 뛰어나서 그렇지, 나름 두뇌회전이 빠르고, 광해군 이후 심하게 위축된 왕의 권력을 한단계 끌어올린 영민한 군주였다. 결국 인현왕후를 폐할 때, 그리고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릴 때를 틈타 숙종은 송시열을 비롯한 왕권의 위협을 가할 존재였던 서인 노론, 남인 우두머리를 숙청할 수 있었다. 결국 숙종이 일부로 서인 노론 명문가 여식이였던 인현왕후를 멀리한 것도, 남인과 연결되어있던 장희빈을 중전으로 맞이한것도, 천민이라 어떤 세력과 연결될 건덕지가 없었던 숙빈 최씨를 총애한 것도 어찌보면 다 숙종의 치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진 일이지도 모른다.
희대의 바람둥이라고 불릴 정도로 여자들을 많이 갈아치웠으며, 미치광이라고 보일 정도로 사람을 많이 죽이고, 귀향도 많이 보내면서 심하게 편당적 조치를 취했던 것도, 어쩌면 점점 붕당의 균형이 무너지고, 왕권마저 위협이 가해졌던 시절, 어쩜 왕이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였는지도 모른다. 온갖 욕은 다 먹어가면서, 왕권에 조금이라도 위협을 가하는 세력을 내리치면서, 훗날 영조와 정조의 중흥으로 발전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평가도 내릴법도하다만, 결과적으로 숙종의 편당적 조치는 결국 남인의 정치적 세력 회복 불능을 가져왔고, 서인 노론 벽파의 일당 전제화만 부추겨 놓은 꼴이되었다.
하지만 숙종의 냉철함과 여자들을 이용한 계획적인 서인과 남인간의 힘의 균형을 조절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해도, 무수리의 인생역전과 그 무수리를 사랑으로 안아준 로맨틱하면서 바람둥이 기질이 왕성한 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동이인터라, 그저 동이의 숙종에게는 인턴을 사랑해서 결국 파멸위기까지 맞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향기만 날뿐이다. 단지 빌 클린턴은 시대를 잘못만난 죄밖에 없는 셈이다. 사실 동이의 숙종이나 빌 클린턴이나 너무나도 매력적이라 여자들이 가만 안놔둘 것 같은 능력있는 남자들임에는 틀림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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