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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드라마였습니다. 드라마 촬영 전부터 강남 개발을 주 무대로 한다는 소재때문에 현직 대통령을 미화한다는 드라마로 낙인 찍히기도 하였고, 드라마 초반에는 동이에 밀려 10%의 굴욕을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호평받던 아역에서 성인으로 넘어갈 쯤에는 다들 연기력 논란을 일으킨 적이 없는 베테랑 배우들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하다는 비난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결말이 어떻게 끝나지로 일주일 내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던 2010년 하반기 화제작이 되어 주연 배우들의 연기대상마저 강력하게 점쳐지는 명작품으로 나왔습니다.
제작진들은 숨은 반전이 있다면서 끝까지 시청을 당부했지만, 한 네티즌의 제보 스포일러대로 이성모의 죽음으로 끝났습니다. 다만 굳이 반전이라고 해준다면, 결국 이성모가 조필연의 비자금 장부를 지킴으로서 그의 손으로 복수를 하고 수술 도중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는 것이죠. 또한 이성모, 이강모 형제가 그렇게 넘어버리고 싶었던 악의 화신 조필연 역시 빌딩에 뛰어내려 그의 욕망을 스스로 끊어버렸습니다. 이로서 이강모 역할을 맡았던 이범수 말대로 한 사람만은 죽지 않게 되었네요.
애초부터 자이언트 결말은 뻔할 뻔자였습니다. 전형적인 영웅서사시답게 이강모는 자신이 평생을 대적했던 조필연을 쓰러트리고 모든 걸 다 가지게 됩니다. 원래 자신의 아버지가 가질 수도 있었던 만보건설도 자신의 손에 넣고, 그토록 바라던 부모님의 웬수도 갚았고, 대한민국 최대 건설사 회장이 되었으니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겠죠.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강모는 아버지같이 의존하던 이성모를 떠나보내고, 그의 동생 이미주는 이루지 못할 사랑에 괴로워하다가 다행히 다시 조민우와 재회를 하지만, 먼 외국으로 이민을 갑니다. 드디어 삼남매가 그토록 찾던 막내동생 이준모가 강모의 집에 찾아오지만 오로지 강모 처가 된 황정연이 준모를 맞이한다는 그야말로 언뜻보면 해피엔딩인데 너무나도 씁쓸한 결말이지요.
이강모와 조필연이 대적하던 마지막 장면에서 그토록 조필연과 이강모가 공을 들였던 강남 한복판의 거대빌딩의 네온살롱이 휘황찬란한 강남의 거리는 그야말로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그 빌딩 숲으로 들어간 조필연은 그렇다치고 고급 승용차 안에서 그 빌딩 속을 휙휙 지나다니는 이강모 얼굴에도 진정한 행복이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강남 개발 전 세 남매가 서로 부둥켜 안았던 때 얼굴이 더 행복해보입니다. 이 세남매가 가장 원하던 바는 준모까지 찾아서 네남매가 더불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였습니다. 비록 준모가 빠지긴했지만, 세남매가 한 집에서 살았을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자부하기도 하였구요.
늘 언제나 이런 식으로 선악구도가 뚜렷한 드라마 결론은 명확합니다. 주인공을 괴롭히고 이 세상에 반한 주동인물은 너무나도 처참할 정도로 파멸하고, 그 모습을 보고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착하게 살고 적당히 욕심을 부려라라는 고전소설에서부터 자주 언급되던 결말이지요. 그러나 자이언트는 주인공 이강모도 행복해지지 않았습니다. 조필연 말대로 이강모 역시 이긴 것은 아니였습니다. 만보건설도 얻고 이 세상의 절대 악 조필연도 제거했지만 고생만 하다가 간 형 성모를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이강모. 어쩌면 그는 끝이 허무할 줄 알아도 하지만 결국 자기 손으로 만든 빌딩 숲에 빠져버리는 조필연을 보고도 지금 이 순간에도 교육 문제든, 재산 문제든 어떻게하면 그 강남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우리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네요. 드라마 스토리와 결말보다 정보석을 비롯한 배우들의 명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은 2010년 최고 드라마 중 한 편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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