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전망대

싸인,냉혈한 이명한이 권력에 집착하는 이유

반응형





실로 엊그제 9회가 되서야 드라마 싸인을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동생때문에 우연히 보게 되었지만, 한시도 눈에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스토리였습니다. 하지만 마냥 손에 땀을 쥐고 즐기면서 볼 만한 내용은 아니였습니다. 불행히도, 누군가에는 보기만해도 불편한 내용들로 가득차있고, 누군가에게는 드라마에서라도 제대로 해결되길 바라는 사건들이였죠. 제가 이 드라마를 마냥 즐겁게 보지 못하는 이유는, 권력에 의해서 어물쩡쩡 미제로 남기는 사건들이지만, 법의학자로 신념이 충만한 윤지훈(박신양 분)에 의해서 해결되는 문제들이 단순히 드라마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속시원히 풀어져야하지만, 오히려 윤지훈같은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작금의 시대에 겁도 없이 달려드는(?) 드라마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안타깝게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았지만, 잡지는 못하는 서윤형 사건과는 달리, 조폭들간의 총기난사사고로 단신처리 될 뻔한 미군의 살해사건은 극적으로 본국으로 출국하려는 미군을 체포하면서, 아주 통쾌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실제로는 한미간에 체결한 SOFA 때문에 한국의 검찰,경찰이 미군을 연행하지 못하지만, 전역을 하여 민간인 신분인 상태인터라 제대로 법의 처벌을 받게 되어 다행일 따름입니다. 시정잡배 억울함보다 국익을 중시하는 애국자(?) 이명한이 걱정한대로 자국의 국민보다 미국을 더 떠받드는 우리나라 위정자가 한미간의 동조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미국을 건너가는 상황이 발생하기는 하였습니다. 허나 한미간의 동조를 굳건히하는 것은 좋지만, 불합리한 것들은 양국이 우호조정하여 해결하는 동등한 입장이 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국익이 아닐까 싶네요. 다시 드라마로 돌아와서 이명한(전광렬 분)의 충직한 오른팔이였던 주인혁은 고다경(김아중 분)과 바톤 체인지하여 옷을 벗게 되었고, 이명한은 자신의 명성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됨으로써, 조인트 제대로 까였던 국과수도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싶었습니다.



그러나, 윤지훈 그리고 이명한에게는 서윤형, 미군총기난사사고보다 더 치명적인 미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짐작건데 윤지훈 아버지의 죽음이 연루된 의문사 사건이였죠. 싸인 시놉시스에 보면 윤지훈이 법의학자가 된건 순전히 자신의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때문이였습니다. 그 당시 아버지의 부검을 진행했던 정병도(송재호 분) 법의관이 다행히도 지훈의 아버지 사인을 밝혀주었고, 그 뒤 윤지훈은 정병도같은 법의학자가 되어 자신의 아버지와 같이 억울하게 죽은 자의 원한을 밝혀주기로 결심을 하게되고, 그 길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윤지훈은 자기가 부검을 맡게된 시체 앞에서 한치의 거짓과 오류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입니다. 좋게 말하면, 원칙과 신념을 중시하는 정직한 인물이고,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이 제로인 벽창호라고도 볼 수 있죠. 죽은 자들의 유언을 들어주고 진실을 밝혀야하는 법의관인터라 어떤 정치적인 외압도 사적인 감정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윤지훈의 철학입니다. 반면, 윤지훈의 정신적 지주 정병도를 몰아내고 국과수 원장 자리를 꿰찬 이명한은 전형적인 권력주의적 인간의 극치를 달리는 지극히 정치적인 인물입니다. 애초부터 권력욕이 강한 사람인터라 그렇게 살아가는게 천성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명한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윤지훈이 진실을 밝히는 것을 막는가 싶었지만, 결국 윤지훈에게 패배를 당하고 이명한은 윤지훈에게 이상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할 것을 경고합니다. 단지,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로서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윤지훈에 대한 선전포고인 줄 알았습니다. 단순히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이명한과 윤지훈의 악연은 이명한이 권력자에게 꼬리치는 동안, 윤지훈이 이명한의 숨통을 탁탁 조여오기 훨씬 전 부터 시작되어있는 듯 합니다.

윤지훈은 자신에게 현실을 보라는 이명한에게 당당하게 외칩니다. 분명히 이명한도 법의관으로 첫발을 내디딜 때만해도, 억울하게 비명횡사한 자들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그 당시 아무도 가지 않았던 법의관의 길을 선택했을 겁니다. 만약에 이명한이 애초부터권력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면, 법의관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정치인이 되었겠죠.
 
결국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본의아니게 자신의 오른팔인 주인혁을 내쫓을 때, 국과수 직원들은 토사구팽이라면서 이명한 원장을 비난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주인혁을 내보내는 이명한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 없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모든 사건을 진두지휘한 로비스트 장민석 변호사는 주인혁을 단지 '장기판의 말'이라고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의외로 이명한의 여린 마음을 질타합니다. 그러면 권력을 얻을 수 없다구요.



순간 이명한은 반색을 합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빼앗겨본 적이 있나구요. 자기가 권력을 얻고 싶은건, 순전히 다시는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습니다. 의외였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할 줄 알았던 포커페이스의 달인인 이명한이 그렇게 울분을 토할까 말이죠.

분명, 한문으로 쓴 고문서 속(아마도 오래전 사건 기록서이겠죠)에 감추어온 오래된 사진 속의 젊은 이명한은 자신이 내쫓은 정병도의 어깨를 친근하게 잡으면서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욕심도 없었고, 진심으로 정병도를 존경하는 순수한 청년일 뿐이였습니다. 윤지훈의 말처럼 지금은 권력줄에 대고자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는 이명한 역시 한 때는 진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있는  법학자였을지도 모릅니다. 추측건대 정병도를 사이에 두고 이명한 젊은 시절 속의 또다른 사내가 이명한을 180도로 변하게한 장본인이 아닐까 싶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싸인은 역시나 오랜 시간 한 사건으로 찔끔 간만 보는 스토리를 거부합니다. 잠시 윤지훈과 고다경의 코믹한 러브라인이 이어진다고 싶었더니, 갑자기 국과수의 한 관계자가 20여년전 국과수가 의문사로 끝낸 대기업 임원들의 연이은 의문사의 의혹을 언론에 터트리고 맙니다. 누구보다 이명한을 따랐지만 버려졌던 주인혁의 단순한 배신일까요, 아니면 윤지훈을 제대로 국과수에서 나가게 할려는 이명한의 또다른 음모일까요. 일단 그 소식을 듣자마자 이명한은 폭발을 하고, 바로 정병도에게 전화를 겁니다. 불행히도 그 사건은 정병도와 이명한, 그리고 그 사진속의 사내만 알고있던 비밀이였고, 어떻게든 윤지훈이 진실을 밝히는 것을 막아야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바로 윤지훈의 아버지와 관련된 미제 사건이거든요.

죽은 자와 정병도, 이명한만이 알고있던 사건이 어떻게 누군가에게 알려지게 되었는가도 남은 10회의 키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왜 이명한이 그토록 권력을 손에 쥐고 싶었는지, 누군가에 의해서 뼈아픈 패배를 당해서 사람 자체를 변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단순히 자기보다 재능이 타고난 윤지훈 부자에 대한 샬리에르의 열등감일까요, 아니면 권력에 의해서 진실을 밝히고자하는 동료의 죽음을 속수무책 지켜봐야했던 자신에 대한 항변일까요. 과연 그동안 부검의로서 자신의 사적 감정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던 윤지훈이 자신의 아버지와 얽힌 가장 의문스러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그동안 자신의 은인이라고 생각했던 정병도의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어떤 분노를 표출할지, 다음주 싸인이 너무나도 기다려질 따름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