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고 최고은 작가를 진심으로 응원하지못한 무릎팍도사 공지영

반응형




무릎팍도사 제작진이 삼고초려 끝에 섭외했다는 이시대 최고 베스트셀러 공지영 작가의 출연은  하필이면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화과를 졸업한 유망주였지만, 결국 자신의 꿈도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요절한 고 최고은 작가와 오버랩될 수 밖에 없는 묘한 시기였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늘 사회적으로 참여의식이 대단하신 분이시기에 작가로서, 그녀가 80년대 민주화의 열기가 들끓었던 시기에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았던 비참한 노동자의 생활에 따스한 시선을 보내신 것처럼, 역시나 이 무명 작가의 아사가 다시금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한다는 격정의 트위터를 남기셨더군요.


20대 여성들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님답게 젊은 여성분들은 대체적으로 무릎팍도사에서 선보인 공지영의 솔직함과 당당함 그리고 지식인으로서 선보인 최소한의 사회적인 책임감에 환호를 보내는 듯 싶습니다. 반면 이번 방송이 매우 불편하게 느끼는 시청자들도 더러 있을 정도로 극과극의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리 순탄치 않은 사생활을 가지고 있었던 공지영에 대한 지극히 보수적인 시선, 그리고 주로 여성 대중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듯한 그녀의 소설도 공지영이란 작가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하기 충분했겠죠. 그렇기 때문에 공지영의 무릎팍 출연은 열혈한 지지자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안티도 많은 그녀의 이미지를 좋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송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솔직하게 자신의 사생활을 언급했고, 부잣집딸로 태어나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참된 지식인으로서 한 점 부끄럼없이 떳떳하던  자신의 멋진 삶도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수많은 책의 인세를 받으며 돈도 많이 벌어봤고 인기도 얻었지만, 물질에 구애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행복한 삶을 알게되어서 즐겁다고 했습니다. 다 좋은 말이고, 대단한 작가이고 여성분이라는 부러움은 들었지만, 도무지 공지영이란 인물 자체에 집중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어딘가 모르게 자꾸만 겉도는 것 같고 붕뜨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공지영 작가 또한 고 최고은 작가만큼 글을 쓰는 것 조차 어려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비록 부잣집 딸로 태어나 좋은 대학을 들어가는 지극히 평탄한 삶을 살았지만, 살면서 몰랐던 가난을 30살이 되어서야 고 기형도 시인의 책으로 알았고, 그 당시 미국국비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아버지를 부르주아라고 부르며, 사회운동을 한답시고 제대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근근히 글로서 힘겹게 버터내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런 어려운 시절을 겪은 공지영이기때문에 누구보다도 배고픔과 질병에 쓰러져간 고 최고은 작가의 죽음이 우리 대중들이 생각하는 그것보다 안타깝고 그런 현실에 남다른 개탄을 느끼셨는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무릎팍도사 방송 속 공지영 작가는 무릎팍도사의 역량 부족인지, 아니면 수려한 글솜씨와는 달리 공지영 작가 사람 자체가 흡인력이 없는지 그녀의 힘든 생활고와 멋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행복론에 대한 명언을 남겨도 어느 때와는 달리 가슴 깊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제가 이번 무릎팍도사 공지영 편에게 너무나도 많은 기대를 했나봅니다. 묘하게 시기도 그렇고, 빈말이라도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꿈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에게 공지영의 유명한 저서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처럼 힘이 나게하는 방송이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무릎팍도사는 감동은 커녕, 그저 가난 속에 허덕이다가 죽어간 고 최고은 작가때문에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이 쏟아질 지경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가난하고 밥을 굶어봐야 공지영처럼 쓰면 족족 베스트셀러에 인세로도 먹고사는데 걱정없이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는건가요? 분명 공지영 작가는 고 최고은 작가의 비보가 전해지자마자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앞으로 제2의 그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가 도와주어야 할 정도로 사회빈민에 대한 동정심과 연민이 가득한 멋지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더 치열하게 살라고 재촉만 받았지, 진정 따뜻한 위로를 받지 못했던 88만원 세대를 챙겨주는 이모같은 분이시기도 하구요. 아마 공지영 작가도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무릎팍도사 녹화를 하였다면, 가난해야 예술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죠. 그녀는 이미 삼신할매 랜덤 잘타서 부르주아 자식으로 태어난 특권에만 안주하지않고 참된 지식인으로서 양지의 혜택을 받지 못한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위안이 될법한 좋은 글을 많이 쓴 훌륭한 작가분이시니까요. 하지만 어제 무릎팍도사 공지영편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진정한 자유인 공지영을 매력적이게 그려내지도 못했고, 애초부터 전형적인 부르주아 지식인의 위선을 타고났다면서 그녀를 곱게 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반감만 더 초래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굶주림과 병마에 예술혼을 불태우다가 홀로 이 세상을 떠난 고 최고은을 모르면서 살아온 지난 시간들에 대한 부끄러운 참회록을 쓰고 싶을 정도의 총맞은 기분으로 잠 못이루는 그런 쓸쓸한 밤이 되어버렸네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