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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싸인 윤지훈의 굴복이 정당화될 수밖에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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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 내에서 유일하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던 윤지훈(박신양 분)이 결국 현실에 굴복하고 무릎을 꿇는 것일까요? 또다른 반전이 숨어있겠지만, 결국 정병도 원장과 마찬가지로, 생애 첫 조작을 하고 맙니다. 모두다가 경악하는데 악마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윤지훈을 쳐다보는 이명한이 무섭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12회 마지막 장면에 따르면, 결국은 이명한 원장이 원하는대로 국과수와 정병도 원장을 위해서 절대 묻히지 말아야할 사건 하나가 조작이 되어버린 꼴이니까요.


물론 저는 윤지훈이 언젠가는 이 사건은 물론이고, 결국 영원히 미제로 남길뻔한 한류스타 서윤형의 죽음까지 밝힐것이라고 믿어 의심치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13회에서 윤지훈이 갑자기 검찰 시민위원회에서 또다른 반전을 들고 나오지 않는 이상 일단 윤지훈은 정병도 회장의 유언을 잘 받들여 결국 그의 뜻대로 정병도 원장의 명예와 국과수를 위해서 자신의 아버지는 물론, 20여년전 억울하게 죽었음여도 여전히 원상 그대로 보존되어있을 정도로 한이 맺힌 피해자와 20여년전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사유로 죽어간 5명의 피해자가 남긴 진실을 묻히려고하는 듯 합니다. 적어도 윤지훈은 정병도 원장의 명예보다 진실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흔들림없이 사실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역시 그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봅니다. 이명한도 그랬고, 정병도도 결국은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세상에서는 말이죠.

20여년전, 억울하게 죽은 자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어렵게 시작한 국과수였지만 환경은 너무 열악했습니다. 법의학에 신념이 강한 정병도 원장과 이명한, 그리고 사진 속 동료 강치환이 수도 없이 들어오는 시체들과 사투를 벌어야하는 힘겨운 나날들이였습니다. 그 와중에 이명한의 동료는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고, 이명한은 자신의 소중한 동료를 저승으로 보낸 열악한 국과수에 울분을 토하고 맙니다. 죽은 동료와 가족에게는 국가에서 그에 합당한 연금과 보상금이 주어지지만, 죽고나서 돈을 받고,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 뭐합니까. 결국 이명한은 법의학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그가 미국에서 법의학의 발전을 위해 배워온 것은 선진 법의학 기술도 있었지만, 바로 국과수를 흔들림없이 유지할 수 있는 힘 권력을 배우게 됩니다.

자신의 오른팔이였던 이명한마저 떠나고 이제 정병도에게 남은 선택은 두가지였습니다. 국과수를 이대로 문을 닫게 하느나, 아님 여기서 더욱 번창하게 하느냐, 결국 정병도는 더 많은 억울한 자의 목소리를 들어주기 위해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행동을 벌이게됩니다. 그 뒤 그는 진실을 왜곡하는 대가로 많은 돈을 지원받았고, 그걸로 권력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오늘날 국과수를 만들게 되는 원천이 되었죠. 그 돈 덕분에 국과수 법의학자들의 여건도 많이 개선되었고, 더 많은 싸인을 규명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국과수를 유지할 수 있는 힘, 즉 권력에 거스르는 어떠한 진실도 밝혀낼 수는 없었습니다. 아니 밝히면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지만 그렇게되면 국과수를 제대로 지켜낼 수 없기 때문이죠. 이명한이 유독 권력에 집착을 한 것도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다 제대로 인간답게 살아보고자하는 지극이 기본적인 욕구때문이였죠.

물론 이명한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아무리 국과수를 지켜내기 위해서, 국과수의 직원을 후생복리를 위해서라고 해도 권력자를 위해서 그들의 비리와 강력 범죄를 묻혀주는 것은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국과수가 존속하는 주요 이유로는 다른 범죄 해결도 있겠지만, 권력자에 의해 의문사로 처리될 뻔한 사건들이 제대로 규명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터라, 이렇게 그들의 범죄가 은폐된다면 차라리 없으니만 못한 국과수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과수는 존재해야하고 또 계속 죽은 자가 마지막 몸에 남긴 유언을 들어주어야합니다. 만약에 국과수마저 사라져버린다면, 그나마 이 사회에 남아있던 정의마저 영영 사라져버릴 지도 모릅니다.

결국 윤지훈은 이명한이 원하는대로 잠시 이상을 포기하고 현실을 생각하기로합니다. 비록 일시적인 윤지훈의 변심이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윤지훈 너마저라는 배신감이 꿈틀거리지만, 그렇다고 윤지훈을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윤지훈은 더 정확한 싸인을 규명하기 위해서 현실과 타협하는 방안을 선택한 듯 합니다. 정병도의 편지에도 흔들리지않고, 그의 소신대로 밀고 나갔으면 좋으련만, 결국 거짓을 입에서 내뱉고마는 윤지훈에게서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차선의 방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소시민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우리 소시민들이야 윤지훈같은 사람들이 거센 압력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소신을 가지고 꿈을 펼쳤음 좋겠지만, 아무런 기반과 힘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이상을 펼쳐나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자신의 이상을 쫓다가 굶어 죽어서야 뒤늦게 애도를 한들 그 죽은 사람이 벌떡 살아나는 것도 아닙니다. 죽어서 보상금이니, 안타깝다니 말로만 애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박봉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제대로 대접조차 받지 못한 사람들을 챙겨주었다면, 윤지훈같이 국과수와 정병도의 명예를 위해서 할 수 없이 거짓을 말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이상도 꿈도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와 권리가 충족되었을 때, 현실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 또다른 이면을 묻혀버리면서, 동시에 또다른 누군가에게 이 사회와 청춘을 위해 더욱더 치열해지고, 배고파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안일한 삶이 아닌 도전정신을 가질 것을 재촉합니다. 네 아직 젊고 패기가 있는 만큼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내 몸 하나 부스러질정도로 희생하는 삶 아주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이 사회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다가 실패한 자의 상처와 눈물은 누가 치료해주고 닦아줄 건가요? 누구나 다 자신의 꿈대로 살아가고 싶고, 현실을 바꾸고 싶은 욕망도 늘 꿈틀거립니다. 하지만 실패하면 바로 낙오되어서 다시 일어서기도 버거운 사회이기에 결국 돌아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간다거나, 아님 아예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을 뿐입니다. 네 그 모든 것도 다 나약하고 소심한 지식인과 청년에 대한 진정한 변명은 되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그들에게 양심대로 살아갈 것을 권하고 싶다면, 최소한의 자신의 소신과 사회의 순리대로 살아갈 환경부터 제공하고 요구를 하는 것이 맞는게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그 와중에도 자신의 안위부터 생각하기보다, 이 사회와 이상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독립운동가,열사와 같은 사람들이 어떤 이유던지간에 비겁하게 현실과 타협한 사람들보다 대접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 최우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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