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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김태호PD. 어이없는 이적설에 할말없다고 대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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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인터넷은 난데없는 무한도전 김태호PD의 종편 이적설에 시끄러웠습니다. 트위터 아이디에 MBC라는 단어가 들어갈 정도로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대단한 PD로 알려진터라, 일단 사실 여부를 떠나 그의 이적설 그 자체만 들어도 큰 충격이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김태호PD의 정확한 답변이 없었기 때문에 기다려 보기로 하였습니다. 몇 달전 몇몇 언론이라고 자칭하는 연예 매체들의 이승기 이적설로 큰 곤욕을 치룬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모든 사실이 제대로 확정되기 전까지 돌아가는 판세를 관망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김태호PD는 갑자기 불거진 자신의 종편 이적설에 대해서 트위터로 이미 작년 겨울에 거절한 일이고 한 연예 매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씀드릴 게 없다"는 그들이 질문하는 사항에 부인을 안해서가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서 정말 할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자신의 이직설을 일축하였습니다. 

일단 지난 20일 오전 내내 행여나 김태호PD가 종편으로 이적할까봐 마음조리고 있었던 무한도전 시청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나 김태호PD는 단호히 종편행을 거절했고 MBC에서 계속 무한도전을 만들기로 결심하였으나, 한 때 무한도전CP와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를 기획한 여운혁PD는 결국 종편행을 확정지어 씁쓸할 따름입니다.

4.19일 51년 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한 획을 그은 역사적인 날, MBC 예능국을 비롯한 MBC 직원 모두 당일 오전 보도된 여운혁PD의 종편행에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동안 주철환 현 JTBC 본부장을 비롯, 김종학PD 등 일부 연출자가 다른 곳으로 옮겨간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MBC의 간판급 PD가 나가는 것은 처음이였기 때문입니다. 또 가장 우울한 현실은 여운혁PD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MBC 예능 피디들이 회사를 나가는 것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이런 MBC 예능국 분위기를 눈치챈 한 언론 매체가 MBC 간판 예능PD인 김태호PD에게 김피디도 여피디처럼 종편으로 갑니까라는 질문을 하였고, 김태호PD는 단지 대답을 피한 것 뿐인데, 기자의 상상력이 가미되 할말이 없다가 부인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대대적으로 기사화되어 김피디는 물론이요, 회사와 심지어 김피디가 이적하다는 JTBC까지 큰 곤욕(?)을 치루게 되었습니다. 

분명 한 매체의 종편행 질문에 확실히 안간다고 못을 박아야했는데 유유부단하게 대답을 회피하였다는 실수로 큰 곤경에 처한 김태호PD는 결국 자기 손으로 종편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히 못박아 두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김태호PD는 회사를 떠나는 것은 개인의 선택 문제라면서, 오히려 자기가 한 말과 그들의 선택이 비교되는 것이 싫다면서 누가 잘하고 못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일 뿐이라면서 훗날 회사를 떠나게될 선후배들의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양을 취하였습니다. 

 



아마 김태호PD가 자신의 종편행에 대해서 언급자체를 피한 것은 하필이면 당일 한 때 자신의 직속상관이자, 작년 무한도전 연말정산 때 왕년CP로 나와 프로그램에 대해 이것저것 쓴소리를 해주던 여운혁PD의 종편행으로 인해 행여나 종편을 거부한 자기와 여운혁PD와 비교될까봐 일부러 말을 아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그 전날 여운혁PD의 종편행이 기사가 뜨고 난 후, 여운혁PD는 아무리 현 MBC 상황이 좋지 않다하더라도 어떻게 조중동 방송에 갈 수 있나고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비난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그 상황에서 현재 있던 PD마저 야금야금 나가고, 가장 최악의 제작환경에서 회사 경영진의 눈치만을 보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김태호PD는 정작 회사에 남겠다고 하면 여운혁PD의 종편행이 더욱 돋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구요. 

사실 저역시나 여운혁PD의 종편행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하지면 못내 섭섭하고 씁쓸합니다. 그러나 여운혁PD는 그저 대중들을 즐겁게하는데 관심을 두는 예능PD일 뿐이요, 자신이 원하는 예능 환경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송국을 원했을 뿐입니다. 또 지난 '나는가수다' 재도전 논란으로 27년차 국장급 김영희PD가 며칠 만에 경질되고 게다가 반강제적으로 해외에 보내지는 것을 보고 많은 MBC 피디들이 자신의 신변 안정에 불안을 느끼며 계속 회사에 남아있어야하는지 큰 고민에 들게한 것도 있습니다. 그런 위기 속에 여러 종편 회사들이 거액의 돈에 최상의 제작 환경을 약속하면서 달콤한 사탕을 건네는데 아주 신념이 있는 PD가 아닌 이상 그 제안을 쉽게 거절할 이는 많지 않을 듯합니다. 그들이 최소한의 신념과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 언론인이 아니라 단순히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하지만 그나마 MBC가 유독 애사심이 강하고, 자신이 MBC 직원이라는 프라이드가 제일 강했던 것도 대우도 대우지만, 무엇보다도 PD들의 자율적인 제작환경을 보호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현 경영진들은 제작 자체를 거의르고 있고, 오히려 PD들에게 자기들의 뜻과 입맛에 맞는 방송 제작만을 요구할 뿐입니다. 그 덕분에 지금 '위대한 탄생'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여 그 방송을 만들라고 지시한 김재철 사장의 어깨에 큰 힘을 주었지만, 그 외에 지금 경영진이 한 일이 뭔지 MBC를 즐겨보던 시청자로서 무지 궁금할 뿐입니다. 

아무리 현 사장이 싫다고,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종편으로 가는 MBC 피디들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더욱 서글픈 건, 무작정 종편으로 이적하는 방송사 직원들을 단순히 돈에 팔려간 영혼없는 존재들이라고 매도하면서 싸잡아 비난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겠죠. 아무리 MBC 피디들이 타 방송사, 신문사 소속 직원들보다는 진보적이라고 하지만, 모든 구성원들이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고, 어쩌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의 안정되고 자율적인 제작환경만 원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일개 방송사 예능국 직원들에게 지나치게 투철한 언론관과 사명을 요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현재 누가봐도 김영희PD와 더불어 사내 경영진 최고의 눈엣가시인 김태호PD는 의외로 회사에 남아있겠다고 하여 큰 환영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히려 잠시나마 그의 진심을 의심하였다면서 미안함을 표하는 젊은 네티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비록 모양새는 썩 좋지 않았지만, 명쾌하게 그의 솔직한 심경을 밝힌 김태호의 결단에 너무나도 고맙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더욱 김태호PD가 대단하게 느껴진 것은, 되레 자기 때문에 앞으로 퇴사를 희망하는 선후배들이 더욱 지탄의 대상(?)이 되고, 조용히 있고 싶으나 자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만 힘들어진다면서 지금 맡은 일에만 충실히 하게 해달라는 그의 마음 씀씀이였습니다. 현재 여운혁PD의 이적에 가장 가슴아파할 사람은 아마도 김태호PD를 비롯한 역시나사상 최악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회사를 지키기로 결심한 PD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떠나가는 옛동료 배려차원에서 오히려 회사에 나가는 선후배를 두둔하고 애써 침묵을 지키고자 하는 피디들에게 단지 묻는 말에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자기 멋대로 종편행으로 단정지은 것도 불쾌하지만 그렇다고 자기네들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는 그들을 붙잡을 수도 없는 현실이 더 슬프고 분노스러울 뿐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수십억의 엄청난 유혹 앞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으며, 오히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과 비교되어 비난받을까봐 조용히 있고자 하는 지성인들이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더욱 힘을 실어줘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커가는 세대와 훗날 태어날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상황을 원망안하면서 노력만 하면 원하는 바가 모두 이뤄질 수 있는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니까요. 이제 김태호PD가 원하는 대로 남들이 뭐라고 그러든 오로지 그가 집중하고자하는 무한도전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김태호PD를 묵묵히 성원하고 큰 박수를 보내야겠습니다. 부디 김태호PD가 작년 텔레파시 특집에서 바라는대로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과 무한도전으로 오래오래 잘 해먹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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