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우울하고 날카로웠던 지난날과 달리, 너무나도 행복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지배했던 KBS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 마지막이였다. 지난 3일 방영한 <내 딸 서영이> 마지막회는 그동안 49회 동안 흘렸던 서영이(이보영 분)과 삼재(천호진 분)의 눈물을 고스란히 보상이나 하듯이, 드디어 화해한 부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고 정겨웠다. 


첩첩산중 쌓인 오해 더미에 가려 서로를 반목하고 살아왔던 이들이 각각의 원망을 풀고 행복해지는 모습은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의 클레셰를 넘어,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였다. 특히나 <내 딸 서영이>는 여타 주말 드라마와 달리 시크한 모습을 보여왔기에, 그 닭살돋음이 더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일일, 주말 연속극의 고질병이라고 볼 수 있는 지독한 '행복강박증'이라고 하더라도, 이상하게 그 진부한 해피엔딩이 싫지 않다. 


<내 딸 서영이>는 스토리 전개 방식이나, 인물 구도 면에 있어서 전형적인 주말 드라마 형태를 답습한다. 어느 주말 드라마가 그랬듯이, <내 딸 서영이> 주 무대는 가족이고, 끝내 가족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극 중후반부에 여주인공 서영은 가족의 품을 떠나 홀로 서기를 시도했지만, 결국 그녀의 선택은 완벽한 가족의 품안에 포근히 안기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여주인공이 남편이었던 우재(이상윤 분) 재결합없이 정말로 그녀 혼자 나름대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줄 법도 하다. 하지만 가족 체계가 나날이 무너지는 시대, 무엇보다 '가족'을 중시하는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중장년층 세대가 주시청자로 꽉 잡고 있다는 KBS 주말연속극 시간대에는 쉽게 감당할 수 없는 도전이다. 가족 없이 나 혼자 잘 살 거야를 외치던 서영이가 오랫동안 등을 돌리던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고, 이별을 선언했던 우재와 재결합하여 아이까지 낳고 알콩달콩 사는 결말은, 아무리 요즘 '싱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나, 이왕이면 내 자식은 결혼해서 아이낳고 살았으면 하는 다수의 부모들의 판타지를 완벽히 대변한다. (우리 부모님도 매한가지다) 


그러나 <내 딸 서영이>가 단순히 보수적 중장년층 판타지 충족에만 머물렀다면, 오늘날 '국민드라마'라고 불릴 정도의 엄청난 인기를 끌긴 어려웠을 것이다. 시간대 특성상 뭘해도 시청률 30%는 보장한다는, KBS 주말연속극이라고 하나, <내 딸 서영이>는 기존 중장년층 시청자외에 주인공 서영이 또래인 20~30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은 주말 드라마였다. 




솔직히 말하면 글쓴이는 평소 KBS 주말 연속극을 즐겨보지 않았다. 그 시간대의 드라마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가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시간대 드라마는 대부분 그래왔다. 하지만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서서히 젊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온 KBS 주말 연속극은 <내 딸 서영이>를 정점으로 완벽히 젊어지고 있었다. 비록 결말에서 '결국은 가족'이라는 보수적 가치관과 완전히 타협하긴 했지만, 서영이와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서서히 해결하는 과정은 무조건 보수적 어르신들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지 않았다. 




<내 딸 서영이>의 서영이는 기존 가부장적 시각으로 봤을 때, 자신의 행복을 위해 부모를 등진 패륜 자식에 가깝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는 서영이를 단순 악녀로만 바라보기보다 그녀가 사랑하는 아버지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제시한다. 서영이의 살려달라는 절규를 듣고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그 이전까지 서영이 아버지 삼재는 내가 서영이라도 등을 돌리고픈 무늬만 부모였다. 물론 자식된 입장에서 아무리 못난 부모라도, 부모를 버릴 수 없다. 하지만 그러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불구, 부모와 가족을 등지고 진정한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서영이의 도전은 요즘들어 더더욱 부모 세대와 격한 갈등을 벌이는 젊은 세대에게 큰 공감대와 지지를 받기 이른다. 비록 서영이의 홀로서기는 다시 가족의 편입으로 급마무리 되었지만, 어른들을 위한 드라마에서 젊은이들의 시각이 반영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혁명'인 셈이다. 


드라마의 하이라이트인 서영이와 아버지의 화해를 위해 한걸음씩 잘 나가다가, 갑자기 삼재가 복막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생사의 위기를 넘길 당시엔, 누구 하나가 아파야 모든 것이 해결되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전형적인 고질병 재림을 보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곯아야지만, 겨우 터질 정도로 극화된 부모, 자식 세대의 갈등을 고려해볼 땐 그리 억지 전개로 보긴 어렵다. 




<내 딸 서영이>가 주말 드라마 고정 시청자인 중장년층은 물론, 청년층이라는 신규 애청자 유입에 성공한 것은, 드라마가 보여줬던 세대 갈등과 해법이 각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음에도 불구, 죽을 고비를 넘어서야 자식의 용서를 받은 삼재는 이 나라 다수의 부모를 상징했고, 반면 부모는 자신의 인생에서 짐만된다고 생각한 서영은, 지난 대선 이후 부모 세대에 의해 완벽히 좌지우지당한 앞날에 힘들어하는 자식 세대의 표본이었다. 


너무나도 완벽했던 <내 딸 서영이>의 행복한 마무리를 두고, 중장년층은 그토록 기다리던 결말에 함박웃음을 지을 법도 하다. 아버지를 원망하고 살았던 딸이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고, 다시 부모와 남편의 곁으로 회귀했으니 이토록 완벽한 보수적 해피엔딩이 또 어디있을까. 


하지만 철옹성같았던 서영이가 다시 아버지에게 마음의 문을 연 것은, 딸의 울부짖음에 완전히 새 사람이 된 아버지의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한 때 이혼 위기까지 갔었으나, 그 어느 때보다 사이가 돈독해진 강기범(최정우 분)-차지선(김혜옥 분) 부부도, 소위 '꼰대'로 불리던 강기범이 변했기에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식으로서, 여성으로서 독립을 선언했던 서영이가 다시 아버지와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전형적인 가부장적 가치관 회귀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영이가 다시 '가족'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무작정 자식과 아내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았다. 단순히 자식 세대는 무조건 부모 세대를 공경하고 따라야한다는 것이 아닌, 부모 세대의 자식 세대를 향한 배려와 이해를 함께 보여주는 진정한 소통방식을 보여준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서영이를 비롯한 자식 세대는 결코 부모 세대를 버리거나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 이삼재와 강기범이 자라던 시절처럼 기성 세대의 가치관을 무조건 젊은 세대에게 강요하거나 주입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 어느 때보다 세대 간의 갈등이 격렬해지는 지금, 상대를 향한 일방적 양보만을 바라는 것이 아닌  마음의 문을 여는 대화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보는 것은 어떨까. 


같은 시대를 산다고 해도, 각각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부모와 자식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긴 하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자식과 부모, 혹은 가족 사이에 진솔하게 마음을 털어놓아야한다는, 당연하지만 잊고있던 소중한 진리를 몸소 깨닫게 해준 것만으로도 <내 딸 서영이>는 '국민드라마'로서 완벽히 성공한 것이다. 




<내 딸 서영이>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삼재와 이서영의 진정한 화합은 전적으로,  함께 얼굴 맞대면서 살아야할 이 시대 모든 부모와 자식의 몫이다. 단순히 판타지에 불과한 주인공 가족의 되찾은 행복에 대리만족에 머무르게 하기보다, 우리가 사는 현실까지 되짚어 보게 하는 <내 딸 서영이>의 마지막 회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역시 <내 딸 서영이>가 국민 드라마 맞긴 맞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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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KBS 주말연속극 <내 딸 서영이> 주인공 서영(이보영 분)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여자다. 경제적으로 무능하다못해, 노름에 빠진 아버지 삼재(천호진 분) 때문에 학교도 자퇴해야했고, 자신과 동생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정말로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힘겹게 살았던 서영이에게 자존심은 다 쓰러져가기 일보 직전인 서영이를 지탱해주는 마지막 보루였다. 


어떠한 위기가 닥쳐와도 흐트려짐없이 꼿꼿했고 당당했던 서영이의 기품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판사 출신 변호사이자 재벌집 며느리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했던 그녀의 자존심은 때로는 그녀를 가차없이 무너뜨리는 독이 되어 돌아왔다. 


가장으로서 책임감,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를 외면했다는 죄의식,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속였다는 죄책감. 남들은 하나도 짊어지고 힘든 무언가를 그 가녀린 어깨 위에 모두 걸쳐 올리면서도, 서영이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무심한 표정으로 살아왔다. 어떤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은 그녀를 볼 때마다, 내세울 게 '자존심' 밖에 없기에 유일한 무기를 내세우는 서영이의 심경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서영이가 답답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아무리 그래도, 저 자존심 좀 내려놓으면 어디 덧나요?




똑부러진 성격의 서영이긴 하지만, 그녀는 어른이 된 이후 남들 앞에 자신의 호불호를 도통 드러내지 않았다. 서영이 또한 사람이기에 좋고 싫음의 감정의 구분은 명확했지만, 언제나 속으로 삭힐 뿐 남에게 심지어 자신의 남편이었던 우재(이상윤 분)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주지 않았다. 

서영이가 여전히 전 남편인 우재를 잊지 못하는 것은, <내 딸 서영이> 시청자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서영이는 끊임없이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우재를 떼어놓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우재와 결혼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우재와 그의 가족을 속인 죄책감이 가장 컸긴 하다. 하지만 서영이는 유일하게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감싸줄 것 같았던 우재에게 일종의 강한 실망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연히 서영이가 아버지 삼재 존재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우재는 그날 이후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서영이 앞에 나타난다. 뒤늦게 서영이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된 우재는, 믿었던 아내에게 배신당했다는 상실감도 컸겠지만, 무엇보다도 아내의 솔직한 해명이 듣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영이는 우재 가족들에게까지 자신의 정체가 들통난 순간까지, 자신이 아버지를 부인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럴싸할 변명조차 들지 않았다. 


분명 서영이에게는 아버지 삼재를 부정할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애초 서영이는 우재와 결혼할 마음조차 없었기에, 어차피 우재네 집에서 반대할 결혼, 아예 고아라고 둘려대자 싶었다. 그런데 오히려 우재네 집은 서영이가 고아라는 점을 다행이라 여기고, 그들의 결혼을 선뜻 승락한다. 세상 모든 여자들의 로망인 재벌가 입성이 눈 앞에 있는데, 저절로 굴러 들어온 복을 마다할 사람은 정말 없다. 그래서 서영이는 눈 딱 감고, 아버지를 산 송장으로 만들었다. 살아있는 아버지를 죽은 사람 취급하는 것은 천륜을 어겼다는 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당시 서영이와 아버지는 절연한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 이전까지 서영이는 아버지라는 그늘 때문에 자신만 힘들고 억울한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날 서영이가 존재하기까지,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주위의 남모를 희생이 숨어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인생의 걸림돌이라고만 생각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뒤늦게서야 깨달을 때쯤, 아버지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노름에 빠져서 아내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고, 고등학교까지 포기한 딸이 힘겹게 모은 아내의 병원비와 대학 등록금 몫까지 단단히 챙겨갔던 아버지는 "살려달라."는 딸의 절규를 듣고 완전히 새 사람이 된 지 오래다. 그 날 이후 오직 딸을 위해 마음 단단히 먹은 삼재의 변화를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으련만, 보다 극적인 화해를 보여주고자했던 <내 딸 서영이> 제작진은 삼재가 패혈증으로 들어눕고 나서야 아버지의 하늘같은 깊은 사랑을 알고 후회하는 딸의 눈물을 클로즈업한다.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고질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대개 사람들은 소중한 존재가 자신의 곁을 완전히 떠나고 다시 되돌아오기 힘들 때, 그 부재에 대해 후회하고 힘들어하는 일이 종종 있다. 


우재를 구하려다가 생긴 사고 후유증으로 생긴 복막염으로 번진 패혈증에 쓰러진 삼재와 뒤늦게 후회하는 서영이의 사연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을 보내는 것은, 딸을 힘겹게 한 지난날을 철저히 반성하며, 딸을 위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청한 삼재의 변화 덕분이 크다. 지난날 오죽 딸이 등을 돌릴 정도로 그야말로 '막' 살아왔던 과거가 있음에도 불구, 그 과거를 완전히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온 삼재는 아버지를 외면한 딸의 눈물어린 용서를 받을 자격 충분하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의 진심을 알고, 뒤늦게라도 아버지에게 자식된 도리를 다 하려고 했는데, 자칫하다가 아버지가 이대로 눈도 제대로 못뜨고 자신의 곁을 영영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은 서영이는 그제서야 하루라도 빨리 자신이 사랑했던 이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하기 이른다. 그래서 서영이는 우재네 집을 찾아가 본의 아니게 결혼 과정에서 아버지와 자신의 정체를 속인 과오를 사죄한다. 


"자꾸 머뭇거리다가 미루면 영영 사과를 못할 것 같아서요."


서영이는 우재도, 자신의 시어머니였던 차여사(김혜옥 분)도, 쌍둥이 동생 상우(박해진 분)도. 그리고 아버지 삼재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비록 본의아니게 그들과 적잖은 오해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자존심을 앞세워 본의 아니게 그들과 헤어져있는 시간을 보내야했지만, 사실 서영이의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고픈 바람이 숨어 있었다. 다만 좋다, 싫다를 말하지 못하는 서영이기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었다. 




아버지의 진심을 알고, 그와 다시 화해하고픈 마음이 들 때쯤, 아버지가 쓰러지고 '시간은 언제나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진리를 절실히 깨닫은 서영은, 드디어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했던 틀을 과감히 깨부수고,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자신의 진심을 선보인다. 그 누구보다도 서영이의 진솔한 사과와 한 마디를 원했던 우재와 우재 가족들, 그리고 서영이 가족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변화다. 


특히나 정말 사랑했지만 서로의 자존심만 앞세우느라 언제나 마음과 달리 내쫓기 급급했던 우재에게 자신이 얼마나 우재를 사랑했노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단순 로맨틱함을 넘어, 드디어 자신을 힘겹게 가두었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서영이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순간이었다. 




각자를 단단히 조여매었던 자존심의 허울을 벗고,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한발자국 앞으로 나간 서영이와 우재의 키스는 아름다웠다. "더 늦기 전에 진심을 담아 사랑한다 말하세요." 어쩌면 서영이와 우재뿐만 아니라, 언제나 마음으로는 되내이면서도, 막상 앞에 서면 쉽게 말문을 열지 못하는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최고의 선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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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엄연히 말하면 KBS 주말 연속극 <내 딸 서영이>는  부모와 자식 간 세대 갈등을 전면적으로 부각시킨 것 외에 딱히 새로운 소재는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부분 드라마에서 단골 요소로 꼽히는 재벌과 신데렐라 스토리를 여주인공 서영(이보영 분)의 신분상승을 통해 보여주더니, 드라마의 다른 축을 맡은 상우(박해진 분), 호정(최윤영 분), 미경(박정아 분)을 통해 삼각관계까지 그려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내 딸 서영이>가 평소 KBS 주말 연속극을 보지 않은 젊은 시청자들에게까지 폭넓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뻔한 내용임에도 불구 지극히 어른들 시각이 아닌 청년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대갈등 해법 제시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주말 연속극과 다른 문법으로 드라마를 이어가는 <내 딸 서영이>의 결말에 제법 기대가 컸었다. <내 딸 서영이>만큼은 다른 드라마와 달리, 무조건 자식 세대와 여성만의 양보로 갈등이 억지 봉합되지 않는 참신한 화해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 시청자들의 오랜 숙원을 풀어낼, 서영이-삼재 부녀 갈등의 해법으로 제시한 카드는 아무래도 서영이 아버지 삼재(천호진 분)이 쉽게 나을 수 없는 병에 걸린 것으로 가닥을 잡은 듯 하다. 




극 중 삼재가 크게 아플 것이라는 설정은 이미 지난주 16일 방영한 45회 공방 여사장과 함께 삼겹살을 먹는 저녁식사 씬에서 암시된 바 있다. 그 당시엔 너무나도 뻔해보이는 설정이기에, 과연 기존의 식상한 문법을 제대로 뒤집는 필력으로 호평받은 <내 딸 서영이>가 굳이 삼재 불치병 설정이란 무리수(?)를 택할까 싶었다. 하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드디어 오랫동안 물과 기름처럼 제대로 섞이지 못하던 서영이와 아버지 삼재가 마음의 문을 열고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복통을 호소하던 삼재는 끝내 휴게실에서 쓰러지게 된다. 


오늘 방영할 48회를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을 보니, 삼재가 앓고 있는 병은 역시나 꽤나 심각해 보인다. 아버지의 짙은 병색을 알게된 서영이는 눈물을 흘리고, 의사임에도 불구 아버지가 몸 속에 큰 병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상우는 자책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최종회 시청률 50%를 내심 염두에 두고 있다는, <내 딸 서영이> 제작진의 고도의 노림수가 숨어있다. 50부작으로 다음주 종영 예정인 <내 딸 서영이>는 아직 3회나 남았고, 어떻게든 드라마 최대 하이라이트인 삼재와 서영이의 감동적인 화해 무드를 위한 뭔가 극적인 상황이 필요했다. 그래서 식상하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삼재를 환자로 몰아갈 수 밖에 없다. 불치병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드라마가 뿌리깊게 박힌 이래, 주인공의 비극적인 상황을 극대화시키면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된 3대 요소 중 하나아닌가. 




"믿었던 <내 딸 서영이> 너마저."


그래도 <내 딸 서영이>만큼은 쿨하게 자연스럽게 삼재와 서영이가 화해하길 바라던 시청자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강한 뒤통수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다른 드라마라면 그럼 그렇지 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내 딸 서영이>는 시청자들에게 그렇고 그런 주말 연속극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하긴 아직 47회밖에 안됬음에도 불구, 드라마의 가장 백미로 남을 삼재와 서영이 화해 장면이 좀 일찍 나온다 싶었다. 드라마 제목 자체가 <내 딸 서영이>인만큼 서영이 이혼이나 독립 선언은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쳐도, 정작 드라마의 주제인 부모와 자식 세대의 진정한 화합은 막판까지 쉽게 보여주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삼재와 서영이의 빠른 화해를 방해하는 요소로 느닷없는 삼재가 병에 걸려 쓰러지는 장면이 나올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삼재가 쓰러진 후, 서영은 아버지의 병색이 완연해진 쯤에야, 뒤늦게 아버지의 진심어린 사랑을 알게된 자신의 무심함을 자책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삼재가 쓰러지지 않아도, 서영은 자신을 위해 완전 새 사람이 된 아버지의 진심을 깨닫고, 그동안 아버지에게 차갑게 대한 것에 용서를 빌고, 앞으로 아버지에게 잘하겠노라 다짐한 상태였다. 그러나 <내 딸 서영이>는 좀 더 감동적인(?) 부녀의 화해를 위해, 서영이가 집을 뛰쳐나간 이후 정신차리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삼재를 환자로 만들어 차마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서영이의 사부곡을 기대하는 것 같다.  


참으로 가슴 절절했던 예고편처럼, 예상치 못한 새드엔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KBS 주말 연속극 특성상, 의사인 아들, 딸 혹은 전 사위 우재(이상윤 분)의 도움으로 다시 건강해지는 삼재의 해피엔딩으로 갈 확률이 높아보인다. 이대로 삼재를 떠나보내기엔, 이제야 아버지의 진정한 사랑의 힘을 깨닫고, 다시 아비의 품으로 돌아가려는 서영이는 물론, 그동안 서영이를 생각해서 열심히 살아온 삼재에게도,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두 부녀의 화해만을 간절히 바랐던 시청자들에게도 못할 짓이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마저 끝내 불치병이 안겨주는 신파의 유혹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강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결말을 떠나 다소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삼재의 병색 완연은 <내 딸 서영이>만이라도 쿨 하게, 자연스럽게 등장인물 간의 화해를 기대했던 이들의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 그동안 뻔한 설정, 갈등임에도 불구 허를 찌르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감탄을 이끌어낸 드라마인만큼,  삼재를 끝내 환자로 만든 <내 딸 서영이>의 마무리에 사뭇 기대를 걸어보련다. 이왕이면 가볍게 급성 맹장 걸린 삼재로 갔음 싶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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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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