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영한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 장소심(윤여정 분)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부처다. 





12년 전 전 허리를 다쳐 꼼짝도 못하는 시아버지 봉양에 하루라도 바람 잘 날 없는 자식들과 큰아들 강동탁(류승수 분)과 비슷한 나이인 시동생들 뒷바라지. 거기에다가 천하의 난봉꾼이었던 남편 강태섭(김영철 분)의 첩 하영춘(최화정 분)과 영춘의 몸에서 난 강동희(옥택연 분)까지 껴앉고 살아간 소심은 상당히 지쳐보였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소심의 절규가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았다. 하지만. 


절대 이혼만큼은 안된다고 강경 모드로 나서다가, 끝내 자기가 소심 대신 집을 나가겠다고 짐을 꾸리는 태섭을 말리며 소심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다 좋은 것을 당신에게 주고 가겠다는데 내 말 못 알아듣겠나.”면서 말이다. 





그렇다. 소심이 집을 떠나겠다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태섭을 위해서였다. 

<참 좋은 시절>에서 소심은 가족을 위해서 늘 스스로를 희생하는 캐릭터였다. 한마디로 소심과 오랫동안 한 방에서 지낸 영춘의 말처럼 사람이 아니다. 


남편이 집을 나간 상황에서, 시부모 수발에, 돌아가면서 속썩이는 자식들과 시동생들을 돌보면서도 소심은 싫은 내색 한번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소심의 딸 동옥(김지호 분)은 어릴 적 사고로 정신 연령이 9세에 멈추어버린 장애인이고, 동희는 업둥이이다. 





그럼에도 소심은 지극정성으로 자식들과 시동생을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워냈다. 동옥이와 쌍둥이 남매인 둘째 아들 동석(이서진 분)은 검사다. 그리고 시동생들, 큰아들, 둘째 아들 모두 결혼을 했고, 소심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던 동옥과 동희도 만나는 사람도 있고, 각자 제 자리들을 잘 찾아가고 있다. 이제 시동생들과 동탁의 말대로 아무 걱정없이 자식들의 효도 받아가면서 편히 살 날만 남은 것 같다. 그런데 소심은 이 좋은 것을 마다하고 기어이 집을 나가겠단다. 


뒤늦게 정신차리고 집에 들어온 태섭이, 아버지 노릇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자리를 비켜주겠다는 소심의 선택. 평생을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면서 살았던 소심의 지난 날을 비추어보면 그리 뜬금없는 행동은 아닌 듯하다. 소심은 언제나 자신보다 가족의 행복을 중시했고, 행여나 자신의 불만 때문에 가족 내 분란이 일어날까봐, 자신의 감정을 죽이며, 참고 견디며 인내하며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가족들은 소심을 답답하게 여기면서도, 정작 자신들을 위한 그녀의 희생을 당연히 여겨왔다. 마치 소심은 김밥 꼬투리와 생선 머리를 좋아한다고 천연득스럽게 말하는 손자 동원이처럼 말이다. 





늘 자기 곁에서 있어야하는 엄마, 형수님이기에 자식들과 시동생들은 소심의 이혼을 필사적으로 반대한다. 오직 그간 소심과 각을 세우던 동석만이 소심의 편에 서서 그녀의 이혼을 돕는다. 동석이 소심의 이혼을 돕는 이유는 딱 하나다.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 하지만 나머지 자식들과 시동생들은 동석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가족을 위해서 희생한 시어머니의 남은 인생을 편안하게 해드리기 위해서, 이혼을 찬성했던 며느리 차해원(김희선 분)도 이혼을 하겠다는 소심의 진짜 뜻을 알고나서부터는 필사적으로 시부모의 이혼을 막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석은 소심이 하고싶은대로 도와드리겠다는 자신의 뜻을 쉽게 꺽지 않으려고 한다. 


동석과 해원이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 이혼을 하겠다는 소심의 편에 서게된 것은 소심을 위해서다. 평생을 가족들을 위해서 산 만큼, 이제라도 가족들 걱정을 뒤로하고, 그녀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진실한 바람에서 말이다. 그런데 소심은 자신이 아닌 오래 전에 자신과 가족을 버리고 집에 나간 철없는 남편을 위해서 집을 나가겠다고 한다. 말로는 이제 가족들이 지긋지긋하다고 하나, 여전히 소심의 머리와 가슴은 가족을 향한다. 







가족들을 위해서 집까지 나가겠다는 소심의 희생과 헌신은 과거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어머니상이다. 아니, <참 좋은 시절>의 장소심은 그녀들보다 한 술 더 떠, 자신의 전부나 다름없는 가족까지 평생 자기 속만 썩였던 남편에게 양보하겠단다. 


옆에 있는 누군가가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오직 자기 잇속만 중시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가족조차 각 구성원의 이해관계에 의해 와해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끈끈한 가족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는 소심의 몸부림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오히려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들이 소심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정도다. 차라리 자신만의 인생을 살기 위해 이혼을 하겠다는 설정이 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물론 타인의 고통을 모른 채 하지 않고, 남을 위해 배려하는 자세는 원활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 중 하나다. 가장 가깝고도 편한 가족일지라도,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서로를 이해하고 챙겨야한다. 


하지만, 평생을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으면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전부까지 내놓으려고하는 소심의 선택은 상당히 극단적이면서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소심 옆에는 그녀의 뜻을 대신 헤아려주고, 하고 싶은 말까지 속시원히 대신 해주는 며느리 해원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할까. 






가족들 때문에 온몸이 전부 만신창이가 되었으면서도, 그럼에도 그 가족을 위해 기꺼이 물려나주겠다는 장소심. 자기보다 가족이 좋다면 그것보다 행복한 것이 없다는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보여주는 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최종 선택이 진심으로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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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지난 1일 첫 방영한 tvN <꽃보다 청춘> 1회는 ‘배낭여행’이라는 기본 컨셉 외엔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와는 전혀 달랐다. 





일단 <꽃보다 청춘>에 합류한 윤상, 유희열, 이적에게는 여행의 필수품목 중 하나인 트렁크 가방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는 급조 여행. 여행을 위한 사전미팅으로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다가 바로 페루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된 세 남자는 격렬한 멘붕에 빠진다. 세면도구는 물론이거니와 속옷 한 장 챙기지 못하고 급하게 공항으로 달려간 세 남자는 영문도 모른 채 페루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연로한 노배우들과 달리, 해외 거주 경험이 있고 영어에도 능통한 세 뮤지션에게 배낭여행은 그리 어려운 미션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배낭여행 아무런 준비없이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 땅으로 급히 떠나는 것은 한없이 당황스럽기만하다. 제작진 측에서 여행 경비를 넉넉하게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돈으로 페루 여행 내내 의식주를 전부 해결해야한다. 





다행히 이들은 여행에 익숙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는데 능숙한 편이다. 그래서  비록 택시 요금 흥정 과정에서 기사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기도 했지만,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재빨리 페루 첫날 묶을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고, 리마에 가면 꼭 먹어봐야한다는 세비체 요리도 맛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조합이 좋다. 비록 윤상, 유희열, 이적은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단골 게스트라는 자신들을 일컬어 ‘반전없는 뻔한 구성’이라면서 신선하게 출연진을 섭외하지 못한 나영석PD의 진부함(?)을 타박했지만, 그 또한 서스럼없이 지내는 사람들끼리만 가능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서로를 잘 안다고 자부하던 이 세 남자의 여행은 마냥 순탄치 않았다. 단순히 여행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제 아무리 오랜 친구라고 한들, 제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이어온 중년 남자가 페루라는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에서 함께 지내는 과정은 적잖은 인내와 시행착오를 요한다. 


그래도 오랜 친구를 위해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고자 했던 세 남자는 결국 윤상의 뜻대로 어렵게 화장실이 딸린 숙소를 얻는 과정에서 폭발하고 만다. 유독 화장실에 예민한 윤상을 위해 다른 스케줄을 포기하고 숙소 구하는데만 매달렸지만, 시큰둥한 윤상의 반응에 맥이 풀려버린 이적은 이렇게 말한다. “사심없이 배려를 해야 하는데 생색의 마음이 있었다.”면서 말이다. 





꽤 오랫동안 서로를 보아왔다는 세 남자는 상대방을 향한 서운한 마음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굳이 윤상이 유희열과 이적에게 자신의 남모를 비밀을 토로하는 예고편이 나오지 않아도, 언제 그랬나는듯이 서로에게 잠시 품었던 서운함을 훌훌 털어버리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이 녹록지 않은 9박 10일의 여정을 잘 끝마치고 돌아올 것을 말이다. 마치 사소한 무언가에 감정이 상하더라도 다시 자연스레 풀어지면서 마음을 여는 우리들의 보편적인 관계처럼. 





서로를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아직도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더 많았던 세 남자의 다사다난한 페루 여행기. 때로는 마음 상하는 일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자신들의 삶에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되새길 이 남자들의 독특한 배낭여행이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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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방콕은 세계 최대 관광국가 태국의 수도 이름을 말한다. 하지만 남들이 휴가철을 맞아 국내외로 여행을 떠날 때, 집에만 콕 박혀 있는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지난 26일, 단 하루만의 방콕여행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MBC <무한도전-방콕특집>은 역시, 태국 방콕이 아닌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진행되었다. 방콕으로 떠난다고 잔뜩 들뜬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노홍철 등 출연자들의 기대감을 고취시키기위해, 아예 인천공항으로 전 출연진과 스태프를 집합시킨 <무한도전> 제작진은 예정대로 출연진들을 자신들이 철저하게 계획한 특별한 방콕여행 코스로 안내한다. 


“이럴 줄 알았다.”면서 쉽게 체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표정들이 역력한 출연진들을 태운 관광용(?) 승합차가 향한 곳은 제작진이 6성급 리조트라고 주장하는 옥탑방이었다. 초호화 시설을 자랑한다고하나, 에어컨은 커녕 6명의 남자가 두 다리 뻗고 마음껏 잘 수 있는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단칸방에서 <무한도전> 출연진들은 여행이라고 하기엔, 극기훈련에 가까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했다. 





개중에는 일명 ‘코끼리쇼’라고 하여, 동남아 단체 관광 패키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가지 상술을 꼬집는 체험도 있었다. 가이드가 주도한다는 쇼핑 관광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지난 26일 방영한 <무한도전-방콕특집>에서는 실제 태국 여행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진귀한 활동이 많았다. 


‘악’소리가 절로 나오는 강한 지압에도 워낙 고통에 무감한 노홍철 덕분에 옥상 위에 꾸며진 특별한 워터파크를 경험한 <무한도전> 출연진들은 이후 있던 스노클링 타임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입으로 수족관 안에 있던 해삼, 멍게, 개불 심지어 낙지, 문어까지 잡은 하하의 맹활약 덕분에 특급 호텔 코스 요리가 부럽지 않은 풍성한 저녁식사로 배를 채운다. 그리고  그동안 꽁꽁 숨겨 왔던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작가들 덕분에 시원한 웃음과 함께 한여름밤의 무더위까지 날아가는 듯하다. 



기대했던 여행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얻은 작고도 특별한 행복 


<무한도전> 출연진들이 내심 기대했던 ‘방콕여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응원, 레이싱 특집 등 오랜 장기 프로젝트에 피로가 누적된 출연진들에게 주택가 한복판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휴가는 그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기 충분했다. 






처음 숙소에 입성했을 때만해도 옥탑방을 6성급 리조트라고 칭하는 김태호PD의 연이은 허풍에 실망감을 드러냈던 출연진들은 오히려 힘든 스케줄을 소화할 수록 여행 그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다. 비록 모두가 들어갈 수없는 작은 풀장이지만, 그 속에서 각자의 발로 서로의 얼굴을 밀어내는 장난도 치고, 옥상 위에 가만히 앉아 태닝을 즐기는 출연진들은 뜻밖의 휴가라면서 밝은 표정으로 오랜만의 즐기는 여유를 마음껏 누린다. 


여행은 색다른 문화를 마주하고 자유를 만끽하는 작은 일탈이며, 바쁜 일상에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비록 태국 방콕이 아니라, 방에서 콕 박혀 지냈다고 한들, 숨가쁘게 달리던 레이스에서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른 <무한도전>의 시간은 앞으로 남아있는 더 많은 도전을 위한 꼭 필요한 휴식이었다. 





이왕이면 경치좋은 곳에서 휴가를 보내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집 혹은 재래시장과 같은 가까운 곳에서도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무한도전>. 출연진, 시청자 모두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최고의 힐링타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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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