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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힐링캠프 인생 자체가 감동인 뿌리깊은 나무 윤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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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문. 작년 한 해 <뿌리깊은 나무> 정기준으로 많은 이들에게 각인된 배우이긴 하지만, 그 외의 삶은 잘 알져지지 않아, 그의 첫 토크쇼 출연이 여러모로 궁금하기도 하였구요. 


의외로 그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 하였습니다. 다른 이의 삶을 자신의 몸을 통해 그려내는 것은 잘 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것은 많이 서툴어하는 그였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진심이 묻어났고, 꾸미지 않은 담담한 이야기가 오히려 듣는 이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하였죠. 누구한테서 인위적으로 배운 학원표 연기가 아니라, 자신의 생활과 체험에서 터득한 틀에 박히지 않는 연기를 펼치는 윤제문. 실제 그가 살아왔던 인생과 연기는 비교적 일치된 그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주병진을 닮기도 하였으나, 다소 투박하고 거친 외향 때문에 조폭, 악역 연기를 주로 해왔던 윤제문인터라 그의 첫 인상은 그리 썩 가슴에 와닿지 않아요. 게다가 작년 <뿌리깊은 나무>에서 석규 세종과 비견되는 강한 악역이자 가리온 소제 정기준의 잔재가 남아있어서 그런지, 한편으로는 무섭기(?) 까지 하구요.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는 광평 대군을 죽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 석규 세종이 광평대군의 시체를 보고 소리없이 숨죽여 울 때, "내가 죽였는데..." 하면서 함께 목놓아 엉엉 울 정도로 실제론 여리고, 정많은 그의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았나 싶네요. 
 


이 세상 모든 연극 배우가 그랬듯이 그의 무명 생활 또한 그리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군대 시절 우연히 보게된 연극이 좋아 수많은 고민 끝에 서게된 무대. 그것도 연기가 아닌 연출부로 들어가, 현장의 이것저것을 다 경험해본 이후 연기로 뛰어들었구요. 그러다가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고, 본의아니게 덜컥 임신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 최대 위기를 회피하거나 그대로 털썩 주저앉지 않았어요. 술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긴 하지만 오직 자기 하나만 믿고 지금까지 버텨준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여 매사 열심히 살아온 가장으로서의 묵직한 책임감.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부인하거나 회피하지 않은 그의 화끈하면서도 듬직한 모습이, 그간 변명과 오해를 번복하던 여타 게스트와 달라 더욱 마음에 들기도 하였구요. 
 


자신이 좋아, 돈 안되는 단역 연극배우 생활로 아내 속을 꽤나 썩인 고난의 연속이긴 했지만 결코 우리 사회의 이치와 순리에  어긋난 삶을 살지 않으면서, 자기가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한 인생. 그 과정에서 몸소 겪었던 삶의 터득과 인생의 희노애락이 오늘날 잘 숙성된 탄탄한 뿌리를 가진 명품 배우 윤제문을 만든 밑거름이 된 듯 합니다. 

 

흔히 윤제문을 대기만성형 배우라고 합니다.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고생도 많이 했고, 불혹이 넘은 중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한 극단의 연출부부터 시작해서 막노동, 공공근로, 아동복 장사, 술집 아르바이트 등 안해본 일이 없었다는 파란만장한 무명생활을 특유의 뚝심과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묵묵히 견딘 천상 배우. 

이제 좀 쉴 만도 한데, 좋은 작품에서 더 나은 연기를 펼치기 위해 오늘도 하이에나처럼 먹잇감을 찾아나서는 특유의 성실함까지 갖췄으니 잘 될 수 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잘 될 것 같은 진짜 연기자. 거친 땅에서 오롯이 스스로 힘으로 우뚝 섰기에 더욱 든든한 뿌리깊은 나무의 실체가 있다면 단연 윤제문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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