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66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지아 장커의 <천주정>은 4개의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되어있다. 각각 다른 이야기가 연이어 진행되지만, 이야기가 말하고자하는 공통점은 하나다.
각각의 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중국의 극심한 양극화의 폐해에 고통받는 인물들이었다. 첫번째 이야기 주인공 따하이(강무 분)은 마을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탄광개발 이익을 배분하지 않는 촌장과 신흥 재벌을 고소하기로 결심하지만, 고소장을 베이징에 전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영화 시작에서 잠시 따하이와 스쳐지나가는 조우산(왕보강 분)은 청부살인업과 강도로 중국 전역을 떠돌아 다닌다.
내연남이 타고간 기차 사고 소식에 초조함을 느낀, 사우나 접수원 자오 타오(샤오위 분)은 돈을 내세우며 막무가내로 그녀에게 성매매를 요구하는 부패 관리에게 봉변을 당한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노동자인 샤오후위(나람산 분)은 유흥업소 접대부와 사랑에 빠지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에 꿈마저 좌초된다.
적나라하게 중국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의 어두운 그림자를 조명하는 <천주정>은 상당히 잔인하고도 노골적인 장면이 군데군데 존재한다. 그 폭력성이 절정에 이르는 부분은 따하이가 마을 비리 세력에게 총을 겨누는 씬이다.
한 때 친구였지만, 거대한 자본을 미끼로 마을 사람들을 착취하는 촌장과 재벌의 횡포를 참을 수 없었던 따하이는 우발적으로 그들에게 총을 쏜다. 세번째 이야기에서 부패 관리에게 능욕당할 뻔한 샤오위는 가지고 있던 과도로 관리를 찔러 죽인다. 부패 관리와 재벌이 막대한 자본과 권력을 앞세워 다수의 국민들을 궁지로 내모는 참혹한 현실에 폭발한 주인공들은 그들이 당했던 폭력 이상으로 저항한다.
중국 내 급속하게 진행된 자본화의 폐해를 울림있게 전달했다는 평을 받으며 칸영화제 공개와 동시에 화제작으로 떠오른 <천주정>은 중국에서는 상영금지조치를 받았다. <A touch of sin> 영어 제목 그대로 중국은 물론 전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참담한 실상을 고발한 영화 <천주정>. 상당 기간 뇌리에 강하게 박힐 문제작이며, 수작이다. 3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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