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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전망대

무한도전 7과 20대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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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일 저녁 무한도전 7을 보고 저는 단순히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식의 해석을 하였습니다. (2010/08/22 - [TV전망대] - 무한도전 7.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두렵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하하가 결국 두려움에 사무쳐, 자기도 나가고 싶다는 절규만을 주목했기 때문이죠. 822일에 발행한 글에는 무한도전 멤버들을 위주로 글을 썼으나, 더 이상의 내용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요즘 들어서 가뜩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무한도전에 정작 무한도전 제작진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저만의 억측으로 짐이 되기 싫었기 때문이죠. 무한도전 7을 보고, 바로 글을 쓰고, 다음날 블로그에 예약발행처리를 하고 우연찮게 본 무한도전 김태호 PD 블로그는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지난 19일 무한도전 레슬링을 직접 보러 간 지라 돌잔치에 조화 보냈다. 한 여름밤의 악몽같았다는 김태호PD의 말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땡볕에 혼자 줄을 선 과정은 짜증스러웠지만, 무한도전의 레슬링은 그 모든 분노와 짜증을 싹 가실정도로 대만족이었거든요. 그 이전에 TV에 레슬링만 나오면 다른 채널로 돌리기 바빴던 저도, 레슬링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김태호PD나 무한도전 멤버들과 달리 레슬링 세대가 아닌 대부분의 레슬링 방청객들도 저와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깊은 여운을 남기고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를 켰는데, 무도가 레슬링을 우롱했다는 둥, 미국 레슬링을 따라했다는 기사는 그야말로 무도 때문에 생겼던 레슬링에 대한 관심이 순식간에 우르르 사라질 수 밖에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그동안 무수한 논란 속에서도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태호PD가 난생 처음으로 블로그를 통해 언론매체가 아닌 직접적으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할 정도로 힘들어하는 그를 십분 이해하면서, 최신 영화인 내 깡패같은 애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영화에서 이제는 퇴물 깡패에 불과한 박중훈이 지방대를 나와서 석사학위까지 땄건만, 여전히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백수 정유미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프랑스 백수는 일자리 달라고 여기저기 부수고 다니는데, 우리나라 백수는 너무 착해. 이거 다 정부 탓이잖아

그 대사를 듣고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박중훈의 대사처럼 정부가 잘못해서 지금 88만원세대들이 취직을 못하는건지, 아님 능력 부족으로 이태백으로 사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전히 88만원 세대들은 내 탓이야 하면서, 계속 자신을 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이 되기 위해 점점 터미네이터가 되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이 능력을 키우면 키울수록 상대방은 더더욱 괴물이 되어 상대적으로 더욱더 초라해져가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정유미는 지방대학을 4년내내 우수장학금을 받고 토익 상위 몇 %에 석사학위까지 취득하고, 회사에 다닌 경력도 있지만, 취업을 미끼로 그녀에게 하룻밤 제안을 거낸 대리처럼 정유미같은 인재는 넘치고 넘치는게 오늘날 현실입니다.



도대체 여기서 얼마나 잘해야하는건가요? 물론 저희 선배 중에서는 썩 좋은 대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번듯한 직장에 취업에 성공, 8. 12시에 퇴근해도 난 행복해라고 외치는 인재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선배들과 달리 공무원을 선택했던 선배, 동기들은 그들보다 더 좋은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 다닌 이력까지 있는 30대 중반 아저씨,아줌마들에게 치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수많은 경쟁자들을 밟고 올라간 인재들조차 탄탄대로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왜 번듯한 직장을 다니다가 나와서 9급 공무원 시험을 보는 사람이 있는지, 단순히 그 사람이 나약해서 직장에 오래 다닐 능력이 없어서라는 개인적은 이유는 아닐 거에요.

여러 가지 상징들이 돋보였던 무한도전7이였지만, 제가 볼 때 김태호PD가 말하고 싶었던 주된 목소리는 협동이 아닐까 싶네요. 지난 200회 특집에서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결국 졸작으로 끝난 좀비 특집을 두고 김태호 PD6명의 멤버들이 힘을 합치는 컨셉을 원했으나, 멤버들의 무한 이기심이 일을 그르쳤다고 했더군요. 이번 무한도전 7역시 호스트의 첫마디처럼 무한도전 멤버들의 무한 이기주의를 시험해보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전 좀비 특집에도, 인도여자좀비특집에도 그랬듯이 무한도전 멤버들은 역시 자신이 살기 위해서 다른 멤버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그 이기심 때문에 모두다 미궁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마지막 남은 하하마저 외로움에 결국 자멸하고 맙니다. 추상적으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누누이 들어왔던 이야기이다만, 안타깝지만 우리 모두 그 별거아닌 교훈을 잘 알고있으면서도 정작 그걸 실천하지 못하고 있어서 거대한 힘에 무너지는게 우리들의 현실입니다.

20대 혹은 88만원 세대는  이 시대의 약자입니다. 자신들은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에게 관심을 주고 자신들의 실력에 맞는 직장을 알아서 구해주길 원하고 있으나, 안타깝지만 현재 20대들은 제대로 버림받은 세대입니다. 88만원 세대 경제학 저자인 우석훈씨말처럼 기성세대 바람처럼 알아서 기어주고, 이미 그들이 원하는 군상들이 되었는데, 무언가 해줄 가치조차 없어보이는거죠.

그래서 우석훈 같은 그래도 20대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선배들은 20대들에게 서로 연대를 해서 힘을 합쳐서 너네들의 권리를 요구해라고 충고를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20대들은 짱돌을 들라는 우석훈의 말에 불쾌감을 느낀 채, 계속 언젠가 실력을 쌓아주면 나를 알아주는 이 있겠지라는 부푼 희망을 가지고 자신과 같은 꿈을 가진 누군가를 넘어트려야 내가 올라간다는 신념 하에 그 사람들을 이기기 위해서 오늘 하루도 쉬지 않고 스펙쌓기에 열중합니다.

물론 실력이 있어야 맞짱을 뜰 수 있습니다.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에서 정유미가 결국 초봉 3,000만원 직장에 취업을 성공하고 최연소 대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과연 지방대 출신이 열심히 공부해도 잘 될 수 있을까라는 비이냥 속에서도 꿋꿋이 실력을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대구, 경북에서 제일 알아주는 계명대 미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어느 광고회사에서 받아주지 않아 이 정부가 현재 20대들에게 줄기차게 요구하는 1인 기업을 창업했지만 결국 미국 뉴욕에 건너가 88만원 세대들 중에서 눈에 띄는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광고기획자 이제석 역시 디자인과 창의력에 대한 남다른 감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구요.

어느 누구도 386선배들같이 학업을 뒤로하고 거리에 나가서 최루탄에 맞서 싸우라는 요구를 하는 세상도 아닙니다. 학생으로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취업을 위한 공부도 열심히 하되, 지식인으로서 최소한의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을 위한 권리를 너네 스스로가 찾으라는 어찌보면 간단한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세대는 점점 움츠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역대 가장 나약하고 한심한 20대로 평가받으면서도 그저 속으로 삭히고 오로지 취업공부에만 매진하고 면접에서 춤을 추라면 춤을 추고, 성희롱 발언을 들어도 돈을 벌기 위해서 알아서 기는 터라 그닥 관심조차 가질 필요가 없는 아이들이 되어가고 있어요. 가뜩이나 그들의 유일한 소통 공간이었던 트위터나 블로그도 검열에 들어가는 터라, 이제는 트위터에도 자신이 들어가기 희망하는 기업 홍보를 알아서 자청할 수 밖에 없게 되었구요.

늘 언제나 모든 언행과 행동이 구설수에 오르는 무한도전 김태호PD인지라 이번 레슬링 논란에 대해서 자신의 심경을 블로그에 쓰기 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김태호PD가 블로그에 글을 올린 후, 그의 글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글에 공감을 했을 것이고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그의 글을 요목조목 반박하겠죠. 하지만 김태호 PD는 스스로 자신의 주장을 대중들의 앞에 관찰을 했고, 그 글 덕분에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팬들을 다시 한번 끈끈히 결집시켰죠. 무한도전 게시판이 아닌, 소설 미디어의 한 공간인 블로그를 통해 직접 네티즌들과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은 지난 무한도전 레슬링에서 관람객이 아닌 가족이라고 애칭을 했던 것처럼, 무도 제작진 역시 같은 네티즌이라는 끈끈한 정을 불러 일으켰구요.



지난 무도 레슬링을 관람하면서, 무한도전에 대한 10,20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다시 한번 환호할 수 있었습니다. 왜 유독 10~30대의 젊은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김태호PD가 그들의 성향과 구미에 맞는 트렌드를 잘 짚어낸다는 것은 인정해야할 것 같네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한도전의 주 애청자들은 현재 이 시대에서 가장 곤경에 처한 세대들입니다. 88만원 세대라고 불리우고 있는 20대들은 말할 것도 없고 10대들은 10대들 나름대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30대 역시 현재 시류에 대해서 가장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세대들이구요.



왜 김태호가 무한도전 7을 만들었는지는 그가 아닌 이상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7명이 서로 힘을 합치는 모습을 그려내고 싶어서겠죠. 그러나 저만의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자면, 천하장사 정준하 때문에 의도가 엇나가 버렸지만, 수많은 회초리도 여럿이 함께하면 쉽게 부러뜨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자기만 살겠다고 독불장군 식으로 나가다보면, 결국 혼자 남으면 행복할 줄 알았던 사람역시 스스로 무너지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현재 대학교에 들어오는 젊은 친구들은 고등학교 내신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자 극소수이긴 하다만 친구의 노트마저 훔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자랐습니다. 서로 끈끈한 선후배의 정은커녕, 상대평가 속에 학점을 잘 따기 위해서, 누가 더 좋은 곳에 취업하는지에 관한 경쟁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대이구도 하구요. 물론 거기서 살아남는 승자는 위너라고 불리면서 다른 또래들이 얻지 못하는 모든 부와 권력이 집중됩니다. 그러나 과연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뚝 선 승자 역시 과연 행복할까요? 비록 같은 또래간의 경쟁에 이기고도, 또 다른 경쟁자와 벽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기성세대가 금지하는 말과 행동을 잘 지켜내면서 무난하게 좋은 직장에서 편안한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룰을 어겼다는 이유로 쫓겨난 다른 이들의 고통과 자기가 속한 사회에 대해서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 있을까요? 불행히도 지금 20대들은 너무나도 빨리 잃어버린 세대라고 지적받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이 그나마 빛을 볼 수 있는 방법은 그나마 우석훈이나 김태호같이 그들에게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는 선배들이 20대들이 살 수 있는 힌트를 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속수무책으로 덫에 걸리고 당할 수 밖에 없는 게 지금 20대들의 비극적인 현실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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