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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전망대

고 장자연 편지 가짜로 판명날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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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sbs 8뉴스 통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고 장자연의 편지는 역시나 예상대로 가짜임이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고 장씨의 편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전모씨는 정신이상자에 모두가 다 그의 조작으로 밝혀졌습니다. 별로 놀랄 일도 아니였습니다. 애초부터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sbs에서 '49'라는 새로운 드라마를 시작한터라, '싸인'은 이제 아득한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싸인 마지막회를 보고 전 많이 울었답니다. 마침 그 때 고 장자연의 편지가 위조되었다는 기사를 접한 뒤라, 진실을 파헤치기 위하여 본인 스스로가 싸늘한 주검으로 자청한 윤지훈(박신양 분)의 희생이 더욱더 씁쓸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지훈은 오로지 죽은 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살아왔던 사람입니다. 그 죽은 사람이 이 사회에 해가 되는 조폭이든, 아님 살해사건마저 덮을 수 있는 권력자에 의해서 희생된 사람이든, 그 앞에서는 모두 다 그가 몸에 남긴대로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을 천직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국과수의 명예와 지위를 위해 권력과 결탁할 수 있다는 이명한 원장이 새로 부임한 이후 윤지훈이 그동안 칼같이 지켜왔던 신념은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결국 시체가 말하고자하는 걸로는 제대로된 싸인을 규명할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은 그는 스스로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법의학자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의 죽음을 미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많은 충격과 시사점을 안겨주었습니다.

저는 그 마지막회를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평소 싸인을 즐겨보시던 저희 어머니께서 그 마지막회 모든 줄거리를 언급하신 이후, 저에게 물으시더군요. 넌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극 중 박신양처럼 너의 모든 것을 내놓을 자신이 있나구요. 그저 다른 20대 또래 여자애들처럼 평범하게 살길 바랐지만, 기어코 딸내미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 저희 어머니의 걱정은 더 늘어가십니다. 그냥 하던대로 연예계 이야기만 쓰고, 정치의 정은 쓰지도 말거라, 하긴 아는것도 없고, 이미 정치에는 오래전에 학을 뗀지라 언급할 이야기도 없지만, 딸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어머니의 마음은 늘 불안하신가봅니다. 누군가는 꼭 해야하고 나서야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늘 자식이 평탄하기 살길 바라는 부모님과, 게다가 딸린 처자식이 있다면, 더욱더 나서기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다 비겁한 변명일뿐이고, 그 와중에도 자기와 자기 가족 모두 다 버리고, 정의를 위해 살아오신 대단한분들도 있지만, 그 분들의 희생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을뿐더러, 되레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이 묻혀버리는 것이 안타깝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얼마전 무한도전은 편집,성우 모두 가능했던 만능멀티플레이어 장승민PD를 놀러와로 보내면서, 그가 예전에 한 잡지와 인터뷰를 한 글귀를 자막으로 실었습니다. 회사에 정둘 데가 많지 않고, 그래서 나를 감추게 되고 감정표현도 잘 안하게 되고...물론 장승민PD의 그 말은 좀 다른 경우이겠지만, 마치 현재의 제 심경을 대변하는 것 같아 그가 처해있는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명문대학교에 언론고시라고 불리는 힘겨운 관문을 뚫고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방송사의 PD가 되었지만, 사회에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시각을 대중에게 전달해야할 의무가 있는 언론인마저 자신의 감정마저 제대로 토로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그동안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만을 향해 달려와서 공영방송 명예를 드높인 PD들도 석연치않는 인사이동은 물론, 심지어 이제는 강원도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앵커 출신 전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많은 흠결이 있었다는 지적까지 들을 정도입니다. 비록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만, 드라마 싸인 속에서 국과수를 흔들림없이 유지하기위해 더러운 권력과 손을 잡고, 더 많은 억울한 사람들의 싸인을 규명하기위해 권력자에 의해서 죽어간 사람의 죽음은 묵과할 수 밖에 없었던 이명한(전광렬 분)의 처지가 십중 이해되었던 것도, 이명한이야말로 현실에서 쉽게 볼 수있는 인물인지라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고 장자연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에 올라왔을 때, 제가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것도, 행여나 고 장자연을 세번 죽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때문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몸사리면서 비겁했던 저와는 달리, 수많은 이웃 블로거님들이 고 장자연에 울분을 토하셨고, 이번에는 배우 문성근 또한 조선일보사 앞에 그녀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기도 하였고, 무엇보다도 주류 공중파 방송사에서 그녀의 편지를 단독 보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방송사에서는 비록 윤지훈의 희생이 있었긴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럴거라 생각했던 진실을 밝혀냈던 것에 비해서, 현실에서는 진실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납득할 수 없는 사실이 밝혀진 것 뿐이지요. 

싸인을 방영할 당시, 드라마 상에서 권력인들에 의해 사건이 조작되는 것에 대해서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던 국과수였기 때문에, 이번 고 장자연 사건 역시 권력에 굴하지 않는다는 본인들의 사명감으로 오로지 사실에 의해서 싸인을 규명했을 것이라고 굳게 믿을 따름입니다. 네 그저 싸인은 장항준 감독에 의해서 만들어진 픽션일 뿐이고, 과거에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고, 있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니 우리들은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일본에서 발한 강한 쓰나미와 지진의 위력으로 이미 고 장자연은 묻힌 지 오래고, 이제 그녀는 이름조차 가물한 그런 잊혀진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윤지훈 선생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각오가 아니면, 어쭙잖게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된 세상같습니다. 아니, 설령 윤지훈처럼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도 다시 또 누군가의 이해타산에 의해 그 죽음마저 가려질 수 있는 시대입니다. 역시나 고 장자연씨와 마찬가지로 한낱 힘없는 서민에 불과한 저로서는, 재수사할 여지도 없을 정도로 명백하다는 국과수와 경찰 발표대로 한 정신이상자의 망상으로만 이루어진 편지때문에 더 큰 상처를 받았을 고 장자연의 영혼을 위로하면서 언젠가는 그녀의 원한이 제대로 풀어지길 기도하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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