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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전망대

김여진, 우리가 원했던 진짜 이대 나온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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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에서 김혜수가 연기한 정마담은 엄연히 법률 상으로 불법인 도박 하우스를 운영하다가, 잘못 걸려 잠시 유치장에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기분나빠하면서  " 나 이대 나온 여자"라고 내뱉습니다. 단지 정마담은 자기가 이화여대를 나왔다는 것만 말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정마담의 '나 이대 나온 여자'라는 말은, 단순히 이대를 나온 여자에서 그치는 말은 아닙니다. 한마디로 자기는 배운 여자고, 그러니까 무시하지 말라는 무릎을 탁 칠만한 진정한 함축적 단어였죠. 그 뒤 '이대나온여자'는 배우 김혜수가 연기자로서 만들어낸 최고의 유행어가 됨 동시에, 몇 년 뒤 표절시비로 얼룩지긴했지만, 진짜 이화여대 다니는 대학생들이 '이대나온여자'라는 그룹명으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을 만큼 '이대 나온 여자'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영화 타짜 여주인공 정마담이 제 아무리 이대나온 여자라고 해도, 결국 그녀가 하는 일은 이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인 도박을 위한 장소 제공, 자금 대출, 도박꾼들의 성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일 뿐입니다. 딱히 이대를 나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였고, 오히려 이대나온 여자가 왜 저렇게 살지라는 비이냥이 들려올 뿐인데, 그러던지 말던지 자신의 대단한 학벌에 취해 우월감에 빠져사는 사람들에 대한 조롱이 섞여있지 않나 싶습니다. 때문에 그 영화를 보던 관객들이 경찰서 유치장에 끌려가면서 난 아무리 도박판을 운영해도 이대나온 여자라 근본이 틀리다는 정마담의 이대 나온 여자에서 웃음을 참지 못한 것은 단지 특정대학을 지칭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딱히 많이 배운 사람같지도 않은데, 남들보다 우월한 학벌만을 강조하면서 우월감을 드러내는 사람들, 오히려 그 배웠다는 지식이 아까운 사람들에 대한 비이냥으로 받아들이고 그 단어에 많은 분들이 열광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비록 영화 타짜에서는 도박판을 운영하면서, 고상한 척하고 있는 웃기지도 않은 정마담을 조롱하는 말로 쓰였지만, 이대 나올 정도의 여자는 배운 사람이고, 지식인입니다. 그러나 단지 이대나왔다는 여자라는 한 단어로 성인 이상 남녀를 배꼽잡게 웃을 만큼, 별 것도 아닌데 자신이 나온 대학과 집안을 거론하면서 잘난척을 일삼으면서 배운 사람다운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대나온여자', '서울대 나온 남자' '연고대 나온 남자'가 너무나도 많아서 이제 배웠다면서 정작 말과 행동이 다르고 보통 사람의 상식에 어긋난 그들에 대한 서민층의 분노가 알게모르게 점점 쌓여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너무 많이 배우고, 잘나서 그럴 수도있지만, 어떻게 좋은 학교에서 공부 잘했다는 사람이 과연 저럴 수 있을까라는 의문감이 든 것도 한 두번이 아니였고, 이제 완전히 자신들의 리그에 갇혀버린 그들에게 진심으로 서민들을 생각하라는 것은 무리한 부탁으로까지 들릴 정도입니다. 



엊그제 mbc '100분토론'에서 그 어떤 논객들보다 조리있는 말솜씨와 통쾌한 언변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배우 김여진이 '이대나온 여자'였는지는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연예인이 이화여대 이상의 명문대를 나왔다는 것은 학벌지상주의사회에서 대단한 어드벤테이지입니다. 아마도 김여진씨도 처음 영화계에 발을 디뎠을 당시에는 이화여대를 나왔다면서 그녀의 남다른 학벌에 관심을 표하고, 불법적인 사설 도박판을 운영하면서 이대나왔다고 자랑하는 정마담처럼 자신의 출신 대학을 들먹거리면서 지적인 배우 이미지를 극대화했는지까지는 제가 너무 어릴 때 데뷔하셨던 분이라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 기억에 김여진은 단순히 좋은 대학나와서 학벌빨로 먹고사는 배우가 아닌, 진정으로 연기가 무엇인지를 아는 연기자였습니다. 그랬던 김여진이 드라마, 영화에서 벗어나 서서히 사회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다소 의외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만약에 그녀가 다른 명문대에 나온 누구들처럼 연예인으로서 혹은 학벌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직업군에서 정작 그 직업과 명성에 유지할만한 자질이나 능력이 없는데, 오로지 잘난 학벌 하나 믿고, 정말 능력있는 사람들 자리 하나 빼앗아 잘먹고 잘사는 류의 사람이였으면, 그녀가 백분토론에서 청년들이 꿈이 없다는 둥, 저소득층 사회 노동자에게 관심을 가지자라는 말이 가식적인 위선자의 눈물처럼 들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이대나온 여자 이전에 연기파 배우로서 인정받은 여자였고, 대학교 청소 노동자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여자였기 때문에, 진심으로 이 사회에 제대로 지적질인 그녀의 말이 감동적으로 느껴졌을 뿐입니다. 

엊그제 백분토론 출연 이후 김여진이 네티즌,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백분토론에 나왔던 패널 중에서 가장 통쾌했고 속 시원했다고 찬사를 받은 것은 단순히 그녀가 이대나온 여자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실제로 그녀와 함께 출연했던 논객들 모두, 그저 이대 독문과가 최종 학력인 김여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서울대 석박사 학위는 물론 변호사, 국회의원 등 이 사회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입니다.  어쩌면 김여진씨가 그동안 백분토론에 오랫동안 출연했던 이 시대 대표적인 논객들에게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의 조리있는 언변과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녀가 이대 나올 정도로 이미 대단한 학식과 지성이 갖추어진 여자라서 가능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대나왔으면서 고작 불법 도박판을 운영하다가 경찰서에 끌려가면서 '나 이대 나왔네'라면서 어쭙잖은 우월감을 표출한 정마담과는 달리, 배우 김여진은 이대나온 여자로서 배운 여자로서, 배우이기 이전에 이 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끊임없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정작 그녀보다 더 배운 사람들은 쉬쉬하고 덮어두는 어두운 현실에 자신이 가진 학벌과 사회적 명성을 강조하기보다, 약자의 편에 서서 강력히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이, 이대나온 여자 김여진의 가치를 더욱 높여 줍니다.

백분토론에서 김여진은 꿈을 쫓다가 안타깝게 숨진 고 최고은 작가와 달빛요정만루홈런 이진원씨를 언급하면서 현재 젊은이들이 꿈을 꾸기가 어렵고, 비싼 등록금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습니다.  엄연히 말해서 그녀는 현재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20대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과 사회 보험,보장을 제시해준 것은 결코 아닙니다. 김여진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지식인이라는 소 리를 듣는 모든 이들이 한번쯤 청년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겠다고 거론한 이야기였고, 늘 논의만 오갔지, 실제로 실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전히 대학생들은 작년보다 더 오른 등록금과 물가에 짓누리며 살 수 밖에 없고, 계속된 취업난에 대학생의 낭만과 적성따위는 포기한지 오래입니다. 이제 어느 누구의 사탕발린 꾀임에도 시크해질 수 있는 현재 젊은이들이 바라는 것은, 일개 예능에서라도 정해진 규칙이라도 원칙대로 잘 지켜지길 원할 뿐이고, 그저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을 통해 학벌도, 외모도 딸리는 누군가가 오로지 노래실력 하나로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뿐일지도 모를 정도로 청년들이 자식을 위해서 안정된 삶을 강요하는 부모님과 싸워가면서 예전부터 마음 깊숙이 간직하던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사회입니다. 

젊은이들의 꿈이 대기업이고 공무원이라는 것에 반대한다는 김여진의 주장에는 모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대기업에서 시키는대로 뚝딱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해야하며, 동사무소, 구청에서 단순 등본 서류를 친절하게 떼주면서 시민들의 민원상담을 받는 일도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젊은이들이 처한 문제는 단순히 남이 시키는대로, 누가 정해준대로 일을 하는 것에 만족할 사람들이 아니라, 스티븐잡스처럼 이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도있는 인재마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소박한(?) 삶에 안주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죠. 그러나 고 최고은의 쓸쓸한 죽음을 바라보면서 역시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도서관, 노량진에서 또다른 경쟁자와 사투를 벌여야하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이 사회와 일명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그들이 진정 원하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꿈을 응원한다면서 소액의 보조금과 제도를 마련해준다고 하지만, 오히려 일찌깜치 현실을 직시하여 대기업, 공무원을 택한 그들의 속은 몰라도 겉으로는 행복해보이고, 꿈을 찾아 가긴 갔는데, 끊임없이 생계 걱정을 해야하는 그들보다는 형편이 나아보일 뿐입니다. 

이제 현재 청년들은 그들을 위한답시고, 성공한 인생을 산 선배로서 해주는 충고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엊그제 배우 김여진의 현실 지적에는 수많은 젊은 네티즌들이 공감을 표하면서, 심지어는 그녀때문에 보는 내내 통쾌했다면서 아직도 진심으로 젊은이들과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는 여배우와 기성세대가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하는 반응들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유명 논객 중 하나인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엊그제 백분토론의 진정한 MVP는 김여진이였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배우 김여진이 이대 나온 여자라고하나, 그녀보다 더 좋은 대학에 많이 배운 사람들이 쎄고 쎈 곳이 정치계요, 학계요, 시민단체입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하지 못한 청년들의 얼어붙은 마음의 한 켠을 일개 배우가 어루만져주었다는 것은, 이대나온 여자 그 이상인 사람들로서 머리를 맞대고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 왜 이번주 계속 논란이 되었던 MBC의 '나는가수다'의 김건모 재도전을 두고 왜 유독 젊은 네티즌들이 즐기자고 만든 예능 속에서 원리, 원칙을 강조하면서 어느 때보다 프로그램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부끄럽게 받아들여야할 분들이시기도 합니다. 늘 입으로는 서민들과 청년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열심히 달리겠다면서, 정작 그들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해결해주지 않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가진 권위와 지위만을 내세우면서 속시원히 밝히지 않고 자기 잇속 차리기 급급한 그들이야말로 경찰서 유치장으로 끌려가면서 "나 이대 나온 여자"라는 정마담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묻고 싶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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