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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김범수,정엽,박정현이 일깨워준 '나는가수다'의 진정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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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는가수다'는 그야말로 어제 방송 정도만 되었어도, 굳이 한 달을 쉬지 않고 방송을 했어도 될만큼 최고의 퀄리티와 가수들에 대한 예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간 '나는가수다'가 티비에서 보기 어려운 가수들을 모셔놓고, 그들에 대한 예우가 별로 느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어제 방송은 누가 떨어지는가가 아니고, 오로지 이게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에게만 집중을 할 수 있는 연출과 편집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나, 가슴 아팠던 것이, 제가 정말 노래잘한다고 생각했던 김범수가 데뷔 13년만에 처음으로 1위를 하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였죠. '보고싶다'도 있었고, 최근 드라마 '시크릿가든' OST인 '나타나'를 히트시킨 김범수인터라 더욱더 그 사실이 안타깝고,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하였습니다. 

송혜교, 송승헌, 지진희가 열연했던 김범수의 '하루' 뮤직비디오를 접하고, 김범수라는 가수의 존재를 알았을 때, 내심 그가 얼굴이 조성모 정도만 생겼어도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수는 역시 노래로 평가받아야하고, 노래로 인기를 얻어야하지만, 사실 대한민국 가요판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김범수는 노래를 좀 들었다는 대중들은 물론이고 같은 가수들조차 압도적으로 노래잘한다고 인정받았던 최고 중의 최고이였지만, 그동안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에서 한번도 1위를 못했다는 그의 말에 더욱 가슴이 미어질 뿐입니다. 

 


박정현은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그녀의 데뷔곡 '나의 하루를 듣고, 정말 그녀의 목소리가 부러웠습니다. 그 당시에는그녀처럼 정통적인 R&B를 구사하는 여자가수도 드물었고, 어떻게 그 작은 체구에서 그렇게 폭발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경이로웠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녀도 어느 순간부터 점점 대중들 사이에서 잊혀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에 그녀가 '나는가수다'에 출연을 한다고 했을 때, 그녀의 전설적인 목소리를 모를 법한 어린 친구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역사적인 '나는가수다' 첫 방송에서 당연하다싶은 1위를 차지했을 때, 많은 젊은 대중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그 뒤 '나는가수다' 최대 수혜자라는 말처럼 오래전 그녀가 미국 컬럼비아 대학 졸업식에서 미국 국가를 불렀다는 사실까지 뒤늦게 화제가 될 정도로 최고의 가수로 인정받았습니다. 

 


정엽은 사실 저조차도 잘 모르는 가수였습니다. 브라운아이즈 멤버였던 나얼이 팀 해체 이후 '브라운아이드소울'을 새로 이끌게 되었지만, 제 관심은 온통 제가 브라운아이즈 시절부터 좋아했던 나얼뿐이였습니다. 정말 정엽에게는 미안하지만, 브라운아이드소울에서 이름을 아는 사람은 나얼뿐이였을 정도로 정엽이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정엽이 서서이 개인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저는 단지 나얼의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 정엽이 아니라 가수 정엽을 알게되었고, 새삼 그의 숨겨진 매력과 보컬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그가 무한도전 '아이돌월드'에서 보컬 선생님으로 그의 히트곡 '낫씽 베러'를 불렀을 때,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모든 음원을 돈주고 살 정도로 정엽에게 푹 빠졌습니다. 솔직히 그 7명 중에서 정엽을 가장 응원했던 사람으로서 어제 정엽이 결국 탈락을 했을 때 마음이 안좋기도 합니다. 그러나 엄연히 500명 청중단 평가단 모두 어려모로 난감한 힘든 고민 속에서 이뤄진 투표결과이고, 무엇보다도 순순히 그 결과에 즐겁게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퇴장한 정엽이 좋았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나는가수다' 방송을 보기 이전, 김범수, 박정현, 정엽이 누구이신지도 모르셨다고합니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 첫회를 보고 김범수, 박정현이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가수인지는 몰랐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아마 저희 부모님처럼 50대 이상 어르신들은 잘 모를법도 한 가수들이였습니다. 아이돌들처럼 예능에 자주 나오는 가수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김건모, 이소라처럼 연차가 높은 가수들도 아니니까요. 또한 제 또래 이하의 젊은층들도 애써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라디오를 즐겨듣거나 혹은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이 아니면, 그들의 노래를 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전 경제학을 복수전공한 사람으로서 한 때 신자유주의를 열혈하게 신봉했지만, 지금은 약간 반기를 드는 사람으로서 김건모, 이소라, 백지영, 윤도현, 김범수, 박정현, 정엽 중에서 누구를 떨어트려야한다는 이 잔인한 룰 자체에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7명 가수 모두 음색, 장르가 다른 예술가인터라 그동안 '나는가수다'에 반기를 들었던 조영남, 신중현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원로 가수들의 "예술을 모욕하고 있다"는 말에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간 점도 없지않아 있었구요. 하지만 지금 수많은 대중들, 특히 젊은 네티즌들이 비록 여러가지 문제점이 많고, 누구를 떨어트리는 것은 썩 좋지 않지만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요근래 본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최고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이 더불어 사는 능력 세계 청소년 중에서 꼴찌라는 충격적인 결과처럼 어린 시절부터 남을 이겨야 성공할 수 있다는 법부터 먼저 배우고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취업 스펙을 쌓아야할만큼 이미 서바이벌 게임에 익숙해지고 예술가를 얕잡아 보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서 주류 언론의 말씀따라 당장 폐지되어야마땅한 프로그램인데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요?

분명 누군가를 한명 탈락시켜야하는 규칙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탈락제도 때문에 긴장감에서 나온 최고의 열창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1등한 김범수부터 아쉽게 탈락한 정엽까지 도대체 누구를 떨어트리는 것 자체가 아리송한 지상 최고의 콘서트였습니다. 그러나 어제 마음을 비우고 무대 밑으로 내려온 정엽은 '나는가수다'를 계기로 그동안 정엽을 몰랐던 대중들에게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중요한 사실을 다시 인식시키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습니다. 정엽이 리메이크 앨범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리메이크였지만, 아직 소울 장르가 낯선 대한민국 대중들에게는 익숙지 못한 창법이였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네요. 하지만 어제 정엽은 대한민국 대표적인 소울 가수로서 자신의 미친 존재감을 펼치며 많은 대중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예전에  대한민국 락의 대부 신중현의 아들이자 시나위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인 '신대철'이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나와서 그가 한 말에 크게 공감이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분의 했던 정확한 말이 떠오르진 않지만, 고기가 맛있다고 고기만 먹으면 되나고, 채소도 먹고 다른 것도 골고루 먹어야한다는 말이였는데, 정말 그 말을 듣고 낯짝이 화끈해지더군요. 평소 여자 아이돌을 사랑하신다는 유희열도 비슷한 말을 하였습니다. 너무 한 장르에 집착한 나머지 음악의 다양성이 실종되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의견이였죠. 한 때 김건모가 '잘못된 만남' 한 곡으로 대한민국 모든 가요계를 평정한 시절이 있었고, 이승철의 '오늘도 난'과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가 그당시 최고의 아이돌 그룹 'HOT'를 제치고 1위를 하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많은 여중,고생들은 아이돌 그룹 노래를 좋아하였지만, 그 당시에는 김건모, 신승훈, 넥스트 신해철, 이소라, 토이 유희열, 이승환 언급하기도 많은 가수들이 각광받았고, 음반도 잘 팔렸습니다. 또한 조성모같은 비주얼도 가창력도 탄탄한 발라드 가수가 아이돌 틈바구니에서 그들에 못지 않은 큰 인기를 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 뒤 2000년대 초중반 잠깐 역시 탄탄하고도 깊이있는 가창력으로 무장한 SG워너비, 휘성, 박효신 등 80년대 태생 젊은 가수들이 호평을 받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일반 대중들 수준보다 못한 미모만 우월한 가수들이 음원 챠트를 휩쓰는 불쌍한 시대에서 그들의 노래가 최고라고 스스로 되새겨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나름 김범수, 박정현, 정엽이 속한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음원을 다 사며 그들의 노래를 즐겨듣는다고 자부한 저였지만, 어제 그들이 보여준 최고의 무대는 저를 감동시킴과 동시에, 그들의 노래가 최고인 줄은 알고 있어도 정작 듣기 편하다고 쉬운 창법의 노래를 즐겨듣곤했던 저를 부끄럽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김건모, 이소라, 윤도현, 백지영 등 모든 대중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가수들이 순서대로 평가를 받게하면서 만든 그 무대에 폭발적으로 열광을 할 수 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이 씁쓸할 뿐입니다. 

분명 나는가수다는 호불호가 너무나도 갈리는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저역시도 비록 그들을 평가할려고하는 그 자체는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요즘들어서 특히 더 보기 어려웠던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의 무대와 음악의 아름다움을 다시 일깨워주는 '나는가수다' 편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지난주 비록 김건모의 석연치않은 재도전과 유유부단의 극치를 보여준 김영희PD에게 크게 실망감을 금치 못하였지만, 나훈아의 열혈한 팬이신 저희 아버지조차 백지영이 재해석한 '무시로'에 만족감을 표할 정도로 보기 쉽지 않은 특별한 무대를 보는 쏠쏠한 재미도 있습니다. 원래 노래잘하는 가수임은 알고있었지만 윤도현과 백지영이,이소라의 가창력에 대해서 재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발견도 즐겹고, 무엇보다도 김범수, 박정현, 정엽 등 다소 낯선 얼굴들이 이 방송을 계기로 가창력과 숨겨진 그들의 매력마저 많은 분들이 알게된 것 같아 너무나도 기쁠 따름입니다. 

이왕이면 '나는가수다'처럼 누구를 한명 떨어트리지 않고도 김범수 같은 가수가 당당히 매주마다 진행하는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고, 정말 놓치기 아까운 박정현의 정열의 라틴댄스가 돋보였던 '첫사랑'과 백지영 특유의 애절함이 돋보이는  '약속', 그리고 공연비가 아깝지 않은 윤도현의 혼신의 힘을 다한 '대쉬' 그리고 깊이있는 재즈를 들려준 이소라, 아주 오랜만에 무대에서 긴장을 해보았다는 김건모, 그리고 소울의 참된 매력을 일깨워준 정엽을 평소에도 자주 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지난 3주간 많은 실망을 하기도 하였지만, 어제 방송처럼만 해준다면 정말 이 기회에 저나 몇명 네티즌들이 그렇게 바라던 대한민국 가요계 판도를 재정비할 수 있을 엄청난 프로그램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행이 지난 놀러와 설날 특집에 송창식, 김세환, 윤형주, 조영남, 이장희, 양희은 등 국내 최고의 가수들을 모여놓고 예능, 토크, 그리고 아름다운 하모니 모두를 완벽히 담을 정도로 어떤 PD보다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신정수PD에게 많은 기대를 해보아도 좋을 듯 싶습니다. 김영희PD도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어긴 점은 잘못을 하였으나, 스스로 사퇴가 아닌 경질하는 가혹한 처벌을 받은만큼 앞으로 나가수를 맡게될 제작진을 위해 예전처럼 프로그램 총괄자 입장에서 물신양면 도와주는 선에서 그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노래 정말 잘해서 누구를 떨어트려야할지 난감한 가수들 탈락에만 강조하며 오랜만에 일밤을 시청률 부진에서 털어버리겠다는 속셈보다도 정말 재능있지만 아이돌 기획사 주도권 하에 주목을 받지 못하였던 가수들을 위한 진정성있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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