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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장사하기에는 착했던 유재석과 9급 공무원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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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였습니다. 단순히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심리 분석과 자신감 그리고 주고객층에 따른 판매 전략 등 다양하게 머리를 쓸 줄 알아야 장사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장사든지 역시나 장사의 연장선인 창업이니 사업도 정준하처럼 열심히만 한다고, 유재석,박명수처럼 아무 밑천없이 착하고 소심하기만 한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정형돈처럼(물론 어제 방송에서 정형돈은 몸이 좋지 않아 부득이하게 녹화에 참여하지 않았지만요)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던 사람 마냥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보통 사람들에게 주어진 엄연한 현실이니까요.

무한도전 멤버들 중에서 방송만으로 벌어들이는 수입하면 최고를 다투는 유재석과 박명수가 힘들게 남대문 시장에서 떼온 머리띠를 팔면서도 그걸 제 가격에 못받고  결국은 대학생들 서민들 주머니 사정 생각해 공짜로 주다시피 하는 말도 안되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 할 때, 하필이면 그 밑의 뉴스데스크 자막에는 9급 공무원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전하면서 현재 비싼 등록금에 이어 취업난까지 겪고 있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닥친 살벌한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취업 안되면 창업하면 되지. 그런데 창업은 아무나 하나?



그야말로 유재석과 박명수는 웃길려고 하는건지, 아님 밑도 끝도 없이 선행을 베풀기만 하여 지금 대학생들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한건지, 정말 장사를 하면 안되는 사람들이였습니다. 그나마 유재석은 자신의 분수를 알아 다른 연예인들과는 달리 부업 전선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박명수는 나름 유명한 연예인 CEO에 얼마 전에는 홈쇼핑에서도 머리에 뿌리는 흑채가루를 선전하신 분이 의외의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당황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게 부끄럽기도 하고 한번도 안해 본 일이라고 하나 평소 어디를 내놔도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웃기는 차림으로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치곤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방송이라고해도 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인터뷰하는 그들도 힘겨워하는 장사인데 하물며 보통 사람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아마 어제 무한도전 쩐의 전쟁에서 가장 열심히 일을 한 사람을 꼽으면, 단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이것 저것 해보았던 정준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고작 거기서 13,000원 정도만 벌었을 뿐입니다. 그는 하루동안 돈을 벌기 위해서 구두닦이, 주먹밥 팔기 등은 아무런 기술이 없는 장사, 창업 초보들이 할 만한 사업 아이템이였습니다. 그러나 그나마 정준하가 잘 알려진 연예인이기 망정이지 과연 사람들이 번듯한 가게도 없이 장사를 하는 아무에게나 안심하고 구두를 맡기도 시중에 파는 주먹밥보다 비싸면서도 맛조차도 검증되지 않은 주먹밥을 사 주었을까요? 마찬가지로 오랜 방송활동으로 쌓은 인기와 신뢰도 그리고 그 이전부터 쭉 하고 있던 사업으로 쌓은 수단과 본능적인 장사 감각이 잘 맞아 떨어져 최고의 호응도를 보이면서 우월한 판매를 보인 노홍철도 그가 보여준 장사수완이 엄지 손가락 치켜세울 정도로 최고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과연 그가 연예인이 아니였으면, 거리에 있던 젊은 고객들이 물건을 쉽게 사주었을까도 의문입니다. 

노홍철은 도매 시장에 가면 100원에 살 수 있는 연필을 1,000원에 팔았고, 그 외 나머지 물건들도 저렴하게 들어와 다소 비싼 가격에 파는 제대로 된 장사 비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게 시장의 논리고,  어떤 물건이라도 다 팔 수 있는 최고의 상술과 판매전략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것 역시 노홍철이라는 신뢰성있는 브랜드를 구축해온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세상 물정 모르고 무조건 비싸게만 팔기 급급하여 결국은 헐값에 내주다시피할 정도로 무기력하고도 소심한 모습을 보인 유재석, 박명수에 비하면 어떻게든지 계속 팔려는 의지를 보였던 노홍철은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비록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젊은층들에게 사기와 수려한 말솜씨로 현혹시켜 별로 쓸 곳도 없는 상품을 판매한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게 시장의 원리이고  어떻게든 돈만 많이 벌어서 장땡이라는 한국 사회에서는 최고의 미덕이요, 그래야 장사로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또한 노홍철의 말처럼 백화점이나 다른 상인들도 그런 식으로 소비자들을상대로 물건을 팔아서 큰 이득을 보고 있는데, 노홍철이 딱히 잘못했다고 볼 수도 없기도 합니다. 

어제 방송을 보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노홍철처럼 타고난 장사감각에 나중에 쓸데없는 물건을 비싸게 팔았다고 항의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나름 적정가격에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두둑한 베짱이 없다면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세상의 만고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무한도전이나 여러 방송에서 창업에 성공하는 길을 가르쳐준다고하더라도 타고난 감각과 고객의 심리를 꿰뚫고 물건을 파는 전략이 없으면 실패확률이 높은게 장사요 사업입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야 연예인이고 이미 몇 명은 장사, 사업 경험이 있고 하루 이틀 미션을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정말 장사로 돈을 벌고 그것만으로 먹고 살아야하는 장사 경험 전혀 없는 초보들에게는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정부는 평소 돈 만원에도 벌걸거릴 정도로 (물론 대부분 카드를 가지고 다니지만)  비싼 대학 등록금에 허덕이면서 그 와중에 취업걱정도 해야할정도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시대 청년들에게 무작정 눈높이를 맞춰 앞으로 자신의 경력을 개발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거나 창업을 권유할 뿐입니다. 좀 더 나아가 어떻게 창업에 성공할 수 있고 창업 자금도 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장사 경험도 없고 유재석처럼 장사하기에는 너무나도 여리고 겁도 많은 이 시대 청년들에게는 아무리 살인적인 경쟁률을 보이고 작은 월급이라고해도 열심히만 하면 어느정도 밥벌이는 할 수 있는 9급 공무원이 최고의 직장으로 각광받는 것 같습니다. 저역시나 이 시대 청년들이 좀더 포부있고 진취적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정도 안정적인 수입과 탄탄한 기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 대학생이 되자마자 천만원 남짓 빚부터 짊어지면서 시작하는 대학생들에게는 허황된 꿈이며, 사치일 뿐입니다. 노홍철처럼 타고난 감각이 뒷받침 되지 않고, 기발한 사업 아이템을 구체적으로 판매에 이어질 수 있는 전략이 없는 착한 청년이라면 무작정 창업보다는 몇 년동안 치열한 경쟁률에 치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 길을 더 권할 수 밖에 없는 씁쓸한 현실이네요. 차라리 청년들에게 창업을 강요하거나 어떻게하면 장사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친절히 알려주는 것보다 보통 평범한 청년들이 간절히 원하는 9급 공무원이나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이 시대 청년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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