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적도의 남자>는 첫회에서부터 마지막회까지 집중해서 지켜본 얼마 안되는 드라마였습니다. 그간 많은 드라마를 보았지만, 이번 <적도의 남자>만큼 극중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통이 내 아픔인양 아프고 먹먹해졌던 적은 그닥 많지 않았거든요.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고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눈까지 멀게된 선우(엄태웅 분)이 어서 빨리 시력을 회복하고, 그의 아버지와 눈을 앗아간 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바랬지만, 한편으로 그의 뒤통수를 내리칠 수 밖에 없었던 장일(이준혁 분)도 짠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저에게 이장일이란 아이는 춥고 외롭고 불쌍한 남자여야한다 그래야했던 것 같아요. 


'애증'. 모든 인물들이 다 하나같이 사연있고 외로운 <적도의 남자>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모든 희노애락이 압축되어있는 한 단어로 표현되는 등장인물이 있다면 단연 '이장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간 그가 저지는 악행을 보면 쉽게 용서할 수도 자비를 베풀어서는 안되지만, 인간 그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장일이만큼 춥고 외롭고 불완전한 아이가 또 있을까 싶기도 했거든요. 





조각처럼 빼어난 외모, 대한민국 최고 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수많은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스타검사. 겉으로 보기에 그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모든 사람들이 다 부러워할만한 엄친아였습니다. 하지만 김선우의 눈을 통해서 바라본 이장일은 15년 전 아버지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친구를 죽이려고 한 살인미수자, 철저히 가식으로 일관된 악어였습니다. 힘없는 서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검사가, 정작 자신이 가장 아끼는 친구를 무참히 짓밟아버린 죄가 드러날 때는 어떻게하면 검사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기만 했으니까요. 


한 때는 이장일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장일을 쭉 봐왔기에 그가 얼마나 슬픈 아이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기에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 놓지 못해서 그렇지 늘 항상 선우의 뒤통수를 친 것에 미안하고, 아파할거야라고 말이죠.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알고 있던 이장일이 아니라 괴물이 되어버린 이장일은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나쁜 애, 선우에게 복수당해야 마땅한 죽일 x,,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이장일이란 인간을 잘못 알고 있었구나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장일은 자신의 직업이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15년 전 친구에게 얼마나 몹쓸짓을 저지렀는지도 모르는 철면피인데 그에 대해서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불쌍하니 마니 했던 제가 아직 세상을 덜 살았구나하는 어리석음까지 느끼더군요.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잃고 15년 전 김선우가 되서야 자신이 얼마나 죽을 죄를 지었는지 깨닫고 선우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장일을 볼 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만약에 장일이 선우에 의해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과연 자신의 죄를 뉘우쳤을까 하는 의문말이죠. 


그래서 선우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선우 또한 이를 받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15년전 자신이 선우의 뒤통수치는 환영을 보고 그 때 선우를 밀어내린 절벽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 장일의 최후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봐요. 비록 법적인 처벌은 면했고, 피해자에게 용서는 받았다고하나, 그를 향한 신의 응징은 별개니까요. 


어찌되었던 장일은 15년 전 범죄행위로 옥에 갇히는 대신, 살아도 죽은 것과 같은 식물인간이 되었고, 15년 전 선우가 자신과 아버지 때문에 당했던 고통 고스란히 떠안고 지옥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그래도 그가 지난 15년 동안 선우에게 한 행동을 생각하면 여전히 더 돌려줘야할 것들이 수두룩하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의 15년 전 저지른 행동때문에 철저히 망가졌고 결국 죽음이란 황천길로 떠났으니까요. 드라마 속 이장일보다 더 선량한 사람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음에도 수십년 이상을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는 현실 속 누군가들에게 비해서는 톡톡히 인과응보를 받은거죠. 


이장일. 참으로 증오와 미움, 분노, 연민이 번민하는 캐릭터였지만, 그래도 그가 완전히 밉지 않았던 것은, 지난 20회 동안 이장일로 살았던 배우 이준혁의 열연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동안 이준혁이 나온 드라마를 꽤 여러번 보았고, 잘생겼구나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한번도 제 가슴에 와닿지는 않은 탤런트였거든요. 





때문에 그가 엄태웅에 맞서 정통 복수극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엄태웅이야 이미 <부활>, <마왕>을 통해서 복수극의 화신으로 인정받는 명배우라고하나, 이준혁은 아직 검증이 잘 안된 배우였잖아요. 


하지만 이준혁은 그간 내가 알고 있던 이준혁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감정이입조차 힘든 이장일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물만난 고기처럼 생동감있게 표현합니다. 그래서 이준혁이 이장일이 되어 울고, 분노하고, 선우를 경멸할 때 도저히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이준혁이 표현하는 놀라우면서도 섬세한 감정선과 보는 이들을 긴장시키는 진지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눈빛에 어느센가 이장일이 되어 한편이나마 그의 사이코적인 성향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적도의 남자> 이장일으로 '좋은 배우'로 성큼성큼 우리 곁에 찾아온 이준혁. 비록 이장일은 실족사로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지만, 이장일로 다시 태어난 배우 이준혁의 연기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네요. 이장일로 필모그래피에 힘찬 날개를 달은 이준혁. 조만간 군대에 입대한다고 하는데, 군복무 이후에도 활발한 연기활동으로 대중들을 울리고 웃기는 명배우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시면 손가락을 꾸욱 눌러주세요^^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드시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너돌양





처음에는 엄태웅의 대표작인 <부활>,<마왕>을 잇는 또하나의 복수극의 명작인 줄 알았습니다. 수백년이 지나도 복수극의 고전으로 각광받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처럼 말이죠. 물론 <적도의 남자>는 악인들에 의해 억울하게 고통받은 주인공이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을 자기가 당했던 그대로 복수하는 패턴을 보여주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결국 주인공 김선우가 최종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강한 목표물은 하필이면 김선우라는 씨앗을 이 세상에 뿌린 진노식(김영철 분)입니다. 


첫 회 한 때 진노식이 경영하던 태국의 한 리조트에서 이장일(이준혁 분)이 노식에게 총귀를 겨누며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선우가 회장님의 친아들이었으면 좋겠지요." 그 때 장일을 말리던 선우. 그 때 선우는 마치 그간에 품었던 원한과 분노를 모두 내려놓고 용서, 안타까움 등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몇 초 안되는 짦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김선우가 살아온 과정을 모두 압축하여 눈빛으로 드러낸 의미심장한 장면이었죠. 


그 때부터 이미 김선우의 친아버지는 진노식으로 밝혀졌는지도 몰라요. 그 이후에도 계속 선우의 친부가 노식이라는 강한 복선과 암시가 깔려있었구요. 다만 맛있는 것은 마지막에 먹는다는 최수미(임정은 분)처럼 이제서야 선우의 친아버지가 노식이라는 것이 확실해졌을 뿐이죠. 


처음부터 선우의 아버지가 노식이라는 것을 짐작하고는 있었고, 그래야 단순 복수를 넘어 인간의 사랑과 미움이 어디까지 갈까라는 다소 철학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는 <적도의 남자>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선우의 친아버지가 진노식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도 컸습니다. 현재 복수의 화신이 되어버린 선우이지만, 본바탕은 선한 선우을 낳아준 사람이 살아있는 악마 진노식이라고 밝혀지면 엄청난 충격을 받고 다시 눈이 멀지도 모를 선우이니까요. 


아마 진노식도 처음부터 잔악무도한 사람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도 처음에는 그의 아들 선우처럼 선한 피가 흐르고 있었겠죠. 하지만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나 어릴 때 고통스러웠던 세월에 대한 보상으로 돈과 사람에 대한 집착이 오늘날 아들조차 자신의 아버지임을 부정하고픈 골리앗으로 굳어지게 한거죠. 


어떤 면에서 한 때 자신을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트린 이들에게 자기가 당한 만큼 똑같이 복수하는 선우를 보고 그에게도 진노식의 피가 흐르고 있구나 싶어 놀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간 선우가 노식, 이장일 부자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그들이 15년 전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서 진심으로 뉘우치고 빌었으면 모를까.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뻔뻔하게 "내가 그 때 선우도 죽였어야했어"라면서 되레 돌아온 선우만 원망하는 뼛속까지 악으로 받친 그들이니까요. 그들에게는 '용서'와 '자비'라는 단어도 사치입니다. 


결국 자식을 잘 키워보겠다는 빙자하에 15년 전 자신의 손으로 선우 양아버지를 죽여놓고도 참으로 떳떳하게 잘 살았던 장일 아버지는 자신과 아들의 과거 범죄가 드러나려고 하던 찰나 그 때 사건과 관련되어있는 노식과 수미 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자살을 택합니다. 인간이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 몸소 보여주는 장일은 드디어 살인미수 혐의가 세상에 드러나고 검사직도 내놓고 설상가상 아버지까지 잃을 수도 있는 가장 최악의 벼랑 끝에 내몰려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그 부자들 손에 희생된 선우 부자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있었다면 그들의 끊임없는 추락에 약간이라도 안쓰러운 마음이 있었을텐데, 이미 용서의 한계를 넘어버린 이들이니까요. 


하지만 스스로들 미처버려 자멸을 택한 장일 부자와 달리,  진짜 선우가 무너뜨러야하는 골리앗 노식은 더이상 선우의 손으로 무너뜨릴 수가 없단 말이죠. 진노식을 친다는 것은 선우가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찌르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예상했던 결말이긴 하지만, 선우의 친아버지가 노식으로 밝혀진 것만큼 허망한 순간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막 노식을 향한 선우의 복수에 탄력이 붙었는데 "노식은 선우의 친아버지." 하면서 기어코 찬물을 끼얹고 말았으니까요. 허나 점점 복수를 위한 괴물이 되어가는 선우를 보면 그러면 안되겠지만 여기까지 멈추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노식, 이장일 부자, 최수미 부녀는 결코 용서받아서는 안될 인물이지만, 혹시나 선우가 미쳐버리거나 다시 눈이 멀까봐, 그리고 그가 이번 생에서 저지른 복수로 영영 헤어나올 수 없는 지옥으로 빠져버릴까봐 그것만 걱정이었던거죠. 


그러나 여전히 자기들이 뭘 잘못했는지 인정하고 반성하기는 커녕, 오직 자신들이 선우에 의해 곤경에 처한 것만 원망하고,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눈깜짝도 안하고 또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을 무작정 '용서'하는 것 만큼 더 어리석은 일도 없을 듯 합니다. 아니 처음부터 선우에게 자신들의 잘못을 진심으로 무릎꿇고 사과했다면 선우는 진작에 그들을 용서해주었을 겁니다. 왜나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춥고 외롭고 지독하게 불쌍한 중생이니까요. 


이제 다음주 종영을 목표로, 2회 분만 남겨둔 <적도의 남자>. 아마 김인영 작가의 전작 <태양의 여자>나 지금 <적도의 남자>가 흘려가는 분위기를 보면 복수를 끝내고 용서와 화해를 그릴 가능성도 높아보입니다. 극한으로 치닫는 사람 간의 증오와 분노를 다루면서 원하지 않는 운명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하는 나약한 인간들의 초상화를 그리고픈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거역하기 어려운 운명때문에 그간 자신을 가장 괴롭히던 친아버지를 용서해야하는 선우. 그것 또한 시청자들이 거역할 수 없는 <적도의 남자>의 예정된 운명이긴 하겠지요. 


하지만 한 때 선우의 등에 칼을 꽃은 인간들이 반성의 기미도 없는데 '휴머니즘'과 '박애주의'를 운운하면서 피해자만 용서하는 어설픈 반쪽 화해는 지양했으면 합니다. 16일 MBC <라디오스타>에서 김태원이 김구라를 두고 언급한 것처럼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은 자신도 용서받을 자격이 생기기에 용서해야한다는 말이 맞긴 합니다. 허나 용서를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도 무작정 용서만을 바라기보다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자격. 즉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과 참회가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지금으로서 노식은 단순히 선우 친부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조차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기어코 자신의 친아버지 때문에 어설프게 운명의 끈을 놓아야하는 선우가 안타까운 것입니다. 만약 선우가 끝내 아버지를 용서하겠다는 설정으로 그리는 것이 김인영 작가의 의도라면 그가 그동안 자신의 잘못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렸는지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는 진노식의 극적인 변화와 횡령, 뇌물에 대해서 제대로된 죗값을 받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듯 하네요. 하지만 몇몇 이들의 예측처럼 선우가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란 이유로 진노식을 진정으로 용서할지는 마지막에 가서 뚜껑을 열어봐야 알 듯 하네요. 과연 <적도의 남자>는 어떠한 마무리를 지을 지 사뭇 궁금해지는군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시면 손가락을 꾸욱 눌러주세요^^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드시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너돌양






"장일(이준혁 분)은 춥고 외로웠어. 그래서 날 쳤어." 


과연 이장일이 15년 전 벼랑 끝에서 유일한 친구 김선우(엄태웅 분)의 뒤통수를 친 이유는 뭘까요? 진노식(김영철 분)의 사주를 받고 선우 아버지를 죽인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아님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어떤 이유에서 김선우를 쳤던 간에 그 이후로 이장일은 자기 혼자 살겠다고 친구까지 죽이려고 했던 살인미수자일뿐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났기에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형벌은 더이상 묻지 않겠지요. 하지만 그는 제 아무리 유능한 검사라고해도 결코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살인미수'를 저지른 범죄자일뿐입니다. 


15년 전 끔찍한 사건을 알면서도 입을 다물었던 이들이 모두 선우에 의해서 철저히 망가지고 있는 통쾌한 전개입니다. 어쩌면 선우는 공소시효가 지나길 바랐는지도 몰라요. 그 때 사건에 관련되어있는 사람들이 "난 선우 아버지 죽음에 대해서 결백해. 너 때문에 선우 아버지가 죽었어."하면서 서로 물어뜯다가 미쳐버리는거. 이보다 더 고소한 상황이 또 있을까요. 다만 결국 진노식 회장이 선우 친아버지일 가능성이 100%일 듯 한데 자기 손으로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다시 눈이 멀 수도 있는 선우의 예정된 미래가 두려울 뿐이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과 자신을 죽이려고 한 가해자를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선우. 15년전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장일이 자신이 가진 유일한 힘인 '검사'를 이용해서 어떻게든 선우의 입을 막아보려고 하지만, 누구도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다윗'이 되어버린 선우는 이장일도, 진노식도 도저히 막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tv 생방송을 이용해서 15년 전 범죄가 수면 위에 떠오를 위기가 되자, 직접적인 사건 가해자 이장일 부자는 물론, 진노식 그리고 각각 사건의 목격자이지만 자신들이 본 것을 똑똑히 말하지 않은 위증자 최광춘(이재용 분),최수미(임정은 분)도 비상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선우가 미리 놓은 덫에 걸러든 상황에서도, 계속 상대방 탓만 합니다. "선우 애비 숨통을 끊은건 너야."라는 진노식 회장. "장학금을 빌미로 선우 아버지를 죽이려고 강압적으로 지시한 게 누군데요."라고 대항하는 장일 아버지. 끝까지 "네탓이요. 난 아무 죄없어." 라면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진노식과 이용배. 둘다 누가 더 잘못했어 할 거 없이 도찐개찐인데 그저 니 x가 더러워라면서 어느 한 사람에게 죄를 모조리 뒤집어 씌우려는 이 두 사람이 참으로 우습고도 가증스럽기까지 합니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들에게서 15년 억울하게 희생된 김선우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닥쳐온 위기를 모면할까 잔머리만 굴리는 시정잡배들만 남았을 뿐이죠. 차라리 이들이 15년 전 사건이 윤곽이 드러난 순간에 그 당시 자신들이 얼마나 죽을 죄를 저지렀는지 하늘에 계신 신에게라도 잘못을 빌었다면 덜 미웠을텐데. 하긴 뼛속까지 이기적이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누구 하나 치는 것은 일도 아닌 사람들이 잘못과 미안함이라는 단어를 알고나 있을까요. 그저 코너에 몰린 자기 자신만 불쌍하고 "왜 나만 갖고 그래."라면서 울부짖을 뿐이죠. 마치 동료들 뒤통수 치고도 뻔뻔하게 앵무새처럼 소리내는 그들처럼 말이죠. 


그런데 더 가관은 역시나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이장일 검사님이십니다. 검찰청 내부를 넘어, 수많은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검사님' 지위를 이용해서 진노식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게 함은 물론, "왜 그 때 나를 쳤니."라고 물어보는 김선우의 질문에 끝까지 모르쇠잖아요. 특히나 그가 자신과 다를 바없는 범죄자에게 죄를 묻고 그의 죄를 낱낱이 밝히는 직접에 종사하고 있다는 자체가 황당할 뿐입니다. 15년 전 자신이 저리는 살인미수로 조사받고 감옥에 들어가도 시원치않을 사람이 도대체 누구의 죄를 묻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린다는 말입니까. 





허나 친구 선우를 죽이려고 했던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한 죄책감은 15년 전에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보내버린 이장일 검사님은 현재 자신이 지옥으로 떨어져도 용서받기 어려운 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잘 모르고 계시는 모양입니다. 오직 15년전 살인미수 사건이 들통나서 그간 진노식의 피묻은 돈받고 승승장구한 자신의 공든탑이 무너질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차라리 아버지를 위해서 모든 죄를 진노식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한 것은 아버지를 위한 자식의 마지막 효도라고 애써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는 아버지에게 대놓고 "죽으세요."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너를 위해서 유서쓰고 죽을까하는 아버지의 반어법 질문에 "그러세요."라고 방조하는 지경까지 도달했습니다. 


설마 이장일도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서 죽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고, 그냥 지금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 감당이 안된 멘붕상태에서 무심결에 나온 한마디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는 커녕, 어떻게하면 김선우가 놓은 덫에서 자기 혼자 살아나올 수 있을까 머리만 굴리는 이장일. 어쩌면 그는 김선우의 말대로 아버지를 위해서 선우의 뒤통수를 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친 것이 아닐까하는 강한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장일은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천하의 호로자식인거죠. 검사가 되기 위해 선우를 내려 친것을, 아버지를 위한 효심으로 포장한 동정론으로 몰고가는 것이니까요. 


차라리 처음부터 선우에게만이라도 솔직했다면, 지금이라도 모든 사건을 선우에게 털어놓고,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했다면, 선우는 15년전 한없이 따스했던 그 품으로 장일을 힘껏 안아줬을 거에요. "그래 넌 그 때 춥고 외로웠어. 그래서 날 친거야."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15년전과 반대로 자신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얼마나 잘못 살았는지 한번이라도 반성하기는 커녕,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선우와 15년전 진노식을 대신하여 선우 아버지를 죽인 아버지만 원망하는 이장일. 그래도 한 때는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우의 뒤통수를 내려친 이장일이 안쓰러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양의 탈을 뒤집어쓴 음흉한 늑대의 이면을 보지 못한 착각인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장일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그는 자신이 저지른 15년 전 살인미수에 대해 인정하고 참회하기는 커녕, 용서를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까요. 


<적도의 남자>가 끝나고 바로 mbc에서 방영한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김태원은 무려 10년 전 막말로 방송에서 퇴출당한 김구라를 두고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자신도) 용서받을 자격을 만드는 것이다. (김구라를) 용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를 언급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김구라는 자신의 10년 전 잘못이 드러나는 순간, 즉각 인정했고,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바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잖아요.


그러나 더더욱 슬픈 것은 김구라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드라마 속 인물이긴 하지만 이장일처럼 그 때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 자살까지 방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이죠. 과연 자신이 얼마나 몹쓸 짓을 저질렀는지 알지도 못하고 되레 또다시 누군가의 뒤통수를 치려고 하는 이장일을 용서해야할까요. 중요한 건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라고 해도, 결국은 죽겠다는 아버지를 말리기는 커녕 "그러세요." 라면서 방조한 이장일은 김구라가 아니잖아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시면 손가락을 꾸욱 눌러주세요^^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드시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너돌양


티스토리 툴바